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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Feb 13. 2022

나홀로 오코노미야끼집

히로시마 혼밥 여행

나는 여행지에 가면 항상 숙소 직원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본다. 그곳에 맛있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추천할 만한 장소는 어떤 것이 있는지, 해 봐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그런 것들. 미리 검색해 가는 경우도 있지만, 내 여행에서 세부적인 것들은 대부분 그곳에 도착한 뒤 현지인과의 대화를 통해 정해진다. 




히로시마에서 도착한 첫 번째 숙소에서 운 좋게 주인장을 만났고, 당연히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봤다. 추천받은 음식점은 전광석화 라는 이름의 오코노미야키 가게였는데, 네온사인으로 반짝거리는 건물 한 층에 들어가 있었다. 한 층 전체가 모두 오코노미야키 가게인 듯 보이는 그곳에 한번 가 보았으나, 어찌나 인기가 좋은지 기다려 먹으려면 한참이 걸릴 것 같았다. 




결국 그곳에서는 못 먹겠다 싶어서 다시 숙소로 돌아오다가, 주인장이 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숙소 근처에도 작은 오코노미야키 집이 있다고 했었다. 엄청 맛있다 까지는 아니어도 오래 장사를 했고 근처에서 유명하다고. 그곳을 가 보기로 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찍었던, 가게의 외관




히로시마 야구장 근처에 있는 오코노미야끼집의 이름은 탄포포 였다. 저녁 8시가 다 되어서 도착한 그곳은 정말 작은 규모였다. 기껏해야 6명 정도가 앉을 수 있을 것 같은 내부 자리 한쪽에는, 주방과 큰 철판이 있다. 나이든 노부부 두 분이 반갑게 인사해 준다. 




노부부는 영어를 못 하고 나는 일본어를 못 한다. 하지만 어찌어찌 대화가 통하고 주문을 할 수 있다. 나는 동그란 스티커 하나를 받았다. 가게 한쪽에 있는 큰 지도에, 자기가 사는 나라를 붙여 달라고 한다. 한국에 붙이려 했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붙인 것 같아서, 그 위에 하나 더 붙인다. 지도 위의 다양한 다른 국가 위에도 스티커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다양한 곳에서 온 방문객들이 자신들의 고향을 지도 위 스티커로 남겨 두었다




지도 오른쪽에는 신문 기사, 사진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히로시마를 연고지로 하는 야구단인 히로시마 카프의 사진들도 있다. 심지어는 가게 들어오는 입구의 발판도 히로시마 카프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매장 한 켠에는 돌아가는 책꽂이도 있어서, 만화책들이 한가득 꽂혀 있다. 




사진, 히로시마 카프 관련 액자와 상품, 만화책이 있는 아기자기한 가게 안




벽 쪽에 정리된 술병들




이런 음식점에서 상석이라면 음식 하는 것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철판 바로 앞자리 아닐까. 다행히 영어 메뉴가 있어서 치즈가 올라간 오코노미야키와 함께 생맥주를 주문해 본다. 차가운 유리잔에 생맥주가 담겨져 나오고, 맥주를 마시는 사이 앞쪽에서는 노부부가 열심히 오코노미야키를 만들기 시작한다. 




철판에 얇게 반죽을 올리고, 그 위에 양배추를 올린다. 숙주, 튀김 토핑, 삼겹살을 올리고 반죽을 또 조금 뿌린다. 그 사이에 소바면을 볶고, 계란을 부친다. 위아래로 잘 익힌 오코노미야키를 볶은 소바, 계란과 함께 층층으로 쌓아 익혀낸 뒤 맨 위에 치즈를 뿌려 녹인다. 힘줄 굵게 튀어나온 사장님의 팔에는 파스가 많이 붙어 있다. 




다 만들어진 오코노미야키는 앞쪽에 놓여진다. 적당히 앞접시에 담아 먹는다. 따뜻한 오코노미야키의 다양한 재료가 한데 어우러져 맛있다. 




오코노미야키가 나올 때까지 맥주를 마시며 기다린다




오코노미야키를 만드는 사장님의 팔에는 파스가 많다




바로 앞에서 만들어지는 요리를 보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다




완성된 오코노미야키




따뜻한 요리와 시원한 맥주의 조합




히로시마에 있으면서 이 오코노미야키 가게를 세 번 방문했었는데, 두 번째 방문하는 날은 문이 닫혀 있어서 들어가지 못했다. 마지막 방문은 점심이었다. 숙소에서 알게 된 영국인과 함께 갔다. 대낮에 둘이서 맥주와 함께 오코노미야키를 먹는 사이, 점심 장사로 포장이 많은지 불판에서는 동시에 여러개의 오코노미야키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마지막 방문한 날, 점심 시간 바쁘게 오코노미야키를 만드는 노부부




기본적인 오코노미야키 메뉴도 맛있었다




사장 아주머니는 며칠 사이에 두 번 방문한 내 얼굴을 기억하는 듯 했다. 멀리서 찾아와 줘서 고맙다는 말을, 내가 그 뜻을 몰라도 마음은 전해지기를 바라는 듯이 아주 천천히 몇 번이나 반복했다. 내가 일본어를 잘 모르지만 그 뜻 만큼은 이해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히로시마에 오면서, 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주기 위해 김을 조금 챙겼다. 오코노미야키 가게를 하시던 노부부에게 김 한 봉투를 드렸다. 그때부터 시간이 오래 지난 지금도, 내 얼굴을 똑바로 보며 천천히 고맙다고 이야기 하던 그 노부부의 모습이 종종 떠오른다.


그 옛날의 추억은, 지금도 잊을 만 하면 다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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