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진을 남겨놓고 갔을까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던 그 모습

by 문현준

근처를 돌아다니다 보면 많은 가게들이 생겨났다가 사라진다. 어떤 가게는 짧은 시간 안에 자리가 바뀌어서, 원래는 카페였다가 그 다음은 그다지 맛 없는 해물 우동을 팔던 이자카야가 들어오기도 한다. 그러다가 이자카야가 점심 장사 안 한지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냉장고와 집기가 하나 둘 없어지는 것을 보기도 했다.




가게가 생기고 사라지는 것은 여기나 저기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라, 조금 골목길을 걷다 보면 없어진 가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앙상하게 케이블만 남아 있는 내부 안이 훤히 보이는 곳 밖 유리창에 붙어 있는 임대 글자와 연락처.




그런데 지난번 지나다니다가 본 곳은 뭔가 조금 달랐다. 내가 맨 처음 왜 그곳에 시선을 더 뒀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 맨 처음에는 이런 곳에도 가게가 들어올 수 있구나, 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다. 좁은 곳 두평 정도 될까 하는 그곳에 가까이 가서 이곳은 어떤 가게였을까 하는 생각으로 안을 조금 들여다 보니, 임대 글자가 붙은 유리창 안으로 안쪽이 보이기 시작했다. 벽에 있는 간단한 장식들, 치우는 것조차도 돈이 들었을까 싶은 집기들.




그중에 내 시선을 특히 끈 것은 사진이었다. 좁은 가게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 몰려서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한 곳을 본 것이 자 이쪽을 보세요 하고 찍은 것 같았다. 웃고 있는 사람들과 주위 장식을 보니 아마 이 가게는 빈티지 옷이나 패션 용품을 파는 가게이지 않았으려나 싶었다. 어쩌면 가게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축하해 주러 모인 사람들이 찍은 사진이 아니었을까.




가게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알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가게 바닥이 잘 안 보일 정도로 몰려들어 같이 찍은 사진이라니, 얼마나 소중한 것일까. 그 사진을 빈 공간에 다른 비품들과 함께 남겨 두다니, 사진을 까먹고 챙기지 못한 것일까? 잊었다고 치기엔 너무 소중한 사진 같아 보여서, 버리고 간 것이 확실한 그런 것들과 함께 왜 그 공간에 남아 있는 것인지 나는 알기가 조금 어려웠다.




그러다 문득, 최근에 갑자기 그 가게가 다시 생각이 났다. 그 사진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아직도 가게가 비어 있고 사진도 남아 있지 않을까 싶어 찾아가 보았다. 다시 찾아간 그 공간은 더이상 임대 종이가 붙어 있지 않았고, 무슨 상품권 판매 부스 같은 것이 들어와 있었다. 비록 방문이 오래 전에 끊긴 것은 똑같아 보였지만 말이다.




내가 다시 그 사진을 볼 수는 없었지만, 맨 처음 사진을 본 후 시간이 지나고 나니 문득 그 마음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아 장사나 해 볼까 이걸로 쉽게 돈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하지는 않았을 그런 일이, 결국엔 모든 것을 정리하고 마무리 해야 할 때의 기분이란 어떤 것일까. 그런 상황이라면, 옛날에 가게를 시작할 때의 사진을 보면서, 차라리 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리고 그렇다면, 차라리 사진을 안 보는 것이 마음이 더 편할 것이다. 어쩌면 사진은 놓고 간 것이 아니라 버리고 간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은 그래서 들었다.




내가 하는 일이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나는 이렇게는 끝내고 싶지 않다, 그런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P20240615_185304932_6F48B392-C95A-40CF-BBC8-183D277FFD14.JPG 임대 안내 붙은 가게 안 소중했을 사진이 남겨진 것을 보며, 내 마지막은 달라야겠다 생각했다. 2024 06, 서울 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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