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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Mar 04. 2024

시간 남을때 뭐하세요

일과 취미의 사이 어딘가 

최근에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 남을 때 뭐하세요 라는 질문을 받았다. 내가 시간 남을 때 하는게 뭘까 생각해보니, 요리도 좋아하고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시덥잖은 것들을 검색하거나 하는 것이었다. 가 보고 싶었던 카페에 가거나 길 가다가 멈추고 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요리 하는 것도 좋아하고, 아무 생각 없이 인터넷 검색하거나 유튜브 보기도 하고, 카페 가고 사진 찍기도 한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나중에 질문을 다시 생각해 보니, 시간 남을 때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생각이 들었다. 보통 시간 남을 때 하는 것은 취미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는 과정에서 소소한 만족감과 성취감을 얻기 위해 계속해 나가는 것들. 중요한 일들을 마치고 나서, 남는 시간에 하는 것. 그런 것이 취미일 것이다. 누구는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고, 아니면 운동을 하거나 또 다른 무언가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시간이 남을 때 라는 것이 조금 이상했다. 내가 취미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대부분 내가 그것을 하기 위해 시간을 계획해서 하고 있는 것들이지, 남는 시간에 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남는 시간에 하는 것이 취미라면 내가 하는 취미들은 남는 시간에 하는 것이 아니었다. 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미리 재료를 사고 시간 계획을 해야 한다. 카페를 가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떤 곳에 가고 어떤 사진을 찍고 어떤 글을 쓸지 미리 생각하고 시간을 빼 둬야 한다. 남는 시간이 아니라, 만든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럼 진짜 남는 시간에 하는 것이 무엇일까?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가면서 버스 안에서 시간이 남아서 인터넷에서 이전에 내가 궁금했던 것을 찾아보는 것, 그런 것이 진짜 시간이 남아서 하는 것일까. 주말에 볼 예정인 영화가 있어서, 그 영화의 평점은 어떤지 이전에 감독은 어떤 영화를 만들었는지, 장르는 어떤지 같은 것들. 굳이 검색할 필요는 없지만 한번 궁금해서 찾아보는 그런 정보들을 검색하는 것이 정말 시간이 남아서 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 내 취미는 인터넷 검색인가? 하지만 취미를 인터넷 검색이라고 하기에는 또 조금 이상한 것 같았다. 




아니면 집에서 이런저런 작업을 할 때 중간에 잠깐 시간이 생기고 한 숨 돌릴 때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영상 중 흥미 있는 것들을 보는 것, 그것도 시간이 남을 때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궁금한 요리의 제조 영상을 찾아 보거나, 구독은 하고 있지 않아도 관심있게 보고 있는 사람의 영상이 올라오거나 하는 것을 보는 것. 그런데 아무런 특정 주제도 없이 단순히 유튜브를 보는 것에 가까운 행위를, 취미라고 하기엔 또 그렇다.




내가 지금 취미라고 하고 있는 것들은 어느정도의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예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는 것들밖에 없다. 갔다온 장소에 대한 기록으로 블로그 하기. 생각을 정리해서 글 쓰기. 다른 사람들과 함께 베이킹 하기. 만들어 보고 싶었던 요리 하기. 여행을 갔다 오거나 새로운 경험을 하고 나서 영상으로 만들어 남기기. 취미라고 하기엔 무겁고, 일이라고 하기엔 돈이 안 되는 것들. 




그때 시간 남을 때 뭐 하냐는 말을 듣고 나서 순간 대답하기를 주저했던 것은, 내가 취미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나에게는 더이상 취미가 아니라 일과 취미 사이의 경계에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내가 취미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게 정말 나에게 순수한 취미인가 싶었기 때문에. 




취미가 어느 순간부터, 일과 취미의 사이에 있게 되었다. 2023 12, 서울 청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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