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만 도와주면 된다니까? 진짜로?
인테리어와 내부 공사 중에는 내가 할 수 없는 것이 있고 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전기, 바닥, 가벽과 문 설치 같은 것들은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내부 가구 배치, 조립식 선반 설치, 벽 데코 장식 같은 것들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처음에는 시간을 들여서라도 천천히 혼자 한다, 라는 생각이었고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결국엔 비용지출이 될 것이니 가급적이면 혼자 하려 했다. 게다가, 준비하는 것에는 체계가 없고 순서가 없었다. 짧은 기간 동안 짐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오면 안에다가 정리하고, 무거운 것 있으면 옮기고 할 예정이었다. 엉망진창인 일을 다른 사람과 함께 하자고 하기도 그랬고, 그걸 잘 모르는 사람과 일당 얼마로 구인을 하기도 좀 그랬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혼자 하기에는 양이 좀 많아 보였다. 특히 냉장고나 다른 가전들 등 좀 무게가 되는 물건을 옮기거나, 혹시 무리해서 혼자 하려고 하다가 시간이 필요 이상으로 지체되거나, 사실은 두 명이 필요한 작업임을 알게 되었을 때 진행이 바로 멈춰버리는 것을 생각하니 꽤 골치가 아팠다. 그래서 결국 누군가와는 같이 해야겠다 싶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잘 모르는 사람과 두서없는 일을 같이 하자고 하긴 그랬고, 또 주위 사람들은 같이 일을 하기엔 적합하지 않았으니까.
그때 문득 떠오른 사람이 있었다. 대학교 때 만난 친구로 서울 밖에서 대학원을 졸업 하고 잠시 서울에서 쉬고 있었는데, 나름 취향이 잘 맞아서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이런저런 도움을 받은 사이였다. 하지만 비록 골격이 다부지고 건강한 친구라고 해도 알고 있는 여자 사람 친구에게 힘 꽤나 쓰는 일 같이 하자고 하는 것은 조금 이상했다.
그래도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서울 안에서 가장 접근성 좋게 올 수 있었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같이 할 수 있을 정도로 신뢰하고 있었는 데다가, 돈만 준다면야 무슨 일이든 하겠다~ 라고 이야기를 해줘서 내부의 남은 작업 대부분을 같이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가장 비중이 컸던 것은 셀프 도배와 내부 비품 옮기기였는데, 아무래도 친구와 같이 일을 하는 매 순간 순간이 돈이 나가는 것이다 보니 하면서 같이 하는게 낫겠다 싶은 것만 같이 하고, 혼자 할 수 있겠다 싶은 것은 모두 나중으로 미뤘다. 원래는 2일 정도만 같이 하려다가, 결국엔 4일 정도 일을 했다.
특히 큰 공사들이 끝나고 비품 도착하는 것을 2일 안에 모두 도착하는 것으로 조율해 두었기에, 2일 동안에는 시간 순서 가리지 않고 비품이 도착해 한가득 문 밖에 쌓였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이거 언제 들여놓냐고 할 정도였다. 일이 끝나고 나면 점심을 먹다가 연락을 받는 경우도 있어서, 점심을 먹다가 수령하러 가야 하는 때도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친구와 함께 문제 없이 대부분의 일들을 셀프로 처리할 수 있어서, 큰 사고 없이 정리를 마칠 수 있었다. 싱크대 쪽 수전을 연결하기 위해 공사를 하러 온 사람이 나와 친구가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더니 일을 하면서 쉬지를 않으시네요 하고 말했던 것이 신기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때는 천장 조명이 아직 정리가 안 되어 해 떨어지기 전에 모든 일을 마무리 해야 했기에 빨리빨리 하고 저녁 먹으러 가자! 라는 느낌이긴 했지만, 둘이서 조립 선반을 맞추며 들었던 그 말이 종종 생각난다.
하지만 선반 조립과 비품 옮기기 등은 비교적 힘들지 않았던 것 같고, 아무래도 가장 힘들었던 것은 세 가지 였다. 셀프로 하겠다고 대책없이 달려들었다가 큰 교훈을 얻은 도배, 템바 보드 부착, 베이킹용 식기 세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