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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해

잠깐동안 동생과의 일정에서 벗어나기

by 문현준

비록 1년에 단 한번 뿐인 시간을 내서 동생과 일본을 왔다고 해도, 모든 것이 기분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나와 동생은 성향이 너무 다르고, 성향이 다른 두 사람이 같이 다닐 때는 한 사람은 상대방에게 맞춰야만 한다. 그리고 동생은 그걸 못 하는 성격이고, 나는 그걸 아주 잘 하는 성격이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상대방에게 계속해서 맞추다 보면 피로감이 더해진다. 원래 두 사람이 싸우지 않는다면 둘 중에 한 명이 밑도끝도 없이 참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내가 그 밑도끝도 없이 참는 것을 맡고 있기에, 그럴 때는 종종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쉬어 줘야 한다.




나는 혼자서 걸어다니면서 주위를 구경하는 것을 좋아해서, 동생과 여행을 다니면서 잠깐 구경을 하고 오겠다고 하면서 근처를 돌아다니곤 했다. 동생이 숙소에서 쉬는 동안, 나는 동생을 신경쓸 필요 없이 마음 편하게 근처를 구경하고 돌아다녔다.




DSC01304.JPG 혼자 걸어다녔던 오사카의 밤거리




오사카에 있을 때 날씨가 항상 좋지 않았다. 맑은 하늘을 보기 힘들었고, 하늘은 보통 흐려서 약한 비가 자주 내려 우산을 들고 다녔다. 중간중간 내린 비로 바닥이 젖어 있어서, 낮에는 예쁜 사진을 찍기 힘들었다.




하지만 흐린 날의 밤은 낮과 느낌이 달랐다. 습기찬 공기 사이로 흩어지는 네온사인 빛은, 물기 먹은 간판과 길거리 위를 비춘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오사카의 골목골목을 천천히 걸어다니며, 찍고 싶은 사진을 마음 편하게 찍었다.




동생과 함께 돌아다닐 때는 동생이 어디를 가는지, 동생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지 같은 것들을 신경쓰곤 했다. 내 일정이라기보단 동생의 일정을 도와주는 느낌이었는데, 혼자 길거리를 걸어다닐 때가 되어서야 나는 편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역시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하는구나. 혼자서 걷는 길거리, 혼자서 찍는 사진, 혼자서 하는 생각들.




그것이 내가 가진 취향이고 내 색이었다.




DSC01311.JPG 흐린 날씨의 밤거리는, 새로운 매력이 있었다




DSC01314.JPG 골목의 간판 아래 길 위로, 사람들이 걸어다녔다




DSC01351.JPG 오다 그치다를 반복한 비로 도보가 물에 젖었다




DSC01359.JPG 도톤보리 강과 그 주위의 건물들




DSC01362.JPG 혼자서 길을 걸으며 내 취향대로 시간을 즐겼다




DSC01363.JPG 주황색 가로등과 간판들이 잘 어울렸다




DSC01369.JPG 가게들과 간판을 구경하는 것은 항상 재미있었다




DSC01396.JPG 온전히 내 시간을 보내며 돌아봤던, 오사카의 밤거리




아직도 내 취향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이 많지만, 한가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은 있다. 여행을 할 때도 일상을 보낼 때도,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매 순간 느끼는, 내 자신을 충전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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