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다른 동생과 일본 온천 구경
동생과 함께 갔던 일본 여행 중, 오사카에서의 하루는 오사카 근처의 소도시를 가기로 했었다. 어디가 유명한가 해서 가려다가, 아리마온센 이라는 곳이 있다고 해서 그곳에 가 보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조식을 잘 챙겨먹고 버스를 타니, 금방 목적지에 도착했다. 날은 흐렸는데, 오히려 날이 흐린 날 마을 구경을 하는 것이 더 낫겠다 싶었다. 온천도 들락날락 하고 할 것이라면 날씨 악운을 온천 구경에 털어버리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물론 날씨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아니지만 말이다.
아리마온센에는 간단하게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 온천이 여러개 있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다가, 동생과 한 곳을 들어가 보기로 했다. 입구에 우산을 꽂아 놓는 우산 락커가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들어가니 사장님인 듯 보이는 아주머니가 간단한 한국어를 하면서 맞이하는데, 역시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이 사람이 어디서 왔는지를 구분하는 특유의 기술이 있는건가 싶었다.
온천을 정말 모르는 나와는 다르게 동생은 온천을 좋아해서 기회가 된다면 일본 갈 때마다 온천욕을 해 보고 싶어하곤 한다. 나는 온천을 잘 모르니 뜨거운 물에 몸을 씻는다 정도의 느낌이었지만, 동생은 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은 온천욕이 끝나고 다시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안마의자와 자판기가 보였다. 자판기에는 여러 가지 맛의 우유가 있었는데, 과일 맛도 있고 커피 맛도 있어서 신기해 사 먹어봤던 기억이 난다. 동생은 우유를 먹으면서 안마의자도 했다. 온천도 안마의자도, 나는 잘 모르는 즐거움을 동생은 아는 모양이다.
단단한 유리병에 담겨 있는 커피우유는 플라스틱이나 종이팩에 담겨 있는 것과 달라서 이상하게 더 맛있게 느껴지는 듯 했다. 커피우유를 마시고, 어떤 다른 일본인 여행객 사진도 찍어줬던 것 같다.
온천을 마치고 나서 작은 마을을 천천히 걸어다닌다. 한국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장소인지, 한국어로 적힌 명소 안내 설명이 있다. 한국어로 보여주고자 하는 그 마음만은 좋았지만 너무나도 대놓고 오탈자가 적힌 곳 아래에, 누군가가 긁어서 제대로 한글을 써 놨다.
마을 곳곳에 핀 벚꽃이 예쁘지만 날이 활짝 개지 않고 흐린 편이라 사진이 예쁘게 나오지 않았다. 날이 좋다면 녹색 나뭇잎들과 꽃들이 잘 어울려서 훨씬 더 예쁠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다.
동생은 안마의자와 온천을 좋아하지만,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 반대의 것도 있다.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동생은 사진을 거의 찍지 않는다. 동생과 함께 다니면서 유심히 보니 동생은 카메라는 커녕 핸드폰으로도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사진을 찍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면 빨리 오라는 듯한 표정으로 뒤돌아보곤 했다. 그러다가 내가 어느 골목길에서 사진을 찍으려 하는데, 동생의 의도적으로 카메라 앞으로 와서 시야를 가리는 것이었다.
장난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뭐 사진을 그렇게 찍냐고, 빨리 가냐고 투덜대는 동생에게 나는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사진은 순간을 찍어서 남기는 거고, 너가 그렇게 앞으로 끼어들면 내가 찍으려 하는 순간은 더이상 찍지 못할 수 있다고.
동생은 듣는 둥 마는 둥 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내가 사진을 찍을 때 재촉하거나 앞을 가리지 않았다.
그다지 많이 걸어다니거나 힘든 일정이 아니었는데도, 다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동생과 나는 나란히 잠들었던 것 같다.
그때 이후로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아직도 동생은 온천을 좋아하지만 사진 찍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나 또한 온천에 크게 관심은 없지만 사진 찍는 것은 그대로 좋아한다. 사람의 취향이란 한번 정해지면 정말 바꾸기 힘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