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장이 주최하는 소풍같은 것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상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설명을 많이 들을 수 있다. 그 중에 누군가는 마땅히 모든 조직이 응당 그러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누군가는 떠올리기만 해도 치를 떠는 것이 있다. 바로 가족같은 조직문화이다. 비록 누군가는 발음을 할 때 가 와 족 자를 붙여서 발음하고 어느 한 쪽에 강세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예의바른 충고를 하긴 해도 말이다.
그런데 그 가족같은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는 옛날에 군대에 갔을 때가 생각난다. 군대에 가서 그곳에 있던 주임원사와 면담을 했을 때 주임원사가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말하자면 주임원사는 부대의 엄마같은 존재이고, 부대장은 부대의 아빠같은 존재라고 했다.
왜 가족이 없는 곳에서 가족을 빗대어 설명하고 있을까, 시간이 지나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그 질문을 떠올리곤 한다.
가족은 기껏해야 아침 저녁에 보고 주말에 보지만,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동안 보는 우리가 더 가족 아니냐, 비록 우리가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같은 사람들 아니냐 하면서 가족문화를 강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왜 군대도 회사도 가족이 아닌 곳에서 가족을 찾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사람은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그 가치를 더욱 절박하게 찾는 것 같았다. 사랑이 없는 곳에 사랑이 있다고 절실히 믿고, 정의가 없는 곳에 정의가 없다고 절실히 믿는다. 그걸 생각하면 사실 가족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 아닐까. 가족같지 않고, 가족이 될 수도 없기에, 절실하게 심지어는 절박하게 가족이라는 가치에 이입해서 매달려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사람은 스스로에게 떠먹일 수 있는 것이다. 군대던 회사던 간에 내가 이 일을 계속 하고 이곳에 계속 있어야만 하는가 같은, 입맛 씁쓸하면서도 먹어야 하는 하물며 몸에 좋지도 않은 질문에 대해 답을. 가족이 없는 곳에서 찾은 가족이 조직에 몰입감을 부여해 주는 것이다.
문득 그 생각을 하고 나니 조직에서 흔히 하는 친목 도모가 생각났다. 회식, 야유회, 워크샵 등, 조직 구성원의 친목 도모를 위해서 진행한다고 하는 행사들. 친목 목적으로는 아무도 오지 않을 행사를 구태여 친목을 위해서 진행하는 이상한 현상. 그러고 보니 군대의 비슷한 것이 있었던 것 같다. 중대장이 주최하는 부대 소풍.
누군가가 결정하면, 피라미드가 통째로 움직이고, 다들 빨리 쉬고 싶어한다는 것에서, 회사의 친목 도모와 군대의 부대 소풍은 꽤나 비슷하다. 그걸 생각하면, 가족같은 조직문화가 가족 '같은' 조직문화인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