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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Dec 19. 2021

꼭 뷔페를 갈 필요는 없잖아요

내가 뷔페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했다. 동생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보통은 동생에게 맞추는 편이었는데,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지금까지 남아있는 일종의 가족력이 있다. 먹고 싶은 것이 어 음식점에 가면  후회 없이 먹는 것이다. 기둥뿌리를 뽑는다 해도.




동생이 누구에게 손 벌리지 않고 당당히 자기 할일 하면서 살게 되자 이 가족력은 더 강해져서, 동생은 어디든 간에 먹고 싶은 것 먹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비록 동생 포함 온 가족이 다들 예전보단 양이 줄었다 해도 음식 주문하고 고르는 것에는 전혀 거리낌이 없다. 그래서 어디를 가도 사장님들이 아주 좋아하신다.




이런 동생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이상하게 뷔페를 좋아한다. 동생 머릿속에는 뷔페의 단계가 있어서 항상 돈을 조금 더 내면 어떤 뷔페를 갈 수 있나 궁금해 하는 것 같다. 서울에 있는 랍스타로 유명한 뷔페, 호텔 뷔페 등등 동생은 비싼 뷔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면 나중에 꼭 가보자고 한다.



그런데 옛날에는 비싼 뷔페에 관심이 있던 나도 이젠 취향이 많이 달라졌다. 동생이 뷔페의  자만 꺼내도  돈이면  괜찮은 음식을 많이 먹을  있고,  돈이면 괜찮은 요리를 집에서  먹을  다며 설득을 시도한다. 동생의 생각이 어떨지는 몰라도  취향이 바뀐 것은 명확하다.



나는 왜 더이상 뷔페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을까?




내 취향이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2021/04/11, 서울 창신동



내가 처음으로 호텔뷔페를 간 것은 장충동의 유명한 특급호텔의 것이었다. 그때 동생에게 좋은 일이 있어 온 가족과 함께 친한 사람들이 갔었다. 그런데 흔히 생각하는 멋진 식사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입장 시간이 되자 호텔 로비에서 길게 줄 서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가서 우르르 음식 가지러 다니고 우르르 돌아다니는 것이 당황스러운 기억으로 남았다.



그때 이후로   다양한 가격대의 뷔페를  보면서 느낀 것은, 음식이 나오는 순간과 사람들이 먹는 순간의 불일치가 극명한 것이 뷔페의 본질이라는 것이었다. 뷔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음식을 선택할  있다는 자유를 주는 것이 장점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음식을 미리 준비해 둬야만 한다. 미리 준비해  음식을 사람이 집어가는 것은,  사람을 위해 음식을 준비해 사람에게 내주는 것과  차이가 있다.



게다가 음식이 응당 자신을 위해 준비되는 것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위해 준비된다는 것도 신경쓸 만한 부분이다.  말인 즉슨, 최고 상태의 음식을 얻기 위해서는 불특정 다수와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좋아하는 맛있는 부위만 쏙쏙 빼먹혀서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부위만 아 따뜻하게 유지되는 뷔페 음식에 대한 경험은 누구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음식을 만든 사람과 음식을 먹는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만든 사람과 먹는 사람 사이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하고 의도한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을 읽어내는 것이 재미이고 배울 수 있는 점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내가 아는 뷔페에는 그런 점이 보이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음식을 제공한다는 뷔페의 개념은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음식을 준다는 개념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을 신경쓴 것인지 요새 고가의 뷔페들은 정확하게 먹을 만큼만 준비해 내어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메뉴를 준비해주는 경우도 있다. 한번 먹을 만큼의 면류나 고기 요리 등이 그렇다. 하지만 요즘 들어 오마카세나 맡김차림, 코스로 구성된 업장들이 많아지면서 뷔페는 이전만큼의 경쟁력은 지니지 못하게 된 듯 보인다.




음식을 주는 사람과 음식을 받는 사람의 관계가 중요한 나에게, 뷔페의 한계는 명확하다. 2021/06/12, 서울 충무로



아직도 뷔페를 좋아하는 동생은 새해에 자기가 인터넷에서 본 뷔페를 가 보자고 한다. 리조트에 딸린 뷔페의 가격은 호텔 뷔페 수준이다. 나는 다시 으레 그렇듯이 동생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이 가격이면 더 좋은 요리를 많이 먹을 수 있다면서.



사실 동생도 알고 있다. 비싼 뷔페에 가서 사용할 지출이면 굉장히 많은 요리를 다양하게 먹어볼 수 있다. 하지만 동생은 나이를 먹으면서 가져 왔던 뷔페에 대한 인상적인 추억이 아직도 깊게 자리잡은 모양이다.



그런 동생을 위해, 아무래도 내년 새해에는 온 가족이 같이 뷔페를 가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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