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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로 도착한 가고시마

언젠가 가야겠다 생각했던 곳에

by 문현준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 정리를 하고 호스텔을 나섰다. 이날은 드디어 가고시마를 가는 날이었다. 일본 소도시 여행을 검색하다가 알게 된, 도시 바로 옆에 활화산이 있다는 이상하고도 신기한, 하지만 언젠가 가 보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던 그곳. 가고시마.




아침은 먹지 않고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기차역으로 가서, 역의 카페에서 간단히 빵과 커피를 먹은 뒤 편의점 간식을 사들고 기차를 타려 했다. 카페에서 출발해 편의점 간식까지 산 다음 열차가 들어오는 플랫폼을 찾았다. 후쿠오카의 하카타 역은 크기가 아주 컸는데, 그래서 그런지 예상 했던 것보다 훨씬 먼 곳에 플랫폼이 있어서 우왕좌왕했다. 다행히 기차표가 아니라 일정 기간동안 쓸 수 있는 패스를 구매한 상태였고, 만약 타지 못하면 다음 것을 타면 그만이었지만, 빨리 출발해서 일정을 맞추는게 좋겠다는 생각에 약간 긴박하게 움직여서 무사히 열차에 올랐다.




신칸센 앞에서 기념 서로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들, 열차가 승강장에 들어올 때를 사진으로 찍는 사람들, 그리고 그 특유의 완만하고 긴 곡선이 있는 기차의 모습까지. 빠르게 구경하고 나서 열차에 가서 자리에 앉았다. 열차에 앉아 아침에 사 온 간식을 먹었다. 하이볼과 푸딩, 지금 생각하면 이상한 조합이지만 아마 그때 편의점에서는 한국에서는 먹을 수 없는 것들만 골라봐야겠다 생각했던 모양이다. 일본의 하이볼은 단맛이 느껴지지 않아 위스키 풍미가 강하게 올라오는 것이, 좀 더 달달한 것을 기대하는 나에게는 약간 아쉽다. 푸딩은 한국에서 먹기엔 일반적이지 않은 것 같아 열심히 먹었지만, 다음 번엔 다른 것을 먹는게 낫겠다 싶었다.




아침에 먹었던 커피와 시나몬 롤




가고시마로 가는 기차에서 먹은 푸딩과 하이볼 캔




맨 처음에 가고시마 가는 방법을 검색하니 버스도 나왔는데, 이런저런 것들을 고려하니 기차가 나을 것 같았다. 비행기를 타기엔 부담이 되고, 버스를 이용하거나 기차가 나은 선택이었다. 대략 3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는데, 버스를 탄다면 좀 피곤할 듯 했다. 나는 이상하게 버스를 타면 피곤했다. 아직도 그 차이를 잘 모르겠다. 사실 버스를 타나 기차를 타나 뭔가에 타서 이동한다는 것은 똑같은데, 속도감과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의 차이일까? 고속도로를 달리는 소음이 더 가깝게 느껴져서 그럴까. 그래서 비싼 비행기 혹은 나에게 안 맞는 버스 대신 기차를 타고 가고시마까지 갔다.




노선 정보를 정확하게 몰라도, 구글 지도를 검색하면서 가고시마로 가는 도중에 환승 정보도 찾아볼 수 있었다. 꽤 정확하게 맞는 환승 정보를 이용해 무난하게 기차를 타고 가고시마까지 갔다. 그래도 비용이 비싼 신칸센이라 그런지, 내부가 꽤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이번에 좀 더 크게 느꼈는데, 기차 안에서 소음이 적고 조용했다. 주위 풍경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보면 기차가 느린 것이 절대 아니었는데, 쾌적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이 역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그렇게 기차를 타고 시간이 지나, 가고시마 역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리니 청소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너머로 가고시마 츄요 역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보였다. 부산에 와서 부산역 사진을 찍는 것처럼, 역 표지판 사진을 찍고 밖으로 나갔다. 하늘의 날씨가 맑지는 않아서 조금 걱정되었지만, 일단 숙소에 짐을 맡겨 두기 위해 트램을 타러 갔다. 뒤로 타서 앞으로 내리는 트램의 뒤쪽에 왜 돈통이 있나 했는데, 알고 보니 동전을 넣으면 바꿔주는 기계였다. 앞쪽으로 내리면서 금액에 맞춰 동전을 내기 위해서였다.




숙소는 가고시마의 번화가인 텐몬칸 골목에서 좀 들어가면 있었는데, 트램에서 내리자 마자 바로 앞에 슈퍼가 있었다. 체크인까지는 시간도 한참 남았고 마트 구경을 하고 가도 되겠다 싶어 들어갔다. 8월 즈음 일본을 방문한 나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샤인머스캣이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때 일본에서 먹었던 샤인머스캣이 정말 맛있었던 나는 정말 오랜만에 8월의 일본에 와서 후쿠오카에 도착하자 마자 샤인머스캣을 먹었지만, 그 맛이 내가 옛날에 알던 그 맛이 아니었다. 그래도 다른 곳의 샤인머스캣은 어떤지 궁금해서, 마트를 돌아보며 사인머스캣도 구경했다. 가고시마 바로 앞쪽의 화산섬인 사쿠라지마의 특산물 중 하나가 귤이라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귤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마트에서 볼 수 있었던 샤인머스캣과 귤




마트 구경을 하고 나서, 1층이 렌터카 업체인 호텔에 짐을 맡겨두고 나서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일본어를 잘 못하니 음식점 검색할 때 구글 지도로 검색하곤 하는데, 근처에 괜찮은 평점의 가게가 있어 밥을 먹으러 갔다.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밖에서 이름을 적고 기다리니, 조금 기다리고 나서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대기 줄에서 빨리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혼자서 밥을 먹을 때 좋은 점이다. 입과 배가 하나밖에 없으니 많이 먹지 못한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지만 말이다.




좁은 내부 안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화려하지 않아도 소박한 로컬 느낌이 가득한 가게가 내 취향이었다. 벽에 있는 스모 선수 사진과 신문들이 지역 분위기가 물씬 나서 좋다. 전반적으로 음식 가격대가 저렴한 편이었는데, 돈코츠 라멘과 함께 차슈 덮밥을 주문해 보았다. 지금 생각하면 차슈 덮밥은 라멘에 들어가는 차슈가 올라가는 것이니 차슈 덮밥 대신 볶음밥을 주문할 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라멘을 먹어 보니, 후쿠오카에서 먹었던 아주 진한 돈코츠 라멘과는 다르게 적당히 깔끔한 느낌의 맛이 좋았다. 아주 맛있는 유명한 집이라기 보다는, 푸근한 동네 밥집 같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날의 제대로 된 첫 끼니를 든든히 챙겨먹고, 체크인 전까지 가고시마 구경을 나섰다.




스모 선수 사진과 신문이 있던 라멘집 내부




과하지 않게 깔끔한 맛이었던 돈코츠 라멘




조금 맛본 차슈 덮밥도 맛있었다




로컬 밥집같은 분위기가 좋았던 가고시마 라멘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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