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액자 안 좋아하던 사람이 건 액자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

by 문현준

집에는 옛날에 대형 액자가 있었다. 나와 동생, 부모님이 나와 있는 그 사진은 아마 나와 동생이 초등학교 저학년 일때 설악산에 가서 찍었던 것일 것이다. 억지로 붙잡혀서 죽상을 하고 사진을 찍은 옛날의 그 모습이 있는 액자는 몇 번의 이사를 거치면서 항상 집 어딘가에 걸려 있어 시선을 끌었다.




나는 어느날 그 액자를 내려서 집 안 다른 곳 안 보이는 곳에 옮겨 버렸다. 그 액자를 볼 때마다 이젠 더이상 같이 살고 있지 않은 온 가족이, 옛날엔 같이 살았지만 지금은 같이 안 살고 있다는 것을 자꾸 되새기게 만드는 것 같아서. 옛날과 달라진 지금의 가족이 예전으로는 못 돌아간다는 것을 매 번 강조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그 큰 액자를 보이지 않는 곳으로 힘겹게 옮겨서 안 보이게 했다.




아마 그것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나는 묘하게 액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사진은 디지털로 볼 수 있는 것인데 굳이 물리적인 형태로 남겨 놓는 것이 비효율적인 것 같았다. 게다가 액자를 벽에 걸면 액자 위에 먼지가 쌓여 먼지를 닦아야 하니, 굳이 할 필요가 없는 형태의 전달을 하면서 수고를 들이는 것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나중에 내가 공간을 꾸밀 일이 있다면 절대로 액자는 이용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사진을 슬라이드 형식으로 보여주는 디지털 액자 같은 것이 훨씬 유용한 것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내가 공간을 꾸밀 일이 있었다. 빈티지하고 앤틱한 컨셉으로 꾸미고 싶다고 생각하니, 내가 그런 생각을 한 것이 놀랍다고 느껴질 정도로,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액자였다. 액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 순간의 그 공간 만큼은 액자를 이용해 꾸미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인 듯 했다. 내가 여행을 다니면서 봤던 그런 공간에서 받았던 느낌을 주고 싶어서.




절대 액자를 안 쓸 거야 라고 생각했던 나는 분위기에 어울리는 액자와 사진을 골라 공간을 꾸미기 시작했다. 그렇게 액자를 이용해 벽을 꾸미고 사진을 준비하다 보니, 이전에는 모르던 액자의 장점이 보였다. 별다른 과정 없이, 다른 사람들과 같은 사진을 함께 볼 수 있다는 것. 내가 기억하는 어떤 순간을, 다른 사람에게 쉽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 내가 그곳에 액자를 걸기로 결심했기에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액자로 꾸민 그 공간이 나는 꽤 마음에 들었다.




다른 공간에도 액자를 꾸며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쓰지 않겠다고 생각한 액자를 이용해 공간을 꾸미고 있는 나에게, 액자가 이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절대로 안 쓰겠다 생각한 액자였지만, 문득 액자로 꾸민 공간이 마음에 들었다. 2023 06, 서울 성수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일본 후쿠오카의 아이리쉬 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