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식으로든 배울 것은 있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신경쓰기도 한다. 그리고 그 중에 내가 가장 우려하는 평가는, 내가 차가워 보이고 딱딱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 평가가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원하는 방향은 아니라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사실 내가 이런 평가를 들은 것도, 신경쓰기 시작한 것도 정말 오래되었기에, 옛날 친구가 나에게 해줬던 말을 떠올리곤 한다. 친구가 말하길, 내가 열 명을 만났는데 다섯 명 넘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 문제겠지만 두 세명 정도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정 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도 되는 것 아니겠느냐 하고 말했다.
생각해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그 두 세명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뇌리에 남고, 나는 차갑거나 딱딱해 보이고 표정 안 좋아 보인다는 이야기는 별로 듣고 싶지 않기에 그런 평가를 굉장히 신경써서 받아들인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이 나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줄 때 그 상황을 유심히 관찰하는 버릇이 생긴 것 같다. 상대가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차갑거나 딱딱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때, 어떤 부분이 그런 것을 만드는지, 어떻게 한다면 그런 느낌을 안 줄 수 있는지 같은 것들. 그런 것을 보면서, 나는 내가 저렇게 보이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려 하는 모양이다.
내가 잘 못하는 것이기도 한, 상대방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감정적 환대는 내가 정말 소질이 없다고 느끼기도 하기에 상대방에게서 크게 기대하지 않기도 한다. 그건 노력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결론에 도달한 듯 하여, 상대방이 보여주는 감정적 따뜻함을 기대하거나 요구할 생각이 없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못 하는 것을 잘 하는 사람을 보거나, 나처럼 무언가를 못 하는 사람들이 그러한 상황에서도 열심히 무언가를 하려고 하거나, 혹은 못 하는 것을 인정하고 아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나는 다양한 방식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을 찾게 된다.
상냥함과는 거리가 먼 전기 기술자가 시공에 관련된 질문을 받았을 때 이전과는 다른 목소리 톤으로 최대한 상냥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견적 상담을 한다거나, 카페에서 일하던 사람이 마스크로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 사람에게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응대를 한다던가 하는 것들.
내가 어떻게 보일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다른 사람을 유심히 살펴봐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 보곤 한다. 그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새롭게 배울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기 위해서.
그렇게 나는 나에게 배움을 주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