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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Sep 26. 2021

교환학생 하면 안 좋은 것

교환학생을 왜 가나요?

나는 2016년 독일에 1년 동안 교환학생을 간 적이 있다. 다들 대학 생활 시절에 교환학생은 한번쯤 가면 꼭 좋다 추천하고 멋진 사진과 추억을 잔뜩 남겨 오곤 했으며 나 또한 그러했다. 하지만 세상에는 빛이 있다면 어둠도 있는 법이다. 나 또한 그 옛날 교환학생 하면서 달콤한 솜사탕 빨아먹는 것만 같은 기분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쉬운 순간도 분명히 있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사람이 교환학생을 가고 싶고 가서 해 보고 싶은 것들에 대한 밝은 미래만 꿈꾸고 있다면, 내가 그 기대감에 약간 현실적인 양념을 쳐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맨 처음 독일에 도착한 날, 프랑크푸르트 공항. 아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 도착한 날,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1. 소중한 사람들과의 '물리적' 거리



어떤 방식으로든 간에 소중한 사람들과 바로 만날 수 없는 거리에 있다는 것은 매우 고달프다. 가족이던 연인이던 간에, 얼굴을 보지 않고 메세지와 통화로만 연락하다 보면 오해의 여지가 생길 수밖에 없고 사소한 오해는 큰 다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 하며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통해 서로의 관계를 확인할 수도 없고, 긴급한 일이 있을 때 가볍게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러 볼 수도 없다. 



가족끼리 투닥거리는 것 이상으로 다툼이 있어서 치고박는 수준의 불화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는 수단이 그저 메세지나 통화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을 때, 이 소중한 사람들과의 물리적 거리감은 단순히 지구를 얼마나 돌아서 만날수 있느냐의 것 이상의 문제가 된다. 



메세지와 영상통화를 이용해 아무리 연락을 자주 한다 해도, 서로 손이 닿을 수 없는 물리적 거리라는 것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리고 그 물리적 거리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 거리감이 인간관계에 끼치는 영향이다. 얼굴 보고 이야기 하고 서로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면 생기지 않을 문제가 생기고 그것이 피부에 와닿게 느껴질 것이다. 



교환학생을 가는 그 순간부터, 당신이 알고 있던 사람들과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은 그저 전자신호 형태로 전송되는 무언가를 통해서 뿐이다.



기숙사의 가을과 겨울. 





2. 이방인으로 살게 된다는 것



보통 대학교 때 교환학생을 간다면 아마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긴 기간의 외국 생활이 될 것이다. 짧게 한 학기를 간다고 해도 6개월을 외국에 있는 셈인데, 고등학교를 졸업해 타지로 대학을 가는 것 이상으로 새로운 환경에 아무것도 없이 던져져서 노출되는 특이하고 새로운 경험이 된다. 



그러나 한국에서 학교 진학 과정을 거치면서 살면서 한번도 가 보지 못한 곳에서 생활한다 하더라도, 그곳은 한국 안이기에 같은 문화를 공유한다.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문화를 공유한다. 같은 정체성을 지닌 사람이라는 소속감까지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교환학생은 다르다. 교환학생을 가게 될 그곳에서 당신이 가지고 있던 문화나 언어, 정체정은 그곳에서 전혀 일반적인 것이 아니다. 비록 학생으로 가는 것이지만 그곳에서 당신의 지위는 이방인이다. 한국으로 찾아오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가지던 그런 정체성을 당신이 가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방인을 환대하느냐 환대하지 않느냐에 대한 문제는 나라와 문화마다 다르겠지만, 가서 겪을 수 있는 문제들 중 굉장히 많은 것들이 '이방인으로 살아가기' 와 연관되어 있다. 살면서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곳에서, 그 곳의 문화에 적응해서 살아가는 것은 절대로 쉬운 것이 아니다. 이방인 이라는 신분으로 그 사회 구성원들과 어울려 살아가기 시작할 때 더욱 그렇다. 



당신은 한국에서 살면서 적어도 국가적인 의미에서 한 번도 이방인이었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교환학생을 가는 순간 당신은 이방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살아야 한다.



한겨울의 대학교 근처 보행자 길.


3. 바로 코앞에 있는 나태지옥



교환학생을 가게 되면 기존에 한국에서 쌓아 오던 인간관계와는 완전히 단절된다. 한국에서 대학 친구들끼리 종종 밥 먹고 만나며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생활해 왔겠지만 이젠 그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며 그 목표를 바라봐 줄 사람들이 없다. 주위에서 같이 달리던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 버리고 모든 시간을 온전히 사용할 자유와 책임이 주어진다. 게다가 교환학생에게 부과되는 학업의 압박이란 매 순간이 그렇게 막중한 것도 아니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그랬다. 



결국 하고 싶은 것은 모두 다 할 수 있지만, 바꿔 말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누구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옆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준비하는 친구들도 보기 힘들고, 경쟁 지향적인 한국의 문화와 거리가 있는 환경에서 살기에 의도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뭐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기 힘들다. 너무나도 쉽게 나태해질 수 있는 환경이다. 교환학생 기간이 살면서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했던 완벽히 새로운 환경에서 이방인으로 살다 보면, 일상 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피곤함이 가중되기에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이때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결과나 성취를 이뤄 내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들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순식간에 나태해져 소중한 시간을 헛되게 써버릴 수 있다. 



경쟁 지향적인 한국 문화도 없고, 그런 문화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없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내려 놓는 수준을 넘어서 그냥 던져버리고 아예 드러누워 버리기 너무나도 쉬운 환경이다. 


가을과 겨울 그 중간의 대학 교내 모습.
기숙사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멋진 노을.
기숙사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예쁜 호수와 작은 동물원을 구경할 수 있었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다들 한 번쯤은 교환학생 이야기를 들어 보고 흥미를 가지는 것 같다. 먼 곳의 완전히 새로운 국가와 문화권에서의 생활, 다양한 외국인들과의 만남, 여행, 매 순간이 새로운 경험들. 매력적인 이야기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온전히 밝기만 하지는 않다. 내가 느낀 것은 그렇다. 



하지만 사람은 무언가의 긍정적인 기억 뿐만이 아니라 부정적인 기억으로부터 성장할 기회를 얻는다. 사람은 새로운 환경에 처하고 한번도 해 보지 못한 것을 할 때 성장한다. 무언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시행착오를 겪어 가며 할 때 배운다. 교환학생을 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그 경험들로 이루어진 여정을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어 가며 끝까지 완수할 때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며 성장할 수 있다. 



내가 교환학생을 하며 남겼던 좋은 기억들, 맛있었던 음식들 다시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들, 친절했던 사람들로부터 받은 도움들,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과 나눴던 기억에 남는 대화들. 그런 것들과 함께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것이다. 앞으로 또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곳에서, 오랜 시간 생활하면서 새로운 것을 경험해 봤다는 것. 



여태까지 몇 번 생각해 봤음에도 불구하고, 교환학생을 가면서 쓴 시간과 돈으로 얻은 1년의 대가가 그 비용에 비해 충분한 것이었는가 하고 스스로 다시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이젠 사진으로만 남아버린 기록을 뒤져보며 잊을 만 하면 떠올리는 옛날 기억을 더듬어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한다. 과연 교환학생 다녀올 가치가 있었을까?



내 답은 그렇다, 이다.    


이름과 사진, 기억으로 깊게 남은 소중한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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