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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인정한 괜찮은 곳

그런 곳은 나중에 온 가족이 오자고 한다

by 문현준

나는 수족관을 좋아한다. 동물원에는 별로 흥미가 없는데, 수족관에는 관심이 있고 유명한 수족관이 있다면 가 보는 것을 좋아한다. 넓은 수조를 바다생물이 자유롭게 헤엄치는 것을 보면 동물원과는 약간 다른 느낌이 들어서 인 것 같다. 비록 본질이 동물원과 똑같다곤 해도 말이다.




고등학교 때 오사카의 대형 수족관인 가이유칸을 처음 가 보고 나서 깊은 인상으로 남았는데, 유럽에서 가장 크다는 아쿠아리움인 스페인 오세아노그라픽을 가도 크게 감흥이 없었다. 아무래도 공간을 배치한 것의 차이일 수 있겠지만, 여하튼 나에게 가이유칸은 오사카에 가면 꼭 가 봐야 할 곳이었다. 그런데 일전에 만났던 오사카 사람은 오사카에 살면서 가이유칸을 한번도 안 가봤다고 한다. 서울 살면서 광장시장 한번도 안 가본 그런 것일까.




오사카에서의 둘째 날, 흐린 도시 너머로 산이 어렴풋이 보였다




첫째 날 밤 말끔하게 갠 도시의 전망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던 모양이다. 아침에 창 너머로 본 오사카의 전경은 짙은 구름이 도시에 내려앉은 흐린 날씨였다. 이날 하루 푸른 하늘을 보기는 힘들 것 같았는데, 수족관 구경하러 가기엔 좋다고 생각했다.




숙소 아침을 챙겨먹고 수족관을 가러 나서니, 동생이 투덜투덜 거렸다. 무슨 수족관이 그렇게 대단하냐고, 그래봤자 큰 수조에 물고기 좀 넣어놓고 그런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좌우지간 동생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큰 수조에 물고기를 넣어 둔 것은 사실 아닌가. 하지만 직접 가 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라고 동생에게 호언장담 했다.




멀리서 봐도 큰 가이유칸의 규모




동생은 별로 흥미가 없다고 했지만 막상 가 보니 생각보다 호기심이 생긴 모양이었다. 동생은 먼저 가라고 하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동생이 언제 오냐는 듯한 표정으로 정색을 하며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적당히 사진을 찍고 표를 끊은 뒤 안쪽으로 들어갔다.




가이유칸은 일단 에스컬레이터 같은 것을 통해 가장 높은 곳으로 간 다음, 건물 중앙의 대형 수조를 빙 둘러 내려오며 구경을 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들어가고 나서 마지막 까지 일자 통행으로 모든 길이 이어졌는데, 그래서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가며 주위를 구경하기만 하면 되었다.




나는 오랜만에 가이유칸을 가서 옛날 고등학교 때 방문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나면서 좋았는데, 구경을 하다 문득 동생을 보니 동생도 잘 구경하고 있는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내가 생각하는 가이유칸의 백미는 거대한 대형 수조였는데, 수조 안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조금씩 다른 위치에서 보는 것이 생동감이 넘쳐 좋았다.




가이유칸에서 찍었던 사진 중 마음에 드는 사진




중앙의 거대한 수조 주위를 뱅뱅 돌며 내려간다




곳곳에 다양한 수조에 볼거리가 다양하다




작은 공간에서 크기가 작은 물고기들도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던 흰동가리




가이유칸 수조 안에서는 거대한 고래상어도 볼 수 있다




동생은 칭찬에 매우 인색한 편이라 뭔가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음식을 먹어도 맛있다고 하는 편이 없고, 어디를 가도 좋았다고 이야기 하는 편이 없다. 그런데 동생은 어디서 맛있는 것을 먹거나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으면, 나중에 온 가족이 가고 싶다고 이야기 하곤 한다.




거대한 수조를 보고 나서 맨 마지막 해파리들까지 구경하고 나서, 동생은 나중에 온 가족이서 가이유칸에 오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시간 내기 힘든 가족들이 나중에 한번 제주도에 간다면 하루를 떼어 가이유칸을 가면 어떠냐고 이야기 할 정도였다. 좋은 평점을 잘 내어 주지 않는 동생에게, 괜찮은 장소에서 좋은 경험을 하게 해 준 것 같아 나도 만족스러웠다.




동생의 말대로, 언젠간 온 가족이 다 같이 가서 가이유칸을 구경할 수 있다면 좋겠다.




가이유칸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던 식당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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