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것은 굴짬뽕일까 아니면 그때의 시간일까
나는 어릴 적부터 충무로를 자주 갔다. 아빠의 일터가 그곳에 있었기에, 옛날부터 충무로를 자주 가곤 했었던 것이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충무로 역 근처의 중국집이었다. 화교가 운영한다고 했던 그 중국집은, 방송에도 몇 번 나오고 꽤 유명한 가게였던 듯 했다. 우리 가족도 종종 충무로 근처에서 식사를 할 때 갔던 그 가게는, 수타 짜장으로도 유명해서 가게 안에서 음식을 먹다 보면 손으로 면을 뽑아내는 것도 볼 수 있었다.
통유리로 되어 있는 주방 안쪽 공간에서 손으로 면을 뽑아 내던 요리사, 짜장면 그릇에 담겨 있던 각기 다른 굵기의 면들, 볶아낸 녹말의 느낌이 강하게 나는 간짜장, 시큼한 향이 강하게 올라오던 탕수육 등 잊을 수 없는 것들이 많은 가게이지만, 그중에 가장 잊을 수 없는 메뉴는 바로 굴짬뽕이었다.
어느날 왜인지 모르겠지만 중학생이었던가 고등학생이었던가 하던 때에 아빠와 그 가게에 둘이서 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는 다른 메뉴를 먹었던 것 같고, 아빠는 굴짬뽕을 먹었다. 지금도 나는 굴을 크게 좋아하진 않지만 그때는 정말 좋아하지 않았기에, 짬뽕에 굴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때 내가 굴짬뽕을 조금 먹어봤던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묘하게 그때 굴짬뽕을 먹던 때의 분위기만 기억이 나고 굴짬뽕의 맛은 어렴풋이라도 존재하지 않는 느낌이다. 그저 아빠는 굴짬뽕을 먹고 나는 무언가 다른 음식점을 먹던, 그 중국집 안의 온기 있는 분위기만이 기억난다.
문득 그곳에서 굴짬뽕을 먹고 나서, 시간이 아주 오래 지난 지금이 되어서야 굴짬뽕이라는 메뉴가 궁금해져서 이곳저곳 중국집을 가게 되면 굴짬뽕을 찾아 먹어보기도 한다. 그런데 아무리 굴짬뽕을 먹어봐도, 그때 그 맛이다 하는 느낌은 들지 않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내가 그때 그 맛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기에, 무슨 맛의 굴짬뽕을 먹어도 떠올릴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 굴짬뽕이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해 다시 중국집을 찾아 갔을 때에는, 건물이 헐려서 없어지고 나서였다. 보통 유명한 음식점들은 이전해서 장사를 하던데, 다른 곳에서 장사를 계속 한다는 이야기도 못 들었으니 더이상 그 때의 굴짬뽕 맛을 볼 수는 없을듯 하다.
사실 내가 찾고 있는 것은 그때의 그 굴짬뽕 맛이 아니라, 굴짬뽕을 먹던 그때의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들. 온 가족이 모여서 서울에서 살던 집, 나중에는 어떻게 될까 하는 부담감으로 다가오지 않던 미래, 저녁이 되면 얼굴 보던 가족들 등등.
내가 그 굴짬뽕을 계속해서 떠올리는 것은, 지금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그런 것들이 있던 그 때의 그 시간이 궁금해서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