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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Oct 04. 2021

교환학생에서 꼭 해봐야 할 것들

왜냐면 내가 못해서 너무 아쉬웠기 때문에

사람은 보통 무언가를 반복할 때 새롭게 배우고 그것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적용하며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단 한번만 해 볼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떨까? 느낀 것을 정리하고 나중에 이렇게 해야겠다 싶지만, 다시는 그런 기회가 오지 않는다면 애초에 그것을 써먹을 기회조차 오지 않을 것이다. 



독일에서 교환학생을 1년 하고 나서 시간이 지날수록 드는 생각이 그것이었다. 매 순간이 그렇듯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고 특별한데, 교환학생 시간은 약간 더 특별하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나는 1년이 지나고 나서 아쉬웠던 것들을 다시 해 볼 기회가 없다. 옛날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언젠가 다시 교환학생 같은 기회가 올 지 모르지만, 옛날 기억을 떠올리면서 해 보지 못해 아쉬웠거나 다음번에 같은 기회가 온다면, 그때 내가 해야겠다 생각한 것들과 조심해야 겠다고 느낀 것들을 한번 정리해 보고 싶었다. 나는 두 번째 기회가 없어서 써먹을 수 없겠지만, 누군가의 첫 번째 기회에서 도움이 된다면 의미가 있을테니까. 내가 아쉽다 생각했던 부분을 다른 사람은 덜 겪는다면 좋을 테니까. 



겨울의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 시즌






1. 요리를 자주 하고, 다양한 음식점에서 자주 사먹자

나는 요리를 좋아해서 교환학생 하는 동안 먹는 문제로 곤란을 겪은 적이 없다. 그런데 경비 절감 차원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기만 하다 보니, 비슷한 음식 위주로 많이 만들어 먹게 되었다. 게다가 나중에 생각해 보니 내가 외식을 거의 한 적이 없어서 머물던 도시의 다양한 음식점들 중 가본 것이 몇 되지 않았다. 


만약 요리를 좋아한다면 외국에서 그 나라의 유통망에 맞춰 공급되는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해서 요리를 하는 것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다. 그 문화에서만 소비되는 조미료와 음식 재료는 다시 접할 기회가 영영 오지 않을 수 있는 것들이다. 요리를 좋아한다면, 현지의 최대한 다양한 식재료를 사 먹어 보고 많은 요리를 해 보는 것이 좋다. 요리에 익숙해지면 비슷한 것들만 해 먹게 될 수 있으니, 항상 새로운 무언가를 먹어 본다는 생각으로 요리를 하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일 것이다.


만약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최대한 다양한 곳에서 음식을 많이 사 먹자. 다른 문화권의 음식점에서 다양한 음식을 사 먹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것에 거부감이 없고 현지 음식을 무리 없이 잘 먹고 있다면, 기숙사가 있는 도시의 음식점을 다양하게 많이 가 보자. 나는 너무 요리만 한 나머지 내가 있던 도시의 음식점을 많이 가지 않았던 것이 많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요리를 하더라도, 밖에서 음식을 사 먹더라도, 최대한 다양한 문화의 다양한 음식을 접해보자. 


요리를 좋아했기에 기숙사에서 요리하곤 했지만, 밖의 다양한 음식점을 방문하는 것도 좋았겠다 생각한다



현지의 다양한 음식점을 방문하는 것은 정말 좋은 경험이 된다







2. 가볍게 갈 것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교하면 가볍게 갔다고 생각하지만 옷을 꽤 많이 챙겼다. 그런데 옷 같은 것은 한국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필요가 없는 경우도 많았고, 필요한 대부분을 준비해서 그곳에 도착하니 그곳에서 추가적으로 필요해서 산 것들이 얼마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종종 독일에서 사서 쓰던 것을 그대로 쓰지만, 그런 물건이 좀 더 있다면 옛날 기억을 떠올리기에 더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만약 누군가 교환학생 1년을 간다고 한다면 일반적으로 짐을 많이 챙길 것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1년동안 거기서 생활한다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바리바리 캐리어에 쑤셔넣을 것이다. 마치 대학교 입학해서 처음으로 기숙사 들어가는 신입생처럼. 



