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팔던 곰벨

안전하거나 혹은 위험하거나

by 문현준

옛날에 한번 가 본 적 있던 장소에 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때 너무 빨리 통과하느라 천천히 시간을 들여 볼 수 없었던 장소를 다시 돌아보고 싶었다. 거대한 산맥 구경과 등산이 주로 즐길거리인 그곳에 엄마와 함께 가기로 했는데, 걱정되는 것이 하나 있었다. 곰이었다.




물론 요새는 한국에도 곰이 산책로까지 내려온다지만, 그런 것과 일본의 곰은 수준이 다른 것 같았다. 어디에서는 곰이 호텔에서 보이는 곳까지 내려와 사슴 목을 물고 숲으로 사라졌다던가, 음식 배달기사를 공격해서 숲속으로 끌고 들어갔다던가 하는 흉흉한 소문만이 들렸다. 아 그래도 그건 대부분 북쪽이고, 거긴 원래 곰이 많다 하고 생각하려는 나에게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옛날에 거기 갔을 때 곰 주의 표지판이 있지 않았던가?




하려고 했던 것들이 모두 산 속을 다니는 것과 연관되어 있었길래, 숲 속에서 의도치 않게 검은 털로 뒤덮인 근육뭉치를 만나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여행을 가기 전 친구들과 그 얘기를 했더니, 곰 스프레이나 곰 벨을 사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나는 그 말에 사실 거기 진짜 곰이 활동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호텔에 갔을 때 거기서 곰 벨을 팔고 있다면 진짜 곰이 있다는 것이겠지 하고 말했었다. 그리고 나는 여행에 와서 호텔에서 곰 벨을 발견했다.




진짜 곰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지역색에 어울리는 적절한 기념품을 만든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곰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서 곰이 다가오지 않도록 하는 곰 벨이지만, 짤랑짤랑 소리도 나고 생긴 것도 귀여워서 가방에 다는 장신구로도 나쁘지 않았으니까. 옛날 또 여행을 갔을때 소 목에 달아 두던 방울이 떠오르는 그 모습에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다. 곰 벨, 정말 효과가 있긴 한 걸까?




곰 주의 표지판 사진을 올리자 어차피 곰에게서 도망가나 도망가지 않으나 결과는 똑같으니 곰에게 소리를 질러야 한다 하고 이야기하던 친구들이 곰 벨을 보고 재밌어한다. 어떤 친구는 인공지능에게 물어봐서 곰 벨이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사람이 지나갈 때 벨 소리가 나면 곰이 그 소리를 듣고 사람이 움직이는 것을 알아 가까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떤 친구는 곰 벨이란 갖고 있으면 곰 뱃속에 들어갔을 때 사람의 흔적을 판독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라는 주장을 했다.




마침 인스타그램에서 내가 여행하는 장소의 만년설 위를 뛰어다니는 곰을 누가 아주 멀리서 찍은 것을 보니 정말 곰 벨이라도 사야 하는 것 아닌가 궁금해졌지만, 곰 벨이 과연 도움이 될까 궁금해졌다. 곰 벨을 듣고 가까이 오지 않을 곰은 애초에 사람에게 가까이 오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어차피 단백질이라면 이도 저도 가리지 않을 곰이라면 곰 벨의 벨 소리는 가까이 가면 안 되는 소리가 아니라 배달 오토바이 도착 하는 소리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곰 벨이 정말로 곰을 쫒을 수 있는가는 알 수 없었지만, 곰 벨은 오직 그것만을 위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생각보다 디자인도 다양하고 가방에 달고 다니면 짤랑짤랑 소리가 나는 것이 꽤 듣기 괜찮았다. 사람이 내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은 곰 만이 아니니까. 좁은 길이나 안개가 껴서 잘 안 보이는 곳에서 자기가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에도 좋은 용도일 것이다. 진짜 곰을 쫒는 용도로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그곳에 있는 것일지 모른다.




곰 벨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그 답을 알게 될 일 없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곰 벨이 유용한지 유용하지 않은지 모르겠지만, 그 답을 알 일 없는게 가장 좋겠다. 2025 08, 일본 타테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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