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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Aug 26. 2024

우리는 꼭 저녁을 먹어야만 해

저녁 포함 숙소를 예약하면 생기는 일

정말 오랜만에 4인 가족 해외 여행으로 일본을 가면서, 이번에는 이전에 겪었던 그런 불편한 일이 없도록 준비를 잘 해야겠다 생각했다. 내 의도대로 될 지 안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감정적으로 힘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 보았다.




가족이 다들 떨어져서 살기에, 인천 공항에 집결하고 비행기 타는 시간을 오후 시간대로 맞췄다. 마음 같아선 오전 10시 쯤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싶었는데, 10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려면 7시까지는 공항에 도착하야 하고, 멀리서 오는 사람들은 시간이 더 촉박할 수도 있을 것 같으니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오후 1시 즈음 출발하는 비행기를 예약했더니, 시간은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숙소 체크인이었다. 숙소는 교토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온천 료칸이었는데, 역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고 지정한 시간까지 도착해야만 역까지 타고 갈 수 있는 셔틀을 이용할 수 있었다. 만약 더 늦으면 택시나 도보를 이용해야 했다.




게다가 무엇을 타고 숙소에 가는가는 것은 둘째 문제로, 그 시간에 도착해야만 숙소 예약에 포함된 저녁 식사를 먹을 수 있었다. 숙소 예약에 아침 저녁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후기가 좋았고 일전에 이용해 봤던 비슷한 스타일의 숙소도 가족의 만족도가 높아, 이번에도 해 봐야겠다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후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숙소에 도착하는 것까지는 내가 고려하지 못했기에,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촉박했다. 게다가 사람 많은 공항에서 잘못 내려서 짐 찾고 밖으로 나오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기에 더 그랬다. 하필이면 사람 가득 탄 비행기가 공항에서 출발하기 전 활주로 위에서 허송세월 하면서 기다리다가 출발하는 시간을 보니, 30분 가량 늦어 있었다.




비행기가 뜨고 나서, 어차피 늦게 출발한 것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공항에서 내려서 짐을 찾고 빠르게 입국절차를 마친 뒤에 표를 끊는 동선을 생각하며 졸다 깨다를 반복했다. 출발할 때 흐렸던 한국의 구름을 뚫고 올라온 비행기는 곧 일본 쪽에 도착했다. 맑은 날씨의 일본 상공은 풍경도 좋아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닿고 내리기 시작할 때 시간을 보니, 30분 늦게 출발했는데도 도착하는 시간은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운이 좋다면 좋은 순간이었다.




원래 비행기에서는 천천히 내리자는 생각이지만, 이번에는 빨리 움직여야 하니 가족들에게 조금 빨리 움직이자고 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 우르르 내려 입국 심사를 하러 가는 사이, 어떻게든 빨리 나가기 위해 줄을 바꿨지만 앞쪽에서 손으로 쓴 입국 신고서를 꺼내드는 것을 보는 순간 괜히 바꿨나 싶어졌다. 다행히도 미리 준비해 둔 QR 코드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게 온 가족에게 전달해 둔 상태라, 우리 가족은 20분 정도라는 아주 준수한 시간으로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공항을 빠져나왔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나는 표를 끊으러 가야 했고, 일단 표를 끊고 올 것이니 부모님과 동생은 어디 안 더운 곳에 서 있거나 간식을 사 오거나 화장실을 갔다 오라고 했다. 길게 늘어선 매표기 앞에서 한국에서 미리 산 표를 끊기 위해 기다리고, 표를 순서대로 끊은 다음 다시 표로 자리를 지정한다. 오래 걸리는 것 같아 문제가 있나 구경하러 온 동생에게 좀 있으면 끝난다고 하고 나서, 침착하게 모든 표를 모두 준비해서 가족에게 돌아갔다.




후다닥 개찰구를 통과해서 출발하기 직전의 열차에 도착하니 다행히 조금은 시간이 있어서, 열차 사진을 찍고 나서 바로 가족과 함께 열차에 올랐다. 자리를 잡고 나니 얼마 지나지 않아 열차가 출발하고, 다행히 이 정도 시간이면 숙소에서 지정한 시간까지 역에 도착할 수 있겠다 싶어졌다. 자판기에서 뽑은 녹차를 나눠 마시면서 오사카를 거쳐 교토까지 가면서 쨍한 일본의 날씨 아래 창 밖 구경을 했다.




그렇게 교토에 내려서 주위 구경할 여유도 없이 바로 료칸이 있는 역으로 향해, 시계를 보니 료칸에서 말했던 시간에 딱 맞게 도착해 있었다. 역 안에 있는 전화기를 통해 료칸에 연락할 수 있다고 해서 보니, 표지판에 전화기 하나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전화기를 이용해 알고 있는 모든 일본어를 긁어모아 전화하니, 곧 셔틀이 도착했다. 셔틀에 타고 나니 이걸 도착하네, 하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조금만 늦게 도착했으면 숙소에 택시 타고 도착하고 저녁도 따로 사 먹었어야 했을텐데, 하는 생각에 얼추 걱정했던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린다. 체크인 후 저녁을 먹으러 가니, 다양한 음식을 가지가지 내어줘서 급박하게 도착한 후의 배고픔을 채우기에 딱 좋았다.




오랜만의 해외 가족여행에,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자칫하면 저녁 시간을 넘겨 숙소에 도착할 뻔 했지만, 다행히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2024 07, 일본 시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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