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의 아쿠아리움
가고시마의 명물인 사쿠라지마 화산을 구경하고 나서, 생각보다 일찍 가고시마로 돌아왔다. 원래 계획은 사쿠라지마 화산을 하루 종일 구경하는 것이었지만, 내가 실제로 돌아볼 수 있는 곳에 제한이 있어 4시간 정도의 일정만 있으면 충분했던 것이다.
조금 일찍 다시 가고시마 페리 터미널로 돌아와서 뭘 할까 하다가, 나중에 시간을 따로 내 다른 날에 가보려 했던 가고시마 수족관을 가 보기로 했다.
사실 나는 수족관을 좋아해서 볼만한 수족관이 있다면 열심히 찾아다니는 편인데, 가고시마 수족관도 구성이 괜찮다고 해서 기대가 되었다. 터미널 바로 옆이 수족관이라 조금만 걸어가니 바로 도착할 수 있었다.
표를 끊고 안쪽으로 들어가려 하니, 입구 쪽에서 어떤 노인이 갑자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사방팔방에서 직원들이 몰려들었다. 그 모습이 어쩐지 내가 몇 번 봤던 익숙한 모습 같아서, 여기나 저기나 사람사는 것은 똑같구나 싶었다.
여하튼, 가고시마 아쿠아리움은 맨 처음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수족관의 상층부로 올라가 관람을 시작하며 내려오는 형태로 되어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니, 바로 앞에 거대한 수족관이 있었다. 수족관은 사이즈가 영화관의 스크린 만한 것 같아서, 한눈에 다 담으려면 꽤 뒤로 가거나 구석에서 바라봐야 했다.
가고시마의 아쿠아리움에서는 참치를 볼 수 있다는 말에 참치가 어디 있을까 해서 열심히 찾아봤는데, 맨 처음엔 잘 몰랐지만 자세히 보니 바쁘게 돌아다니는 참치가 보였다. 사진을 찍고 싶어 열심히 셔터를 눌러 보았지만 참치가 너무 빠르게 돌아다니는 탓에 사진을 찍기 쉽지 않았다.
사진과 영상을 좀 찍고 나서 수족관을 따라 걸어가니 바로 앞쪽에는 수족관이 머리 위로 이어지게 구성을 해 둬서, 머리 위쪽으로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참치도 종종 머리 위로 지나가는데, 내가 생각한 것 만큼 큰 사이즈의 참치는 아니었지만 살아 헤엄치는 참치는 처음 보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전시관은 단순한 형태로 되어 있어서 앞으로 계속해서 걸어가면서 주위를 구경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가족 단위의 손님이 많아 보여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있어 좋았다.
맨 처음에 봤던 만큼 큰 수족관은 없는 듯 했지만, 작은 수족관도 예쁘게 잘 꾸며둔 것이 많았다. 안쪽에서 돌고래 쇼나 물고기 먹이주기, 전기뱀장어 먹이주기 같은 시연도 있었다. 운 좋게 전기뱀장어 먹이주기를 볼 수 있었는데, 전기뱀장어에 먹이를 줄 때 표시된 전력 수치가 올라가면서 전기 효과음이 나는 것이 문득 과연 진짜 전기뱀장어일까 하는 짖궂은 생각도 들었다.
이쯤 보면 다 끝나지 않았을까 싶은 때에도 계속해서 수족관이 이어져, 생각보다 큰 규모로 계속해서 볼거리가 이어졌다. 마지막 즈음 되니 단순히 수족관에 물고기만 둔 것이 아니라 슾지대의 맹그로브 나무와 뻘을 조성해 둔 것도 있어서 뻘 위에서 돌아다니는 망둥어 같은 생선도 볼 수 있었다.
중간에 바다 쓰레기가 바다 밑에서 어떻게 해양생물들에게 이용되는지 전시해 둔 것도 있었는데, 폐타이어나 페트병 같은 것에 해초나 따개비 같은 것들이 자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마지막에는 인상깊은 것이 있었는데, 아무것도 없이 바닷물에 기포만 올라오는 수족관을 하나 만들어 둔 것이었다. 원래 번거로워서 설명을 하나하나 읽지 않지만 그 설명은 읽어 봤었는데, 우리의 후손에게 이런 아무것도 없는 바다를 남겨줄 수 없으니 우리는 이 바다를 잘 보존해서 넘겨주어야 한다 라는 내용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잠깐 생각에 잠겼던 것 같다. 나중에 오랜 시간이 지나면 바다에는 결국 그 어떤 생물도 남아있지 않게 되지 않을까. 그때 가고시마는 어떤 모습이고 사쿠라지마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알 수 없고 볼 수도 없는 미래가 문득 궁금해졌다.
아쿠아리움 밖에는 돌고래가 자유롭게 활동하는 외부 수족관이 있다고 했는데, 운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시간을 잘 못 맞춘 것인지 돌고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텅 비어버린 수족관으로 나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 규모와 기대했던 것에 비해 훨씬 구경할 것이 많았던 가고시마 아쿠아리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