그러나 1년 생활해 본 결과 굳이 필요 이상으로 짐을 많이 챙길 필요가 없었다. 필수적인 전자제품과 가장 기초적인 물건들만 챙기고 나머지는 현지 가서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의류가 그런데, 신체 사이즈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경우는 미리 알아볼 필요가 있겠지만, 의류 또한 도착해서 필요한 것을 하나씩 구비하는 것이 낫다. 



한국에서 사용하던 것들을 그대로 들고 가서 교환학생 하는 동안 쓰고 그대로 입고 귀국하는 것보다, 교환학생 하면서 필요한 것들을 하나 둘씩 사서 모으고 그것을 그대로 들고 귀국하는 것이 훨씬 좋다.  현지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 매장을 돌고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과, 다른 문화의 물건을 몸에 익혀 나가는 순서가 현지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의 일부이고 좋은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렇게 옷이나 다른 물건을 잘 쓰고 한국으로 가져와서 계속 쓰게 되면, 나중에 그 물건을 쓰면서 사소한 기억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다. 정말 좋은 기념품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나는 기숙사 열쇠를 걸어 두던 열쇠고리를 그대로 챙겨서 가져와 가방에 달고 다니는데, 이렇게 옛날 교환학생 하던 때를 기억할 수 있는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사람은 기억을 남길 소재가 없다면 기억을 빨리 잊기에, 기억을 남긴 물건을 많이 만들어 둔다면 자칫하면 잊을 수 있는 순간들을 더 오래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 쇼핑몰






3. 외국인과의 생산적인 대화를 하고 기록하자



다양한 문화권의 외국인을 만날 기회가 많았고, 나는 몇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더 심도있게 해 보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그런데 그냥 이야기를 해 보자, 라는 생각만 가지고 한번 이야기 해본 뒤 나중에 이메일로 주고 받아도 괜찮겠지 하며 안일하게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보통 이메일만으로 특정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하기는 쉽지 않았고, 내가 원하는 정도까지 만족스러운 대화를 나누기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교환학생 하면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특성을 가진 외국인과 대화할 일이 많을 것이다. 외국인과 낮선 환경에서 개방적인 이야기를 할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으니, 좋은 기회를 만든다면 흔치 않은 생산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만약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외국인과 대화를 한다면 준비를 잘 하자. 언제 만나서 이런 이야기를 하자 같은 기초적인 계획 보다는 좀 더 치밀한 계획을 세우자. 쉽게 얼굴을 보고 만날 수 있는 사람과 대화를 계획하는 것이 좋다. 몇몇 주제에 대해서 이메일로 대화를 나눈다 해도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을수 있으니, 주기적으로 만나서 이런 이야기를 하자 같은 정기적인 일정 약속을 잡는 것이 좋다. 



나중에 만나서 또 이야기 하자, 언젠가 이야기 하자, 같은 여유있는 계획에 어울려 줄 만큼 생각만큼 시간이 많지 않을 수 있다. 특별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외국인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 대화를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 언젠가 기억이 잊혀진다면 남는 것은 기록뿐일 테니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무슬림과 종교에 대해서 이야기 했던 순간




4. 외국인들이 사용하는 SNS 를 파악하고 잘 이용하자


교환학생 도중에 다른 외국인 친구들이 페이스북을 일반적으로 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때 페이스북이나 다른 SNS 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안 할 생각이었기에, 그런 SNS를 통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두지 않았다. 나중에 시간이 더 지나고 만나지 않게 되고 나서, 옛날 생각이 나서 연락을 해도 메일이나 메세지로는 길게 연락을 하고 안부를 듣는 것이 쉽지 않았다. 만약 가벼운 안부 확인이 가능한 SNS 계정을 만들어서 사용해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 아쉽다. 



교환학생을 가게 되면 그 나라의 외국인 친구들이 사용하는 SNS 가 무엇인지 확인해 보고 그 SNS를 시작하자. SNS를 이용해서 외국인 친구들과 인맥을 만들고 그것을 관리하는데에 전력을 다하라는 뜻이 절대 아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더라도 근황을 들을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두는 것이다. 



페이스북이던 인스타그램이건 아니면 다른 SNS 던 간에, 어떤 큰 목적을 기대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SNS 에 가볍게 근황을 올리곤 한다. 교환학생이 끝나고 나서 이전에 알고 있던 외국인 친구들과 연락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연락이 이어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소소하게 근황을 올리는 SNS 를 알고 있다면, 굵직굵직한 연락은 하지 못하더라도 이 친구들이 지금은 뭘 하고 있는지 잘 지내고는 있는지 같은 소식을 들을 수 있게 된다. 



