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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Jan 04. 2024

귤 맛 나는 맥주

가고시마의 화산섬, 사쿠라지마 구경

가고시마의 명물, 사쿠라지마 화산섬을 구경하러 간 나는 시간을 좀 더 들여 섬의 곳곳을 더 구경하고 싶었다. 가까이에서 화산지형을 구경하고 싶었기에 전망대 위주로 돌아보려 했지만, 사쿠라지마에 도착해 관광안내소에 물어 보니 아쉽게도 내가 가고 싶어하는 곳들은 갈 수 없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비교적 비수기인 관계로, 연중 상시 운영하는 노선들만 이용할 수 있었다.




운전도 못하고, 어디인지도 알 수 없는 곳으로 편도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없었던 나는 어쩔 수 없이 연중 상시 운영하는 노선을 이용해 사쿠라지마 구경을 하기로 했다. 사쿠라지마 터미널부터 시작해서 근처의 공원과 사쿠라지마 쪽 중간의 전망대를 도는 노선이었는데, 나는 이곳에서 두 곳의 전망대를 가 보기로 했다. 




30분 간격 정도로 도착하는 버스를 타고 가서 첫 번째 전망대인 가라스지마 전망대에 내리니, 뜨거운 햇볕에 아스팔트가 끓는 듯 했다. 식수대에서 물이라도 좀 떠서 열기를 식히려 했더니, 뜨거운 땅에 데워진 것인지 뜨뜻미지근한 물이 나왔다. 다음 버스가 올 때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전망대를 빠르게 구경했다. 




내가 기대했던 전망대는 높은 곳에서 주위가 내려다보이는 그런 형태였는데, 아쉽게도 가라스지마 전망대는 조금 높은 언덕에 정자를 만들어 둔 정도였다. 뒤쪽의 화산, 앞쪽의 바다와 그 너머의 가고시마 시내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야 했을  텐데, 사쿠라지마 화산 쪽의 나무들이 무성히 자란 탓에 화산 전망을 가려 아쉬웠다. 




다행히 정자나 아래쪽 버스정류장 근처에 앉아 있을 곳이 있어 땡볕에 바로 구워지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아주 멀리서 왔을 것 같은, 흰 피부의 서양인들이 자주 지나가는 것을 구경하면서 버스를 기다렸다가 다음 전망대인 유노히라 전망대로 갔다. 




나무에 가려진 사쿠라지마 화산 전망이 아쉬웠던 가라스지마 전망대




가라스지마 전망대에서 출발해 다음 전망대인 유노히라 전망대로 가는 버스는 중간중간 주택지와 다른 버스정류장들을 거쳐가며, 굽이굽이 산길을 올라갔다. 일단 전망대가 위에 있다는 것은 전망이 좋다는 것이니, 기대가 되었다. 




유노히라 전망대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내려 보니, 내가 생각했던 그런 전망대가 있었다. 뒤쪽에 아무것도 가리지 않고 보이는 사쿠라지마 화산, 그리고 그 반대편의 가고시마 근처 바다. 




유노히라 전망대는 안쪽에 있는 매점과 함께 위쪽의 외부 공간을 둘러볼 수 있는 작은 건물로 되어 있어서, 외부를 돌면서 주위를 편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가고시마에서 사쿠라지마 섬으로 오는 동안에는 몇 번 구름이 오가서 불안했던 사쿠라지마 화산의 전망이, 다행히 훨씬 나아졌다. 작은 구름 몇 개가 끝에 조금 걸려 있었지만, 이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사쿠라지마 화산의 상단이 잘 보이는 유노히라 전망대




다행히 비교적 깔끔하게, 화산의 모습이 잘 보였다




화산 봉우리 가까운 곳에 있던, 관측소로 보이는 건물




화산 쪽에는 아무리 봐도 인공 구조물로 보이는 것이 있었는데, 멀리서 봐도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얼마나 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마 화산이 분화했을 때 생기는 산사태 같은 것을 막기 위해 존재하는 걸까 싶었다. 




사쿠라지마 화산 쪽의 전망도 좋았지만, 그 반대편의 바다 전망도 좋아서 한참을 바라봤다. 가고시마 주위의 바다는 어느 곳은 열대 지방의 그것처럼 옅은 파란색이었고, 또 어느 곳은 깊은지 짙은 남색이었다. 바다 너머로는 언덕 위로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원래 사쿠라지마 화산 근처의 바다는 바다가 아니었다고 한다. 대략 2만년 전 사쿠라지마를 포함한 거대한 화산이 폭발하면서 그 공간에 바닷물이 들어와 지금의 사쿠라지마 근처의 바다가 생겼다고 한다. 2만년 전 사쿠라지마와 그 근처의 모습은 어땠을까. 문득 그 모습이 궁금해졌다. 




사쿠라지마 화산 반대편 전망도 탁 트여 보기 좋았다




깊이가 다른지, 구름의 그림자인지, 다양한 색을 보여주던 바다




가고시마 시내 쪽 방향. 가고시마 수족관과 페리도 보인다




산 능선 위쪽에서 돌아가던 풍력발전소와 그 위의 구름들




얼추 전망대 구경을 마치고 매점 안에 들어가 버스가 오기까지의 시간을 기다렸다. 사쿠라지마의 특산물인 귤을 이용한 맥주와 진을 팔고 있었는데, 맥주를 한번 먹어 보니 맛이 아주 좋았다. 적절하게 어울리는 귤의 단맛이, 과하게 올라오지 않아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귤로 만든 진도 작은 것 한 병을 샀는데, 나중에 숙소에 돌아와 마시니 귤의 청량한 향기가 잘 살아있어 좋았다. 언젠간 다시 가고시마에 간다면, 귤로 만든 진을 꼭 한 병 큰 것으로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매점에서 먹었던 귤 맥주는 맛있었고, 나중에 마신 귤 진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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