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한여름의 교토 구경하기
옛날 고등학교 때 교토에 간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교토를 간 이후로는 간 적이 없었기에, 그 뒤로는 교토는 아 이런 곳이 있었지 하는 정도의 기억만 남게 되었다. 하지만 그 뒤로도 교토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들었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이 교토의 모습이다 라는 것이었고, 또 다른 것은 날씨가 아주 덥다 라는 것이었다. 첫 번째 것은 나는 알 길이 없으니 그렇다 쳐도, 여름의 교토 날씨는 얕보고 방문하다가는 엄청난 더위에 고통받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이번에 일본에 방문 할 때가 인터넷에서 봤던 더운 교토의 날이었기에, 꽤 걱정이 되었다. 숙소가 교토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서 교토 구경할 시간이 있었는데, 사실 이번 가족 일본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일정을 준비했었다. 숙소에서 안 나가는 일정도 있었고, 날씨가 아주 더워서 숙소 근처만 구경하는 일정도 있었다. 그런데 교토까지 갔는데 그래도 교토 구경을 조금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다 못해 그 유명한 청수사 라도 구경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근데 청수사 구경하는 김에 다른 곳도 구경하면 좋지 않을까? 언제 또 네 명이서 교토를 올 지 모르는데 말이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조식을 챙겨먹고 교토로 향했다. 첫날 숙소로 가면서 서둘러 움직이느라 구경하지 못했던 교토역 구경도 조금 하고, 일단 교토 시내의 시장에 가 보기로 했다. 다행인 것은 땡볕 없는 지하도를 알아둬서, 지하도를 통해 시장에 가까운 곳에서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시장은 아침 시간대라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과일이나 수산물, 간단한 음식 등을 파는 것을 구경할 수 있었다. 시장 안인데도 꽤 더워서 교토의 날씨가 정말 장난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오전 까지는 천장이 있는 시장 거리 안을 돌아다녔기에 중간중간 카페에 들어가서 한 숨 돌리는 것으로 일정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나가다가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진 가게 안으로 온 가족이 물흐르듯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니, 정말 덥긴 덥구나 싶었다.
시장을 구경하고 나서 이런저런 다른 골목길들을 구경하고 청수사로 가려고 했는데, 그야말로 땀이 비오듯이 쏟아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어찌나 더운지, 더워서 흘리는 땀이 끓어 수증기로 변하면서 만두처럼 쪄 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주 옛날 청수사에 갔을 때는 단체 관광버스를 이용해서 다녔기에, 청수사 입구 쪽에 있는 주차장에서 내려서 걸어 올라갔었기에 별로 힘든 것을 못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교토 시내를 구경하다가 언덕배기 위에 있는 청수사에 올라가니, 힘든 것도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청수사 아래쪽 상점가들이 보이는 정도까지 올라가고 나서, 더이상은 못 참았던 온 가족이 보이는 아무 카페에나 들어가서 음료를 마시면서 숨을 좀 돌렸다. 잠깐 쉬고 나서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상점가를 지나 올라가니, 교토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청수사가 있었다. 건물 아래쪽의 어두운 통로를 지나가는 체험도 해 보고, 유명한 건축물도 보면서 나도 옛날 고등학교 때 왔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힘겹게 올라왔지만 그래도 다들 만족스러워 하는 것이, 온 보람이 있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리고 내려가는 길 우리는 택시를 타고 다시 도심으로 돌아가기로 협의했다. 택시를 타고 나서야 알았다. 더운 교토 날씨에 도보이동을 오래 할 것이라면 무조건 택시를 타야 한다는 것을.
점심으로는 백화점에 있는 장어덮밥 집에서 장어덮밥을 먹은 다음, 한 곳만 더 돌아보고 나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전철을 타면 갈 수 있는 유명한 대나무 숲을 가 보기로 했다. 그곳도 고등학교때 갔던 기억이 있는데다가, 가족들이 대나무 숲이라고 하니 궁금해 하는 듯 해서 가 봐도 좋겠다 싶었다. 전철을 몇 번 갈아타고 가야 했는데, 의도치 않게 전철을 잘못 탔지만 어찌어찌 가는데에는 문제 없게 내릴 수 있었다.
대나무 숲 근처의 오래된 목조 다리까지 구경하며 강을 건너 대나무 숲으로 갔는데, 여기나 저기나 더운건 마찬가지라, 대나무 숲까지 구경하고 나니 또다시 다들 더위에 지친 상태가 되었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아니면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서 그런지, 대나무 숲은 다들 기대했던 것 만큼 크게 좋아하지는 않는 눈치였다.
대나무 숲 구경까지 하고 나서 또 카페에 들어가서 숨을 돌리고 있으니, 이날 하루에 카페만 세 번을 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카페가 커피를 마신다기보다는 화장실에 다녀오고 찬바람을 쐴 수 있는 곳 정도가 된 것 아닐까 싶었지만, 좌우지간 어딘가에는 조금 앉아서 쉴 필요가 있었다. 해가 떨어지려고 해도 크게 더위가 가시지 않는 교토의 날씨 아래, 카페에서 조금 더 쉬고 나서 교토역으로 향했다. 짧은 교토 구경을 마치고 나서, 숙소 쪽으로 향하는 전철에 올라 출발을 기다렸다.
퇴근 시간대라 그런지 사람들이 몰려드는 전철이 출발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다는 것에서 이상함을 느끼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