SNS가 거창한 무언가를 하는데 도움이 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나중에 시간이 오래 지나도 친구들의 소식을 간간히 듣기에는 가장 좋을 것이다. 직접적인 연락은 시간이 오래 지나면 생각보다 하기 힘들지만, 건너서 듣는 SNS 의 소식은 쉽게 닿기 때문이다.  




연락이 힘들더라도 SNS를 통해 가볍게 근황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5. 돈을 내고 경험할 수 있다면 거리낌 없이 돈을 내기 



함부르크 여행을 갔을 때 같이 어울렸던 네덜란드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중에 한 명이 네덜란드로 오라고 몇 번을 이야기 했는데, 비록 가 보지는 못했지만 네덜란드 까지는 못 갈것 같다 생각했던 나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서 완곡하게 거절을 했었다. 그때 가 봤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도 잊을만 하면 떠오른다.



교환학생 가서 돈 생각을 전혀 하지 않기는 힘들 것이다. 나도 비용 절감을 위해 많이 노력했었고 이것 저것 따져봤을때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서 포기한 것들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 와서 느끼는 것은, 그때 한 경험과 할 수 있는 경험의 가치는, 몇 년이 지나서는 그 돈의 몇 배를 주고서라도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만약 특별한 경험을 위해서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런 목적에는 돈을 넉넉하게 쓰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 여행 같은 것에서 그런 순간이 많을텐데, 교환학생 하면서 여행을 갈 수 있는 곳들은 나중에 그 여행을 가려면 훨씬 더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러니까 교환학생 하는 도중에 그것이 어떤 경험이던 간에, 그저 돈만이 문제라면 잘 생각해 보고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해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기억하자. 교환학생이 끝나고 나서, 교환학생의 경험을 하려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한밤중, 교내에서





6. 현지 언어를 배우기


나는 독일에서 교환학생을 했지만 교환학생 지원 자격인 영어만을 충족해서 간 상태였기에 독일어는 하나도 모르는 상태였다. 학교 안에서와 기숙사 안에서 영어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문제가 없었고 많은 사람들의 친절한 도움을 받았지만, 독일어 공부는 거의 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하려는 생각도 영향을 미쳤었던 것 같다. 차라리 간단한 표현이라도 다양하게 익혀서 독일어 공부를 조금씩이라도 했다면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을까 하고 자주 생각한다.



현지 언어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교환학생을 갈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이 공부하는 언어와 현지 언어가 달라서 현지 언어를 공부하는데 부담을 느낄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 언어를 공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영어 하느라 바빠 죽겠는데 다른 언어 공부도 하라는 겁니까? 라고 한다면, 그렇다. 


처음부터 끝까지 할 필요는 없다. 간단한 표현이라도 배우자. 그리고 그 간단한 표현을 많이 익히고 최대한 잘 말하고 써먹는데 집중하자. 조금씩 쓸 수 있는 표현을 늘려서, 현지 언어를 계속해서 습득하자.


언어를 배우는 것은 단순히 의사소통의 개선만이 아니다. 언어를 통해 그 나라의 문화를 더 빨리 흡수할 수 있다.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 뿐만이 아니라 마트에 갈때 볼 수 있는 물건들, 라디오 방송, 사소한 벽보 등 많은 것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보이는 것도 많아지고 문화에 몰입하는 심도가 한층 깊어진다.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기에 최적의 환경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교환학생이라는 신분은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다른 곳에서 온 이방인이라는 입장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지 언어를 열심히 배운다면 현지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해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건강한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겨울의 기숙사 





교환학생을 갔다오고 나서 시간이 정말 많이 지났다. 나는 가끔, 아니 자주, 옛날 생각을 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국의 경쟁지향적인 문화와 거리를 두던 그런 것들보다는,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지내던 그때 일상들. 



앞으로 누군가가 또 그런 경험을 위해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곳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이 글을 읽고 나서, 내가 옛날에 했던 그런 후회와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덜 느낀다면 좋겠다. 



인생에 단 한번 뿐인 소중한 경험을, 빛나는 배움들로 가득 채울 수 있기를. 


기숙사 발코니에서, 해질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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