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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Nov 28. 2021

왜 인터넷 커뮤니티에 몰두하는가

커뮤니티가 사라진 사회의 커뮤니티

요새는 주위에서 인터넷 커뮤니티를 하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게시글 하나에 혼자서 댓글을 수십개씩 달며 역할놀이를 하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이런 상상을 했을까 싶을 법한 욕설을 도배하는 사람들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소소하게 그날 있었던 일상이나 사소한 생각, 후기들을 공유하는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있고 그런 일상적인 면모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사람들은 이런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인간관계의 만족감을 느끼곤 한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비슷한 것에서 유머 코드가 일치함을 느끼며 동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크고 작은 고민을 공유하기도 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가만, 이건 현실에서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던가?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것을 인터넷을 통해 이루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는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인터넷에서 무언가를 하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행동의 기저에는 그 행동을 실생활에서 할 수 없다는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의 만족감은 단순히 현실 커뮤니티에서의 만족감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현실 커뮤니티와 근본적으로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그 다름은 무엇이고 과연 어떻게 사람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몰두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인터넷 커뮤니티의 어떤 특성이 사람들을 몰두하게 만드는 걸까?





인터넷 커뮤니티는 단순한 정보 제공 이상의 의미가 있다. 06/21 서울 미아사거리




사람은 혼자 사는 동물이 아니다. 싫어하든 좋아하든 상관없이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복잡한 인간관계를 구성하며 살아간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쌓아나가는 인간관계는, 사람이 사회적 동물로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는데 필수적인 것이다. 




여기서 인간관계를 쌓아나가는데 가장 기초적인 것은 무엇일까? 다른 사람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일 수도 있고, 자신의 강점을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고, 앞으로 그 인간관계가 상호간에 도움이 될 것임을 강력하게 어필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더 기초적인 방법은, 바로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자신의 약점을 상대방에게 노출시킬 때, 그만큼 상대를 믿을 만한 사람으로 생각함을 드러내며 강력한 신뢰관계를 증명할 수 있다. 또한 그에 감응하여 상대도 약점을 보여준다면, 서로의 약점을 이해하고 감싸는 결속력 높은 인간관계의 시작이 된다. 옛날에 상처 받았던 것,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성격적 부분, 최근에 슬프거나 우울했던 일들을 공유하는 행위는 자신의 상처를 위로받고자 함과 동시에 내가 이런 것을 이야기 할 만큼 너를 믿고 있다는 표현이 되며, 인간관계를 구성하는데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내 밥그릇에 금이 갔다는 것을 보여주는 순간 날아오는 것은 쇠망치로 밥그릇을 깨버리고 조각을 줏어가려는 견제일 뿐이다. 상대방과 우호적이고 긍정적인 관계를 위해 고통과 진심을 전하려 하지만, 그 마음이 자신의 의도대로 전달된다는 보장이 없다. 실수 한번 했다하면 내 뼈를 씹어서 골수를 빨아먹어 뱉어버릴 사람들이 넘치는 사회이다. 차갑고 무정한 이 세상에서, 우리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상태에 있다.




'더 나아질 것이다' 라는 긍정적 미래를 설계하기 힘들어진 세상에서 상대에게 자신의 약점을 보이는 것은, 심각한 위험부담을 짊어지는 행동이 되었다. 생산적인 인간관계 형성은 커녕 약점 노출에 대한 피해와 그러한 행동을 스스로가 했다는 후회와 자괴감만을 남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현실의 비정함 위에 커뮤니티가 더이상 자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현실에서 사라진 커뮤니티는 인터넷 공간으로 옮겨갔다. 인터넷 공간의 자기  자신을 투영하여 행동하는 과정에서 현실보다는 비교적 쉽고 그리고 부담없게 자신의 약점을 드러낼 수 있다. 그리고 그 진실성이 어떠하던 간에, 현실에서는 찾기 힘들 위로를 받을 수 있다. 현실보다 훨씬 안전하게 말이다. 자신이 누군지를 아는 사람이 자신의 그러한 약점을 악용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 필요 없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를 자신의 약점을 보고 순수한 '위로'를 전해주는 것을 본다는 것은 얼마나 편안한 일인가. 





결국 사람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끌리게 되는 것은, 커뮤니티적 환경이 갈수록 척박해지는 현대사회에서 감정적 위로와 위안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인 것이다. 





현실이 줄 수 없는 위로를 커뮤니티가 주기 시작했다. 06/19, 서울 낙산공원



물론 인터넷의 커뮤니티는 그저 위안만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못 하는 행동이 있다면 익명을 기반으로 하는 환경에서 그것을 더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얕게는 단순 정보공유부터 깊게는 이상적 정체성까지, 사람들은 다양한 욕구를 기반으로 한 행동양식으로, 자신이 현실에서 이루지 못했던 것을 더 적극적으로 갈망한다.





그러나 현실 사회가 더이상 쉽게 위안을 주기도, 위안을 받기도, 그런 과정을 위해 솔직하기도 힘들어졌다는 것은 눈여겨볼만한 사항이다. 현실이 더이상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없게 되자,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그저 그렇게 존재한다고 믿어 지는 익명의 위안일 뿐인 것이다. 





사람들은 오늘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위로를 받고 위로를 준다. 더이상 현실에서 쉽게 주고 받을 수 없게 된 감정들이다. 비록 그 본질이 어떠하던 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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