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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Feb 11. 2024

명동에 온 외국인이 이런 기분일까

한국인이 더 많은 후쿠오카타워

태풍이 갑자기 서쪽으로 진로를 꺾어 올라오고 있던 탓에, 가고시마의 일정을 빨리 마무리 하고 후쿠오카로 올라왔다. 태풍이 갑자기 더 빨리 북상하기 시작하면 주저하지 않고 비행기를 탈 생각이었지만, 아직까지는 예정대로 비행기를 타고 귀국할 생각이었기에 며칠의 시간이 있었다. 그동안 후쿠오카 구경을 하면서 이전에 못 가 본 곳들을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꼭 가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곳이 하나 있었다. 도시 전망을 구경할 수 있는 높은 건물이었다.




일전에 동생과 후쿠오카에 왔을 때도 전망대를 가 보고 싶었지만, 동생은 전망대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다가 저녁에 일정을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하여 숙소에서 쉬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꼭 후쿠오카의 전망대를 가 보기로 했다. 후쿠오카에 머무는 동안 숙소로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했는데, 단가가 조금 높지만 정말 오랜만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들을 모두 갖춘 호스텔이라 반가웠다. 직원과 영어로 대화하는 것도 문제가 없어 이런저런 것들을 다양하게 물어볼 수 있었는데, 내가 미리 알아본 두 곳의 전망대 중 어느 곳이 괜찮은지 물어보았다. 직원이 추천해 준 전망대는 숙소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후쿠오카타워 였다. 근처에 해변도 있어서 현지인들도 찾는 명소라나.




적당히 구경을 하다가 해가 질 때쯤 되면 조금 일찍 가서 해변 구경을 하고 타워를 올라가려 했는데, 해가 질 때쯤 가면 구경할 수 있는 것이 적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해가 지고 있을 때 타워 위에 올라가 있어야 노을과 야경을 구경하는데, 그 시간을 맞추려면 예정보다 훨씬 일찍 타워에 도착해야 했던 것이다. 게다가 해 지는 시간을 맞추려 하니 퇴근 시간대에 버스를 타고 후쿠오카타워 쪽으로 향하는데, 퇴근 시간대라 그런지 가는 길이 엄청나게 막혔다. 결국 해 보고 싶었던 해변 구경은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바로 타워 위로 올라갔다.




저녁 시간에 타워에 올라가려는 사람들이 한가득 아닐까 싶었던 내 걱정과는 다르게, 다행히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아 잠깐의 기다림 끝에 타워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후쿠오카 타워는 생각보다 높은 곳이었는데 한참을 엘레베이터로 올라가니 타워 주위 통창을 통해 밖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왔다. 해가 막 지기 시작하는 때 쯤에 올라가서, 하늘은 조금씩 노을로 물들고 있었다. 아래쪽을 보니, 돌아보고 싶었던 모래사장도 있었다. 아예 아주 일찍 와서 모래사장 구경도 하고 근처 다른 곳들도 구경한 뒤 타워에 올라가도 좋겠다 싶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던 후쿠오카타워 밖 모습




후쿠오카 타워 전망대 안에는 외국인이 정말 많았다. 맨 처음에 도착했을 때는 그곳에 있는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은 외국인 이었고, 그 외국인 중에 대부분은 한국인인듯 보였다. 해가 지기 시작하고 밤이 찾아오면서 후쿠오카타워 안에는 사람이 더 많아졌는데, 이제는 한 열명 중에 일곱 명은 한국사람 같았다. 밤이 찾아오고 후쿠오카타워 전망대 구석진 곳에 있는 포토존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서로서로 구체적으로 사진을 이렇게 찍어주세요 저렇게 찍어주세요 하면서 아주 성심성의껏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주위에서 한국어가 한가득 들려오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문득 명동에 온 외국인이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외국인들에게 유명한 관광지이다 보니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그곳에서, 똑같은 여행자들이 바글거리는 그 곳에 서 있는 외국인이 아마 그런 기분이었을까. 아주 옛날에 동생과 오사카를 갔을 때도 이런 기분이었지만, 아무래도 후쿠오카타워는 좁은 전망대 안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게 몰려 있다보니 주위에 같은 한국인 여행자들이 몰려있다는 것이 더 실감이 나는 듯 했다.




한국인가, 일본인가, 명동인가, 외국인가 하는 생각에 재미있는 분위기를 느끼며 천천히 어둠이 찾아오는 도시를 구경했다. 저 멀리 있는 산 아래로 펼쳐진 도시와 반대편에 있는 바다는 밤이 찾아오자 다른 분위기로 빛났다. 이런저런 볼거리가 많아 구경하기 좋았다. 평소대로라면 절대 하지 않는 동전 망원경에도 동전을 넣고 구경해 보았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난 후의 바다 쪽 전망




후쿠오카타워에서 멋진 야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후쿠오카타워에서 내려갈 때는 두 층을 걸어서 내려간 다음 엘레베이터를 타야 했는데, 중간에 음식점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조용하게 밖을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고 영상도 찍고 싶다면,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의 전망대는 정말 북적거리고 정신없어서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음식점이 궁금해서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예약까지 할 수 있었다. 조용한 분위기의 전망 구경을 하고 싶다면 다음번에는 음식점을 예약하는게 낫겠다 싶었다.




올라오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시간이 더 오래 걸렸던 후쿠오카타워를 다시 내려오고 나니, 한밤중의 야경을 보려는 사람들이 엘레베이터 앞에 길게 줄을 서 있었다. 타워 밖으로 나오니 펼쳐진 광장은 곳곳에 가로등만 켜져 있고 한산해서, 문득 궁금해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하나 뽑아 먹었다.




다음 번에는 해변 구경을 해 봐도 좋겠다 생각하며, 가까운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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