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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Jan 16. 2024

관람차는 생각보다 무섭다

가고시마 역 근처의 회전관람차

가고시마 수족관을 구경하고 나서 시간 맞춰 역 근처의 회전관람차를 구경할 생각이었다. 원래는 다른 날 가려고 했지만, 사쿠라지마 섬에서의 구경이 일찍 끝나고 아쿠아리움 구경까지 빨리 끝나, 저녁 먹고 조금 쉬었다가 회전관람차를 구경하면 딱이었다. 저녁은 역 근처의 쇼핑몰 지하에 있는 면 요리를 먹었는데, 메뉴판에 보니 소바와 그냥 하얀 면이 함께 나오는 것이 있어서 그것을 먹었다. 우동면이 조금 얇은 것이 마치 칼국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주방이 보이는 자리에서 면 요리를 먹으며 손님들과 주방 안을 구경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포장으로 사 가는 것을 보니 꽤 인기가 있는 가게인가 싶었다.




 

저녁으로 먹었던 면 요리 가게의 소바와 우동면




저녁을 먹고 나서는 역 근처의 쇼핑몰을 구경하다가 스타벅스에 들어가 쉬었는데, 스타벅스 중 역에서부터 시작해 사쿠라지마까지 쭉 이어지는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해가 질 때즘에 관람차를 보러 올라가면 좋을거라는 생각에 그때 일본 스타벅스에서 유행한다는 복숭아 음료를 먹으면서 잠시 숨을 돌렸다. 오전부터 시작해 오후까지는 군데군데 구름이 있긴 했는데, 저녁에는 비교적 날씨가 더 맑아지는지 하늘이 깔끔해지고 사쿠라지마 화산섬의 산골짜기가 선명하게 잘 보였다.




맨 처음에 왔을 때 전망대에서 저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이날의 날씨라면 꽤 괜찮은 편이겠지 생각했다. 사진과 영상을 찍으면서 얼마 되지 않는 시간, 본격적으로 노을이 보이기를 기다렸다.




가고시마 역 근처에서 보이는, 먼 곳 앞쪽의 사쿠라지마 화산




관람차는 가고시마 역 근처의 쇼핑몰 위에 있었는데, 혹시라도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을까 하는 생각에 불안했지만 다행히 위로 올라가니 아무도 없어 바로 관람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 사실 마지막으로 관람차를 탄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고등학교때 학교 활동으로 일본에 갔을 때 친구와 탔을 때였을까? 관람차를 타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생각보다 탈 일이 없었다.




그런데 관람차를 타는 것은 생각보다 옛날 방식인 것 같아서, 계속해서 움직이는 관람차에 올라타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다. 직원이 움직이는 관람차의 캡슐 문을 재빨리 열어주면, 멈추지 않는 관람차 캡슐 안에 재빨리 뛰어들어간다. 그러고 나면 직원이 밖에서 문을 잠궈 주고, 그러면 관람차는 아주 천천히 한 바퀴를 돈다. 캡슐을 주렁주렁 달고 덜컹덜컹 움직이며 캡슐이 천천히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




캡슐이 올라가기 시작할 때까지의 전망은 아주 좋았다. 저녁이 되면서 날이 더 맑아졌는데, 가고시마 역 주위의 전망이 깔끔하게 보였다. 사쿠라지마 화산 쪽의 전망은 노을의 빛을 받아 은은한 주황색으로 뒤덮였고, 그 반대편은 해가 지는 쪽이라 노을 빛으로 환하게 밝아졌다. 노을빛 아래의 도시에도 네온사인과 간판, 자동차 불빛 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관람차를 타고 올라가면서 봤던 사쿠라지마 화산 쪽 전망




도시의 가로등에도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노을과 함께 밤하늘이 찾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관람차에 매달린 캡슐에 들어가서, 캡슐이 가장 위쪽까지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다 보니 이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한 것이 있었다. 캡슐은 생각보다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무방비로 관람차에 달려 있는 것 같아서, 말 그대로 관람차에 주렁주렁 매달려서 위로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덜컹거리고, 정말 사소한 진동만 있어도 캡슐이 툭 하고 떨어져서 나무에서 떨어지는 과일마냥 지상으로 곤두박질 칠 것 같았다. 바람이 크게 불어서 캡슐이 덜컹거릴 때마다 이거 안전한 걸까 괜찮은 걸까 하는 묘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전망은 너무 멋있었지만, 두꺼운 유리창으로 가로막힌 전망대나 비행기 안이 아니고 밖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약간은 무서웠다. 회전관람차가 돌아갈 때 캡슐이 조금씩 끼긱거리는데, 그렇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했다. 캡슐이 최고조에 달했다가 이제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할 때, 적당히 보았으니 이제 빨리 내려가서 나가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사쿠라지마 화산 반대편은 노을이 지는 쪽이라, 짙은 구름 너머로 노을이 밝았다




어두운 도시에서 밝아져 오던 가게의 간판들




관람차에서 내려오고 나니 뭔가 조금 아쉬웠다. 관람차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도 멋진 전망인데, 관람차 위에서는 관람차를 볼 수 없었다. 관람차가 잘 보일 만한 고싱 어딜까 해서 주위를 돌아보니, 맞은편에 백화점이 하나 있었다. 위쪽은 백화점이 아닌 것 같았지만 엘레베이터 층 수 안내를 보니 위쪽은 지역 커뮤니티 센터 같은 것이 있는 듯 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위쪽으로 올라가 보니 체육관과 대강당 같은 것이 있는 공간이었다. 영업시간이 따로 적혀 있는 것이 그 안에만 돌아보고 나가면 될 것 같았다. 이곳의 창문이 가고시마 역 쪽으로 나 있었는데, 회전관람차가 돌아가는 것을 깔끔하게 볼 수 있었다. 해가 지고 나서 직후는 아직 하늘이 노을로 붉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어두워지며 도시의 빛이 밝아졌다. 중간에 내리는 비가 창문에 흐르기도 했다.




해가 지고 나서 얼마 남지 않은 노을이 사라지기 직전, 점점 밝아지는 도시의 빛 사이에서 노을의 마지막은 유난히 더 선명해지는 것 같았다.




가고시마 역 앞의 광장과 함께 보이는 관람차




저 먼 곳에서 사라지고 있었을, 선명한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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