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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게 살기 싫은 사람

때에 맞게 살아야지 하면서

by 문현준

최근 들어서 젊게 사는 것 같다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회사에 20대 초반과 후반의 사람들이 들어왔는데, 여태 그런 나이대의 사람들과 일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자 부장이 요새 젊은 사람들과 같이 이야기 하고 일하다 보니 젊게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부장의 그 말이 어떤 뜻인지 이해하고, 부장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문득 그 말을 듣고 나서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은 흔히 요새 젊게 사는 아재 특 이라고 나오는, 자기는 나름 젊게 산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문화적 흐름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모습에 대한 것이었다.




좌우지간 나는 그 말을 이해하고 그것이 단순히 회춘한 것 같다 라기보다는 활력있게 살고 있다 라는 느낌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그 표현 자체가 계속 생각이 났다. 젊게 산다 라는 표현.




젊게 산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나이에 비해서, 더 어린 삶을 살고 있다는 뜻 인것 같았다. 젊은 취향을 가지고 젊은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젊은 사람들이 보내는 것과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그런데 나는 그 말을 듣고 나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젊게 산다는 것은, 다시는 젊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애써 부정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 나이를 먹고, 생각이 바뀌면 관점도 달라진다. 그 과정에서 젊음은 결국 늙음으로 바뀔 것이다. 그 늙음으로 바뀌는 과정을 부정하면서, 나는 늙지 않았다, 아직 젊다, 라고 생각하고자 하는 다짐이나 믿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나는 별로 젊게 살고 싶지 않아졌다. 내가 지금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의 문화를 즐긴다고 해서 내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구태여 옛날에 하던 것에 매달리며 그때의 문화 안에 내 시간을 묶어두며 옛날을 그리워 하고 싶진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더 늙게 살고 싶지도 않았다. 언젠가 나중에 겪게 될 일을 벌써부터 걱정하는 것도 이상한 것 같았다.




나는 그냥 그 나이대에 맞게 살고 싶어졌다. 비록 옛날에 그때만 할 수 있었던 일을 잘 하지 못해 아쉬워도, 옛날에 뭔가를 한다면 더 보람찼을거라고 생각해도, 미래에 대해서 미리 걱정하고 싶어진다 해도 나는 그냥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하고 싶다고 하는 일을 하면서.




옛날이나 미래가 아니라, 지금의 삶을 사는 나 자신으로.




젊게도 늙게도 아닌, 지금의 나를 살수 있기를 바라본다. 2022 05, 서울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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