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생각대로 안 풀리는 가족 여행
일전 가족끼리의 해외 여행을 갔을 때 대차게 고생했던 것, 그리고 좌우지간 가족끼리 모이면 투닥거린다는 것 때문에 이번 일본 가족 여행을 계획하면서 걱정이 많았던 나는 이번엔 제발 좀 안 싸워보자, 하는 생각으로 이것저것을 준비했다. 구체적인 일정을 미리 알려줘서 기다리거나 시간을 써야 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는 날, 서울에서 출발하는 사람들도 있고 더 멀리서 오는 사람들도 있었기에 느지막히 출발하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1시 즈음 느지막히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서 그런지 이상하게 공항에서 보안 검색대까지 통과하고 나니 시간이 조금 빠듯했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다른 터미널로 가야 했는데, 터미널을 넘어가면 마땅히 밥 먹을 데가 없었다. 사실 나는 비행기 타는 곳 근처의 카페에서 간단한 빵류와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동생과 아빠가 비행기 출발 전 밥을 먹고 가자고 했다. 비행기가 1시 이니 비행기를 타면 배가 고플 것이니,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식을.
사람들로 바글거릴 것이 불 보듯 뻔한 공항 식당가에서 밥을 먹고 출발하려 하다가는 조금 시간이 빡빡할 것 같았는데, 그래도 일본 가기 전에 마지막 식사는 한식을 먹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우세한 듯 했다. 한두달 가는 것도 아니고 며칠 일본 여행 가는데 꼭 한식을 챙겨먹어야 하는가, 비행기 탑승 전 커피 한 잔의 여유는 어디로 갔는가, 싶었지만 그래도 맞춰가는 것이 가족여행 아닌가 싶었다.
음식을 주문하고 나오는데 10분 이상 걸린다는 말에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잘 두드려 보니, 빨리 먹고 가면 괜찮을 것 같아 알겠다 하고 메뉴를 골랐다. 다행히 작은 사이즈의 쌀국수가 있어 국물과 면을 조금 먹을 생각에 주문하니 다른 가족들은 한식 메뉴를 골랐다. 외국 가기 전 한식에 큰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이 나에겐 특별한 의미가 없게 느껴져, 내 입맛이 서구화된 것일까 싶어졌다.
그리고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예정대로 시간이 걸려 나온 음식에 조금 다급하게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다른 터미널로 가서 비행기 앞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줄을 서서 들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것 아닐까 싶었지만 다행히 약간의 시간은 있어서, 비행기 타기 전 마지막으로 화장실에 들렀다.
맨 마지막으로 비행기에 들어가면서 사방팔방에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일은 없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줄의 끝 부분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비행기로 들어갔다. 정말 오랜만의, 해외 가족여행을 떠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