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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Mar 13. 2022

왜 히로시마였을까

낮설음이란 새로움이기도 하니까

정말 많이 가 본 사람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 정도겠지만, 나는 일본을 몇번 가 본 것 같다. 어릴 적 부모님 손에 이끌려 일본을 가서 디즈니랜드를 갔던 것이 기억난다. 밤 퍼레이드를 하면서 공중에 쏘아올려진 화염이 얼굴을 따뜻하게 했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 없이 여행 프로그램에 참가해서 간 적도 있었다. 버스 타고 숙소를 떠나는데 직원들이 배웅을 하며 손을 흔들어 줬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때는 학교에서 주관하는 일본 여행을 갔었는데, 아직 해외여행이 낮설던 시절 고만고만한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환경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사슴 공원에서 과자를 뜯기거나, 음료를 사먹어 보고 맛있다면서 같이 나눠 먹거나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런 여행들은, 직접 여행을 했다기보다는 누군가의 손에 끌려 다니면서 구경을 했다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 나는 개인 취향이 일본에 맞았기 때문에 그렇게 일본을 구경하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여태까지 나는 누군가가 맞춘 일정에 따라서만 일본을 방문하며 아마 의도한 경험만을 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히로시마를 간 것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나는 히로시마를 간 적도 없었고, 일본을 혼자 간 적도 없었다. 온전히 내가 모든 것을 계획하고 혼자만의 힘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했던 첫 일본 여행이, 히로시마 였다.




살면서 처음으로, 혼자서 떠난 일본 여행이었던 히로시마 여행




사실 어떻게 히로시마를 처음 가게 되었을까 생각하면 재미있다. 히로시마는 한국 사람들에게 흔한 여행지는 아닌 것 같아서이다. 일단 원폭 투하 장소라는, 한국 입장에서는 지극히 좋지 않은 이미지가 있다. 나는 운 좋게 저가 항공사 비행기를 타고 잘 갔다 왔지만 항공편도 그렇게 흔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일까, 히로시마 여행을 하는 동안 한국어를 거의 듣지 못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는 도쿄나 오사카에 가면 유명 장소에서는 아주 쉽게 한국인을 찾을 수 있고 한국어를 들을 수 있지만, 히로시마에서는 단 한 번 정도밖에 듣지 못했다. 




하지만 히로시마 여행을 하면서 크게 느꼈던 불편함은 없었다. 대부분의 불편함은 내가 일본어를 할 줄 모른다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었기에 나는 크게 문제라고 느끼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본래 일본 여행을 좋아했기에, 어지간한 불편함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정도였다. 원래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대해지고, 나 또한 마찬가지니까.




기존에 많이 갔던, 그리고 한국 사람이 일본을 간다면 반드시 가 봤을 오사카나 도쿄에 비교해 본다면 도시의 느낌도 많이 달랐다. 일전에 갔던 대도시들과 비교했을 때 훨씬 작은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사람들로 붐비는 곳에서는 활기가 느껴졌다. 근교를 여행하면서 바다를 보았을 때는, 히로시마가 바다에 붙어 있다는 것이 실감 나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이전과는 완전히 새로운 곳에 방문한다는 느낌이 주는 설레임이었던 것 같다. 조금이라도 방문해 봤고 알던 곳을 가는 것과 다르게, 완전히 새로운 곳에 간다는 것은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에서 더 내 성향에 잘 맞았다.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어떤 것에 대해서, 내가 마주하는 순간만으로 경험의 지평선을 넓혀 나가는 느낌이 좋았다. 




온전히 새로운 곳을 가 본다는 것은 나에게 인상적인 경험으로 남았다




여행을 간다는 것은 위험부담이 큰 행동이다. 자신이 주로 활동하던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시간과 돈을 써 가면서 방문하는 것이다. 그곳의 경험이 어떨지 알 수 없고, 만약 섣불리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익숙하지 않은 곳을 방문한다면 아쉬움은 곱절이 될 것이다. 그래서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여행을 하더라도 새로운 곳을 방문하기를 꺼리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불길한 낮설음 이라는 것은, 바꿔 말하면 그 어떤 것이라도 새로운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것 아닐까. 몇 번을 겪어봤을 익숙함과 편함이 줄 수 없는, 온전한 새로운 것이 주는 겪어 보지 못한 경험. 그것이 오직 낮설음만이 줄 수 있는 것이고, 새로운 배움의 계기일 것이다.




여태까지 지내왔거나 가 봤던 울타리 안에만 있는다면, 익숙함에 편할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울타리 밖의 세상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가장 큰 의미란, 바로 그것을 위한 것이다. 울타리를 넘어서, 여태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무언가를 접하는 것. 




낮설음이라는 이름의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다. 




이전에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이, 여행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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