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현준 Jan 21. 2024

가고시마의 음식들

여행은 맛있게 먹는게 최고...맞죠?

가고시마에 있으면서 이런저런 음식을 먹었다. 혼자 여행 다니다 보니 음식점에 여러 사람들이 들어가서 다양한 메뉴를 주문해 먹는 것은 할 수 없어도, 가 보고 싶은 음식들에 꼬박꼬박 들어가서 먹어 보고 싶은 것을 사먹으려 했다. 어디에 뭐가 유명하다더라 이거는 꼭 먹어야 한다더라 이런건 잘 모르지만, 그냥 느낌 닿는 대로 맛있는 것을 먹어 보고 싶었다. 물론 말은 느낌 닿는 대로! 라고 하지만, 일본어 못하는 나에게는 본능적으로 여기 들어간다면 주문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라는 가게를 선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하튼 가고시마에 있는 날 중 하루는 저녁에 번화가 쪽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싶었는데, 가고시마의 밤거리는 그 일본 특유의 밤거리 문화가 있는 곳이었다. 번화가에 사람들이 북적이고 활기찬 큰 거리가 있고, 뒤쪽에는 뒷골목이 있다. 그 뒷골목에는 인기 있는 로컬 가게인 듯 보이는 라멘집이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유흥업소가 있다. 그 유흥업소 옆에는 야키니쿠 집이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또 유흥업소가 있다. 이런 골목이 쭉 있고, 길거리에는 이 모든 가게의 직원이 나와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아 이런 곳도 있구나 하는 느낌이었지만 거기에서 밥을 먹기에는 뭔가 내 담력이 크게 대단하지 않아서,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을 열심히 찾아다녔지만 내가 생각하는 괜찮은 분위기거나 혹은 내가 주문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음식점은 거의 찾을 수 없었다. 가로등이 하나도 없는 어둑어둑한 골목도 한번 지나가보고 나서, 결국엔 다시 큰길가로 돌아왔었다. 뭔가 큰 길가에 있는 음식점은 특별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골목 뒤쪽의 음식점으로 가려 했지만, 결국 내가 그날 저녁에 들어간 가게는 큰 골목에 있는 작은 음식점이었다.




거의 마감할 시간이 되었는지 내부에는 어떤 양복 입은 아저씨 한 명이 야끼소바에 맥주를 마시고 있었던 것 같다. 나도 맥주를 주문하고 꼬치구이를 먹다가 뭔가 다른 메뉴가 먹어보고 싶어 닭고기 회를 먹어 보았다. 신선하게 도축한 닭고기만 회로 먹을 수 있어서 나는 여태 먹어 본 적이 없었다. 신기한 맛이었지만 또 기대한 것 이상의 엄청난 느낌은 또 아니었기에, 아 이런 느낌이구나 하고 먹어 보았었다. 어둑어둑한 가게 안 틀어져 있는 텔레비전에서는 내가 아는 유명한 만화가 나와서 한적한 분위기를 즐기며 천천히 남은 맥주를 마셨다.




큰 길가의 가게는 들어가지 말아야지 생각했지만 결국 큰 길가의 가게에 들어가 주문했던 맥주




맥주와 먹었던 꼬치구이




신기한 느낌에 시켜보았던 닭 회는 생각보다 크게 특별하지는 않았다




티비에서는 내가 알고 있는 만화가 더빙으로 방영되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또 숙소까지 돌아가는 길에, 뭔가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다. 이날은 저녁을 맛있게 먹을 생각에 제대로 된 끼니를 먹지 않았던 것 같아, 더 먹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숙소에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재미있어 보이는 먹을거리들을 샀다. 편의점 음식은 포장에 영어로 설명이 적혀 있어서 아주 좋았다. 숙소에 부엌은 없었지만 공용공간과 함께 전자레인지가 있어서, 노트북에 전원을 연결해 작업을 하면서 음식과 술을 먹을 수 있었다.




마침 사쿠라지마 섬 구경을 하면서 샀던 작은 사이즈의 귤 진을 먹으면 아주 좋겠다 싶어, 얼음컵과 소다를 사서 진과 함께 타 먹었다. 전자레인지에 데운 소세지와 돼지고기는 한번 술과 먹기에 딱 적당한 양이었다. 전자레인지에서 데운 편의점 음식과 술을 탁자 위에 펼쳐놓는데,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도 편의점 음식을 먹지 않은지 정말 오래되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이때 편의점 음식과 함께 먹었던 사쿠라지마의 귤 진이, 귤 향이 아주 좋아서 한병 살 걸 하는 생각에 아쉬웠다.




편의점 음식과 함께 먹었던, 사쿠라지마의 귤 진




간단한 구성이었지만 다들 맛있는 음식이라 마음에 들었다




여행을 하는 동안 아침은 잘 챙겨먹으면 좋다는 생각에 아침은 근처의 카페에서 먹거나 밥집에서 먹곤 했다. 구글 지도로 괜찮아 보이는 밥집을 찾아다녔는데 숙소 근처에 괜찮은 우동 소바 집이 있었다. 숙소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있는 번화가와는 반대방향으로, 가고시마 시청이 있는 곳 근처였다. 이 근처는 사람들이 많아서 시끌벅적 하지는 않았지만, 골목 사이사이에 음식점이 많았다. 하루는 이곳의 어느 우동 가게에서 아침을 먹었다.




