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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이가 그 뜻이었어?

어쩌다 보니 일본여행에서 알게 된 뜻

by 문현준

동생과 함께 오사카에서 도쿄로 오고 난 뒤, 이날은 동생과 함께 친구를 보기로 했었다. 독일 교환학생을 할 때 만난 일본 친구였는데, 동생과 도쿄에 간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도쿄에서 한번 보기로 했었다.




독일에서 귀국하고 나서 꽤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것이니, 혹시라도 서로 못 알아보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다행히 내 기억 속의 그 사람이었고 그 친구도 나를 알아봤었다. 간단하게 인사를 한 뒤, 친구가 추천해 줬던 명소인 아사쿠사로 갔다.




아사쿠사로 가는 길 전철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다. 한국 사람들이 로이스 초콜릿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때 당시 한국에서 초콜릿에 팜유같은 식물성 유지를 잔뜩 넣는 것이 유명했던 데다가 파베 초콜릿이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던 것 같아서, 생초콜릿인 로이스 초콜릿이 꽤 인기를 끌었던 것 같다.




도쿄 근교의 사이타마에서 꽤 멀리까지 와 준 친구에게, 나와 동생이 로이스 초콜릿을 좋아한다고 하니, 동생이 슬쩍 말해주길 앞에 앉아 있는 어떤 일본인이 나와 친구가 영어로 대화하는 것을 다 듣고있는 것 같다고 했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아사쿠사 근처의 길




아사쿠사와 그 근처는 유명한 관광 명소였지만, 그곳을 잘 모르는 동생 입장에서는 신사라고 하면 야스쿠니 밖에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었다. 야스쿠니 생각을 한 동생 표정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서, 내가 아주 조심스럽게 야스쿠니 같은거 아니지? 했더니 친구가 그런거 아니야~ 라고 대답했었다.




날이 흐려서 하늘이 푸르지 않았지만 벚꽃이 잘 피어 있었다. 관광객 절반 일본인 절반 같은 곳으로 사람이 많아 길거리가 매우 붐볐다. 지금 다시 사진을 보다 보니, 일본어 까막눈인 내가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더 많이 물어봐도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사쿠사 쪽에서는 멀지 않은 거리에 도쿄 스카이 트리가 보였다. 그곳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벚꽃 아래 북적이는 사람들




스미다 강 근처를 걷는 동생과 친구의 뒷모습




지나가다 보니, 누군가가 차 뒤에서 수신호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신호를 하면서 오라이 오라이 하는 것 아닌가. 내가 기억하는 오라이는 한국에서도 차 수신호를 하면서 흔하게 쓰이는 표현이었는데, 나는 여태껏 그것이 한국의 어느 지방 사투리인줄 알고 있었다.




친구한테 일본에서도 오라이 라고 하냐고 신기해하며 물어보니, 친구가 대답해 주었다. 그거 영어 all right 에서 온 말이야. 세상에, 오라이가 all right 에서 온 말이었다니. 지구 반대편에서 익숙한 숭늉 냄새를 맡는 것 같은 감각을, 바다 건너 일본에서 느끼고 있었다.




상상치도 못했던 신선한 문화 충격을 뒤로하고, 도쿄 스카이트리 쪽으로 갔다. 스카이트리 아래의 쇼핑몰 구경을 좀 하고 메론소다와 타코야키를 먹었지만 생각보다 맛있지는 않았었던 것 같다. 스카이트리 줄을 서서 표를 끊기 위해 기다리다가, 친구가 아 저는 일본인입니다 하는 말을 듣고 나서 올라가니, 해가 질 시간이 되어 있었다.




해가 천천히 지는 도쿄의 전경이 스카이트리 전망대 밖으로 펼쳐졌다. 이런저런 사진을 열심히 찍으면서 기다리니, 곧 하늘이 점점 짙어져 밤이 되고 도시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동생은 높은 곳을 좀 안 좋아해서 구석 기둥 아래에 앉아 쉬었고, 나는 친구와 사진을 찍어주며 주거니 받거니 했다.




스카이트리 타워 위에서 내려다 본 도쿄의 해질녘




밤이 되고 도시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완전히 짙은 밤하늘 아래 도시가 반짝였다




스카이트리 구경을 끝내고, 아키하바라 쪽 고가다리 근처의 음식점에서 같이 저녁을 먹었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 이런저런 화장품과 김을 챙겨서 선물해 줬다. 받는데 생각보다 놀라는 것 같은 모습에, 내가 설마 정말로 빈손으로 올 줄 알았니? 하고 이야기 했다.




오후 반나절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짧은 시간 함께 해 준 고마움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아빠가 찾던 정원가위를 취급하는 특별한 가게를 알아봐 주던 그 마음도.




밤의 벚꽃과 아키하바라 거리




친구와 동생과 함께 먹었던 저녁과 그날의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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