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칸센에서 잠든 동생

동생은 자고 나는 밖을 구경한다

사실 나는 신칸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일본에 가면 유명한 기차가 있는데 그게 신칸센이라고 하더라,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엄청나게 빠른 기차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이용 요금을 알고 나니, 더 그뿐이면 충분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동생이 오사카 여행을 하고 도쿄도 가 보고 싶다고 해서, 중간에 거금을 써서 신칸센을 예약했다. 나도 신칸센을 한번도 안 타 봤으니 재미있는 경험이 될 거라는 생각이었다. 신칸센을 타서 기차 안에서 도시락을 먹는 것도 유명한 것 같아서, 그것도 해보면 좋을 것 같고.

사실 어쩌면 신칸센도 타고 도시락도 먹는 것이 아니라, 도시락을 먹기 위해서 신칸센을 타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오사카에서 신칸센을 타기 전, 도시락을 고른다

일본에는 기차 역마다 각각 특이한 도시락을 판다고 해서 꽤 기대를 하고 기차역의 도시락을 사러 갔다. 사실 평소에도 도시락을 거의 사 먹지 않아서 그 흔한 편의점 도시락도 사 먹지 않는 나에게, 도시락 고르는 일은 꽤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나는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되는 닭튀김 도시락을 샀다. 동생은 뭔가 기대가 된다면서 소고기가 잔뜩 들어간 꽤 고가의 도시락을 샀다.

도시락과 함께 이런저런 주전부리를 바리바리 싸들고 승강장에서 기차를 기다린다. 바쁘게 승강장을 오가는 사람들 위로 열차가 들어오는 시간표가 보이고, 여기저기 캐리어를 세워놓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잠시 후 승강장으로 열차가 들어오는데, 처음 본 신칸센의 모습은 기차가 참 길쭉하게 생겼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그렇게 만들었다 하는데, 뱀장어의 꼬리 같은 길고 납작한 모습이 재미있었다.

사람들이 오가는 승강장에서, 신칸센을 기다렸다

신칸센의 양 끝은 독특하게 생겼다

문득 신칸센에 타 보니, 옛날에 인터넷에서 봤던 어떤 짧은 영상이 떠올랐다. 움직이는 신칸센 안에서 동전을 세로로 세워 놓고 이만큼 신칸센이 조용하고 진동이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는데, 사실 나는 상상 이상으로 엄청 조용하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아마도 평소에 나는 기차를 많이 타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것저것 알아볼 수 있는 경험이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기차를 별로 타 보지 않았다고 해도, 비슷한 거리를 버스로 가거나 비행기로 가는 것에 비해서 장점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공항을 거칠 필요 없이 도심지로 바로 갈 수 있다는 것도 좋고, 버스보다 좀 더 편한 느낌이 있다는 것도 좋았다. 가격은 비싸긴 해도 말이다.

조용한 편이었던 신칸센 내부

원래 나는 버스를 타던 기차를 타던 비행기를 타던 간에 밖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래서 신칸센을 타고 가면서도 창 밖 구경을 열심히 했다. 일본 여행을 하기 전 신칸센 노선을 보면서 이쯤에서는 뭐가 보이겠다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가다 보니 저 멀리 흐린 날씨 너머로 눈 덮인 산봉우리가 보였다. 위쪽이 평평한 것이, 저게 말로만 듣던 후지산인가 싶었다. 핸드폰을 꺼내들고 지도를 열어보니, 대충 위치가 맞는다. 아마 내 눈으로 직접 후지산을 본 것이 그 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동생은 옆에서 의자에 기대 잠을 자고 있었다. 동생은 빠르게 달리는 무언가 안에서는 보통 잠을 자는 편이다. 후지산 지나간다 하는 생각에 동생을 두들겨 깨우니, 동생이 쌍욕을 하려는 표정으로 잠을 깨더니 후지산을 쳐다보더니 오~ 한마디 하고는 바로 다시 잠들었다.

짧은 순간 볼 수 있었던, 저 멀리 있는 후지산의 모습

꽤 높은 곳까지 눈이 쌓여 있었다

점심 시간이 되고 나서, 드디어 도시락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동생도 나도 배가 막 고프진 않았지만 빨리 내용물을 구경해 보고 싶었다. 아까 동생과 내가 산 도시락을 꺼내서 열어보는데, 동생은 겉보기와는 다른 내용물에 크게 상심했다. 구워서 큼직하게 썰어낸 고기가 올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과 다르게, 고기 덩어리는 작고 다진 고기가 많이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나는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닭튀김 도시락을 먹었는데, 기본적으로 차갑게 먹는 도시락이라 그런지 찬밥을 먹는 느낌에 내가 알고 있는 도시락의 느낌과는 많이 달랐다. 그러고 보니 진열장에 있는 도시락에는 밥을 대나무 잎으로 쌌다던가 하는 인상적인 것들이 있었는데, 차라리 그런 것들을 한번 사 먹어 볼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내가 사 먹었던 닭튀김 도시락

동생의 탄식을 불러일으켰던, 소고기 도시락

나중에 도쿄에 도착해서 만난 친구에게, 동생이 도시락을 열었는데 실망한 이야기를 해주니, 아 그거 원래 그런거야 하면서 이야기 하는 것이, 여기나 저기나 사람 사는 것은 똑같은 걸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