들어가서 튀김과 소고기가 올라간 우동을 주문하려 하니 일본어로 뭐라고 말해주시는데, 잘 몰라서 괜찮다고 하니 서비스 라고 말해주셨다. 다른건 몰라도 서비스 라는 말은 기똥차게 알아듣고 그렇다면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주방 안쪽이 다 보이는 내가 좋아하는 자리에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니, 굵은 면과 차가운 육수 위에 소고기와 새우튀김이 올라간 우동이 나왔다.




조용한 가게 분위기와 함께 동네 밥집과 같은 소박함이 좋아서, 가고시마에서 아침을 먹었던 장소들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간단하게 먹는 커피와 빵 아침도 좋지만, 전통적인 면이나 밥도 좋은 선택이었다.




우동집 자리에 앉으니 앞쪽에 쌓여 있던 그릇들




새우튀김과 소고기가 올라간 냉우동




가고시마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흥미가 생겨 들어가 보았던 카페도 있었다. 골목길 안, 작은 부지를 통째로 쓰는데 예쁜 건물과 작은 정원 구역까지 가지고 있어 어떤 곳인지 궁금해졌다. 왔다갔다 하면서 시간이 있어, 들어가서 밖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케이크와 타르트, 커피를 먹어 보았다. 이때 나는 맛있는 샤인머스캣을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것저것을 사먹어 보고 있었는데 다들 내가 생각한 것과 맛이 달라 좀 아쉬웠다.




그래도 여유 있는 카페 내부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먹으며 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맛있는 샤인머스캣을 찾던 내 기대와는 조금 달라 아쉬웠지만, 한적한 휴식은 좋았던 카페




하루의 저녁은 가고시마에서 유명한 흑돼지를 먹어 볼 생각으로, 근처에 알아봐 두었던 가게를 갔다. 몇 번 근처를 돌아다닐때 보니 사람이 많아서, 혹시 내가 가면 줄이 없을까 했지만 아쉽게도 줄이 있었다. 다행인 것은 나는 혼자 갔기 때문에 자리가 생기니 바로 들어가 앉을 수 있다는 것이고, 이번에도 부엌 안쪽이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요리 하는 것을 구경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가고시마는 흑돼지가 유명하고 흑돼지로 만든 샤브샤브나 돈카츠를 먹어 보라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샤브샤브는 보통 2인 기준으로 먹는 요리이니 아마 못 먹겠지 싶어 돈카츠만 먹을 생각으로 들어갔었다. 그런데 예상 외로 1인 샤브샤브 주문이 가능해, 맛이 어떨까 궁금하던 흑돼지 샤브샤브를 먹어볼 수 있었다. 신선한 고기에서는 생각보다 돼지 냄새가 나지 않았지만, 요리 자체의 느낌은 샤브샤브의 그것이라 익숙한 느낌이었다.




다행히 작은 사이즈로 주문할 수 있어서 주저하지 않고 먹어 보았던 흑돼지 돈카츠도 잘 튀겨서 완성한 돈카츠 요리 느낌으로, 생각해 보니 일본에서 본토 돈카츠를 먹는 것은 정말 오랜만 아닌가 싶었다. 사실 언제가 처음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아주 오래 전 동생과 먹었던 것은 분홍색 어육소세지를 튀긴 햄카츠였으니 돈카츠라고 말 하면 안될 것 같았다.




샤브샤브에 돈카츠까지 먹고 나니 배가 꽤 불렀지만, 뭔가 고기 느낌 나는 요리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돼지고기 볶음도 한번 주문해 먹어 보았다. 아마 항정살 볶음이었던 것 같은데, 튀기거나 데친 고기가 아니라 제대로 구운 고기를 먹는 생각에 역시 고기는 볶거나 구워야 맛있다 하고 생각했다. 일본 음식점들은 실내 흡연이 가능한 곳이 많아 의도치 않게 간접흡연을 할 수도 있는데, 다행히 내가 음식을 먹는 동안에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다.




못 먹는 줄 알았지만, 운 좋게 먹을 수 있었던 가고시마 흑돼지 샤브샤브




작은 사이즈의 돈카츠도 먹어 보았다




고기는 역시 볶거나 구워야 한다는걸 느꼈던 돼지고기 볶음




가고시마 흑돼지 요리를 먹고 나서 가게를 나서니, 한산해진 밤거리에 가로등만 밝았다. 가고시마의 마지막 밤은 아니었고 아직은 더 챙겨먹을 시간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꽤 잘 먹고 다녔구나 하는 생각에 만족스러웠다.




한산했던 가고시마의 밤거리




                    

작가의 이전글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인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