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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Jan 02. 2022

당신이 드러내고 싶은 당신의 모습

사람들이 SNS 를 하는 이유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던 시절 오래 만났던 외국인 친구가 나에게 인스타그램을 추천해 줬었다.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니 인스타그램을 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한번에 사진 한 장씩 올리고, 글은 길게 적지 않는게 좋겠다며 구체적인 조언도 해 줬었다. 그 친구가 추천해 줬던 영향인지, 지금도 나는 인스타그램을 꾸준히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봐도 좋은 사진을 올리는 일기장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지인들의 반응을 구경하는데 할애하는 시간은 정말 적다. 사실 대부분의 시간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피드를 구경하는데 들어간다. 올라오는 게시물들을 빠르게 내리면서 흥미 있는 게시글들을 클릭해 본다. 옛날 부모님이 말하던, 티비만 틀면 앞에서 티비만 보고 있으니 바보 상자라고 하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바보 상자라는게 딱 이런 의미 아니었을까. 비록 크기는 아주 작아졌지만 말이다. 




나는 그 피드를 보면서 왜 이런 사진이 올라왔을까 생각할 때가 있다. 더 나아가서, 왜 사람들은 이런 사진을 올리는 걸까 하고 생각한다. 이런 사진을 올리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사실 인터넷이 사람들에게 보급되고 SNS 라는 개념이 생겨난 이후, 다양한 SNS 가 흥망성쇠를 반복했지만 기본적인 골조는 동일하다. 사람들 자신이 올리고 싶은 모습을 골라서 SNS 에 올린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저 외부에 자신의 밝은 모습을 자랑하고 싶어서, 행복한 순간만 케이크 위 딸기 골라먹듯 골라서 SNS 에 올리는 걸까? 그저 자랑하기 위한 것이 SNS의 본질인 걸까?



사람들은 왜 SNS 에 일상을 공유할까? 무슨 일상을 공유하고 싶은 것일까? 2019/03/19, 서울 남산





사람들은 SNS 를 통해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자신이 자랑하고 싶은 모습과 보여주고싶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특징이 있다. 씁쓸한 실패나 굴욕을 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 또한 그런 실패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싶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만 골라서 보여주고 그것에 대한 평가를 받는 구조인 SNS 는, 사람들이 보여주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그것들만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기에 최적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SNS 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려는 것은, 현실에서 그것을 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과 연관되어 있다. 자신이 이루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스스로의 모습이 있지만, 아주 다양한 이유는 현실이 그 이상을 따라가지 못하게 한다. 그 이루지 못한 격차는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인정욕구와 합쳐져 슬픔으로 다가온다. 




그런 현대사회의 구성원들에게 SNS 는 그 슬픔을 없애줄 해결책이다.  비록 이루는 것은 꿈이 아니라 꿈을 이룬 듯 보이는 모습이지만, 좌우지간 SNS는 자신이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기에 최적의 형태로 정리해 준다. 자신을 내보이며 관심을 받고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가꾸어 나가는 것은, SNS 를 통해서라면 전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가지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가진 것처럼 행동하면 된다.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추종하기 힘든 가치관이 있다면 그 가치관에 부합하는 발언만 이어나가면 된다. 현실에서 어떤 것을 가지고 있고 어떤 심리로 살아가는지와 전혀 상관이 없다. SNS 에서는, 자신의 모습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구성할 수 있다. 현실이 어떠한지와는 무관하게 말이다. 




SNS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타인에게 내보일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SNS 는 사람이 원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내보일 수 있게 해준다. 현실과는 무관하게. 2019/04/07, 서울 낙산공원 




현실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고통은 갈수록 가혹해지고 있다. 근로소득의 가치는 떨어지고, 근로소득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의 가치는 올라간다. 나무에 달린 과일을 따 보고 싶지만 나무가 끝없이 자라서 올라갈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SNS 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다.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했다는 고통이 사람들의 몸을 덮어갈 때, SNS 는 그 결핍을 덧칠로 가려버릴 수 있다. 그 위에 알록달록한 자신의 취향 그림을 그리는 것은 덤이다. 자신이 인정받고 싶은 모습으로 스스로를 꾸밀 수 있는 SNS 가 사람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SNS 는 일견 모두가 자신의 반짝이는 순간과 보여주고 싶은 만을 순간만을 담아놓았을 수 있다. 그러나 왜 그 사람이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를 생각하면, 그것은 반짝이는 순간이 아니라 어두운 순간에 가까울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자랑하고 싶었는지 새롭게 살펴 본다면, 자신도 모르는 스스로의 마음을 좀 더 알게 될 계기가 될지 모른다. 




무엇을 SNS에 남기고 왜 그것을 자랑하고 싶었는가? 한번쯤 생각해 본다면 좋을 질문이다. 2019/06/11, 서울 D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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