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현준 Apr 09. 2024

생각보다 빨리 찾은 괜찮은 곳

충무로 도보 5분거리

원하는 공간에 대한 조건은 구체적으로 정리했고, 나는 이제 본격적으로 매물을 찾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맨 처음엔 아무것도 알지 못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다 보니 추진력이 떨어졌지만, 네X버 부동산에 정리된 매물 정보를 찾다 보니 매물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게 되었다. 다행히 그 이후로 방향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매물을 찾으러 다닐 수 있었다.




그때 나는 매물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 전단지를 만든 뒤 보이는 모든 부동산에 방문해 매물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었다. 괜찮은 매물이 있다면서 바로 나가서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는데, 실제로 내가 괜찮다고 생각한 매물인지 아닌지와는 별개로 사진을 찍어서 나중에 정리해 두었다. 내가 원래 원하던 장소인 을지로3가와 충무로 쪽 근처의 매물들을 찾으면서 이곳저곳 매물을 찾아 돌아다녔다.




꽤 많은 매물을 봤지만 내가 생각한 조건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화장실이 별로거나, 공간 구성이 좋지 않거나, 상하수도가 없거나, 엘레베이터가 없는 고층이거나. 하지만 부동한 한 곳이라도 더 돌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으니, 지도에 부동산을 검색해서 나오는 것과 길거리에 부동산 간판이 있는 곳은 다 찾아서 들어가 보았다. 그러다가 부동산 한 곳을 찾았는데, 길거리에 있는 부동산 입간판을 보고 알게 된 곳이었다. 지도에 검색되지 않는 것을 보니, 내가 그 입간판을 보고 들어가지 않았다면 있는지도 모를 부동산이었다.




건물 안에 있는 작은 창고 같은 공간 안에는 부동산 사장님이 돋보기로 신문을 읽거나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준비한 전단지를 드리면서 이러한 매물을 찾고 있는데 있으시면 나중에 연락을 달라고 했다. 사장님은 지금 괜찮은 매물이 있다면서 보러 가자고 하셨고, 나는 큰 기대 없이 함께 매물을 보러 나갔다.




사장님이 말한 매물은 두 가지였는데, 한 곳은 충무로 역에서 조금 걸어가면 안쪽에 있는 4층 건물이었다. 일단 엘레베이터가 없어서 짐을 어떻게 올려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고, 외부에 있는 화장실은 깔끔하다고 하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아래쪽에는 노래방이 있었는데,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분위기일 것 같아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다음 매물은 좀 더 충무로 역에서 가까웠는데, 4층 건물의 2층에 있었다. 1층은 노가리집이라 시끄러울 수는 있지만 내가 의도한 공간을 생각하면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진 않았다. 안쪽 공간은 일자로 쭉 뻗어 있는 공간이었는데, 쓰기가 애매한 공간이 있긴 했지만 일전에 이용했던 곳들에 비교하면 꽤 넓은 편이었다. 좋은 점은 남향 창문이 크게 있다는 것이었는데, 채광이 좋았다. 앞쪽에 공사장 공터가 있어서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뷰가 있었지만, 밖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도 볼 수 있고 주위에는 음식점 위주로 가게들이 있어서 분위기도 나쁘지 않을 듯 했다.




내부 공간의 넓이와는 별개로 공간 구성도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었는데, 주로 쓰이는 공간이 있고 그 뒤쪽으로는 작은 세면대가 있는 공간이 있었다. 화장실은 그 안쪽이었는데, 모두가 벽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내부 공간은 창고로도 쓸 수 있고,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가려주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산도 내가 생각한 것과 딱 맞았던 나는 그 공간이 이전에 어떤 곳이었는지 물어보았다. 부동산 사장님은 그 공간이 이전에는 케이크 가게였다고 했다. 케이크 가게가 이전에 영업을 하고 있었다면 오븐을 들이고 상하수도를 이용해 베이킹 작업을 하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었다.




매물을 충분히 보고 나서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지만, 충무로와 을지로 쪽에서 이 이상의 매물을 찾기는 힘들어 보였다. 안쪽에 화장실이 있다는 것도, 계단 한 층만 올라오면 된다는 것도, 상하수도가 모두 있다는 것도. 현 시점에서 가장 나은 매물이라는 것이, 그날 내가 했던 생각이었다.




충무로에서 도보 5분 거리, 나는 가장 괜찮아 보이는 매물을 발견했다 2023 10, 서울 충무로


작가의 이전글 마라상궈 안 먹던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