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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Jan 23. 2022

스타벅스는 커피를 팔지 않는다

가격을 올려도 사람들이 거부하지 않는 이유

지난번 점심 먹고 돌아오는 길, 횡단보도를 건너니 바로 앞에 스타벅스가 있었다. 그때 스타벅스가 한창 가격 인상을 한다 어쩐다 하면서 기프티콘 사재기를 하니, 가격 올린 스타벅스를 불매해야 하니 어쩌니 하는 인터넷 여론이 생기고 있었다. 물론 인터넷 여론이란 거품으로 가득 찬 욕조 같아서, 거품만 봐서는 욕조 안에 뭐가 있는지 알 수가 없는 법이다. 하지만 이전에 없던 부정적인 기류가 생겼다는 것은 사실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 부정적인 기류는 우리 일행이 보고 있던 스타벅스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듯 보였다. 언제나 그렇듯 통유리창 안으로 보이는 스타벅스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개인 작업을 하는 사람, 핸드폰을 보고 있는 사람으로 대부분의 자리가 차 있었다. 봐라, 무슨 불매 운동이냐는 일행의 말에 나는 대답했다. 솔직히 스벅은 더 올리고 싶었지만 조금 올린거고, 언젠간 또 올리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사람들이 그돈이 아까워서 스벅을 안가진 않을것 같아요.




어느 브랜드던 간에 가격을 올리는 것은 시장의 거센 저항에 직면한다. 스타벅스 또한 가격 인상과 함께 저항에 직면하는 듯 했지만, 무슨 커피 가격이 그렇게 비싸냐 합리적이지 않다 이야기 하는 의견은 아무래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다. 



스타벅스의 가격인상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인터넷 여론이란 실제와 너무 동떨어져 있기에 그런 것일까? 사람들은 왜 큰 거부감 없이 그 가격인상을 받아들이는걸까?




스타벅스 고객들은 가격인상에 크게 개의치 않는 듯 보인다. 왜 그럴까? 2019년 9월, 서울 동작대교




한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카페 브랜드인 스타벅스는 과연 어떤 공간일까? 사람들이 스타벅스에 대해 떠올린다면 카페라고 생각할 것이고, 카페가 무엇인지 생각한다면 커피를 포함한 간단한 식음료를 파는 공간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다양한 카페들이 다양한 식음료 테마를 바탕으로 개성을 내세우고 있다. 케이크를 위주로 하는 곳도 있고, 라떼가 맛있다며 홍보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과연 스타벅스에 식음료를 먹기 위해서 가는걸까? 나는 단순히 커피를 먹기 위해서는 스타벅스에 가지 않는다. 로스팅을 구분하고 커피 콩을 구분할 정도의 입맛도 못 되고, 크림이나 다양한 풍미가 추가된 커피를 따지고 먹을 입맛도 아니다. 내가 스타벅스에 갈 때는 스타벅스의 공간을 이용하기 위함이다.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할 때, 어차피 집에서 하면 게을러지는 경우가 많아 밖에서 좀 더 효율성을 높이려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콘센트가 충분하고 자리가 많은 스타벅스는 괜찮은 선택이 되어준다. 경우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보통 화장실도 잘 되어 있어서 뜨거운 물도 잘 나온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할 때도 괜찮고, 약속 전에 누구를 기다리기에도 좋다. 




이런 상황에서 커피의 맛과 식음료의 다양함은 공간을 사용함에 있어서 부차적인 것밖에 되지 않는다. 새로 나온 음료와 케이크는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다지 큰 매력요소는 아니다. 사실 스타벅스를 계속 이용해 왔던 내가 보기엔, 신메뉴들이 시즌을 바꿔 가며 반복되는 경향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애초에 신메뉴를 먹어 보기 위해서 스타벅스에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스타벅스의 식음료 가격 인상이 사람들에게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람들이 스타벅스에 가는 이유가 식음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양한 목적으로 스타벅스의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식음료 가격의 인상은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요즘은 다양한 대체제를 가진 더 저렴한 카페가 많이 생긴 상황이다. 레드오션중의 레드오션중인 한국 카페 업계에서 스타벅스 대신 갈 만한 카페는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스타벅스를 방문한 사람들은 그런 대체제를 선택하지 않고, 굳이 더 비싼 단가의 스타벅스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이미 그 차액을 지불하고 스타벅스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에게, 그 인상분 정도의 차이는 충분히 감당할 만한 정도의 것이다. 




스타벅스가 가격을 올려도 사람들은 개의치 않는다. 스타벅스의 고객들은 식음료를 즐기기 위해 스타벅스를 찾는 것이 아니며, 저렴한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고객들에게 가격은 애초에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2019년 11월, 서울 방배동 재개발지구





그렇다면 커피를 팔지 않는 스타벅스가 팔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식음료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스타벅스가 사람들에게 팔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그것은 브랜드 아닐까.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공간, 스타벅스의 브랜드가 들어간 보온병, 혹은 스타벅스의 브랜드가 제공하는 계절 이벤트 등. 사람들이 스타벅스에 오고 브랜드를 좋아할 이유를 만들어 주고, 그 과정에서 식음료를 소비하게 만든다. 식음료를 소비하게 하는 과정에서 브랜드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를 소비하게 하면서, 식음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작업을 하고 사람을 만나며 시간을 보낸다는 문화가 아직 생소하던 시절, 다방이나 빵집 혹은 음식점의 뒤를 이은 그 수요의 빈틈을 어떻게 스타벅스가 파고들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사실 어쩌면 지독히도 운이 좋았던 것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인생과 사업의 대부분은 이해할 수 없게 맞아 떨어진 운의 결과는 아닐까 생각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스타벅스는 커피를 팔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타벅스가 파는 것은 커피도 아니고, 케이크도 아니다. 심지어는 카페도 아니다. 스타벅스가 파는 것은 스타벅스 그 자체인 것이다. 



스타벅스가 판매하는 것은 스타벅스 브랜드 그 자체 아닐까. 2020년 2월, 서울 동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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