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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Mar 13. 2022

스타벅스에서 작업합니다

작업 공간이 아닌 곳에서 작업하는 사람들

주말에 시간이 있을 때는 스타벅스에 가곤 한다. 사실 스타벅스에 커피를 마시거나 쉬러 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 목욕탕에 들렀다가 시원한 커피 음료가 마시고 싶어서 스타벅스를 가기도 하지만, 내가 스타벅스에 갈 때는 대부분 작업을 하기 위해서이다. 사진을 정리하거나, 글을 쓰거나 할 때 나는 스타벅스를 가는 것이다. 비단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듯 해서, 스타벅스에서 작업을 하는 다른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가끔은 사람을 기다리거나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다는 생각에 스타벅스를 가기도 한다. 가서 잡지를 보고 인터넷을 검색하며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고 커피를 마신다. 하지만 그렇게 쉬기 위한 공간으로 스타벅스를 쓸 때도 있지만, 작업을 위한 공간으로 스타벅스를 쓸 때가 더 많다. 시간을 들여서 특정한 일을 하고 성과를 내며, 그 효율을 높여야 하는 공간으로 스타벅스를 선택한 것이다.




왜 나는, 사람들은, 스타벅스에서 작업을 하는 걸까? 사실 다들 개인공간이 집에 있을테니 집에서 작업을 하면 돈도 안 쓸 것이고 이동시간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스타벅스에 까지 가서, 돈을 내면서 작업을 하는걸까?




왜 굳이 돈을 내고 스타벅스에 가서 작업을 하는 걸까? 2017/10/05, 충남 당진




나는 스타벅스에 갈 여유가 없을 때 집에서 작업을 하곤 한다. 그런데 사실 집에서 작업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효율이 좋지 않다. 집에서는 몇 발만 더 움직이면 되는 곳에 침대가 있고, 조금만 더 움직이면 되는 곳에 냉장고가 있다. 작업을 하다 보면 눕고 싶어지고 괜스레 냉장고 한번 열어보고 딸기 한번 집어먹고 싶어진다. 묘하게 정리도 하고 싶다. 마치 옛날 공부만 하려고 하면 다른 것들을 하고 싶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기본적으로 집은 휴식을 위한 공간이다. 피치 못할 상황으로 집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있겠지만, 집은 일과가 끝나고 쉬는 곳이다. 그러기에 집에서 작업을 하다 보면 많은 유혹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여태까지 쉬기만 했던 공간에서 노동에 가까운 작업을 하면서 효율을 내려고 하면 힘든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아예 작업을 위한 곳에 가도 되는 것 아닐까? 흔히 공부를 할 때 많이 쓰이는 독서실은 공부를 위한 환경 통제를 극도로 한 곳들이다. 조용한 내부 분위기, 완전히 분리되어 신경쓸 상황이 없는 주위 상황 등. 일견 독서실은 작업을 하기에 최고의 장소 같아 보인다. 하지만 개인 작업을 하는 환경에 지나친 제약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다 보면 소리가 날 수도 있고, 집중된 정신을 잠깐 다른 곳으로 돌릴 여유도 필요하다. 독서실은 이런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다. 다들 신경이 날카로워서 펜 딸깍이는 소리도 불편해지는 곳 아니던가.




결국 독서실로 대표되는 공간들은, 공부를 하기엔 적절할 수 있다. 하지만 정보를 습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활동에는 적합하지 않다. 완전히 닫힌 주위 환경은, 이른바 크리에이티브한 활동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이 두 환경의 중간에 있다. 휴식과 업무, 나태와 성실 그 사이에 있는 것이다. 원한다면 하던 것을 잠깐 내려놓고 인터넷을 보거나 전화통화를 해도 된다. 계속 작업을 하고 싶다면 주위에서 들리는 소리를 한 귀로 흘려가면서 몰두해도 된다. 그러다가 지치면 창 밖을 구경하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이런 흐름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약간 느슨한 환경 속에서 작업의 효율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른 작업 환경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인 것이다.




게다가 스타벅스에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물론 돈을 내고 공간을 쓴다 라기 보다는, 스타벅스의 식음료를 구매하는데 드는 비용이지만, 좌우지간 비용이 든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비용을 소모해 공간을 쓴다 라는 생각이 들면, 사람은 그 비용을 투자한 것을 회수하려는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돈을 썼으니, 돈이 아까워서라도 작업 효율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결국 스타벅스는 순간 보기에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공간이지만, 오히려 그런 면이 작업을 하기에 좋은 장점이 되는 것이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은 스타벅스에 노트북을 챙겨와 작업을 하고 공부를 하기도 한다.



 

스타벅스에서 사람들은 호흡을 자유롭게 조절하며 작업에 몰두할 수 있다. 2018/01/01, 서울 광화문




물론 한국의 다양한 프랜차이즈 카페들 중 유독 스타벅스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것에도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스타벅스의 환경이 특히 더 안락해서라기보다는, 스타벅스 특유의 브랜드 관리 방식에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왜 스타벅스 혹은 프랜차이즈 카페느냐 라기보다는, 왜 옛날에는 집에서 하던 활동을 집 밖에서 하고 있는가 아닐까.




옛날 카페에 대해 떠올리는 것은 커피와 케이크 같은 식음료, 약속 장소 같은 것이었다.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작업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익숙치 않은 행동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카페에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카페에서 작업을 하면 효율이 좋다는 깨달음이 있어서 작업을 하게 된 것 같지는 않다. 시작은, 더이상 집에서 작업을 할 수 없게 되었음이다.




집 안에 자신이 넣을 수 있고 넣고 싶은 방향성은, 주거 환경이 점점 열악해지고 파편화될 때 하나씩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집에서 하고 싶었던 다양한 활동은 점점 집 밖으로 떨어져 나간다. 반드시 남겨야만 하는 휴식만을 남기고, 책을 읽고 생각을 하며 무언가를 만드는 생산적인 활동은 집 밖으로 배출되어 다른 곳에서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활동을 받아낸 것이 카페였던 것 아닐까.




자신의 다양한 정체성을 이루는 공간이었던 집은 더이상 그 모든 정체성을 담을 수 없게 되었고, 남은 것은 집에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휴식 뿐이었다. 결국 집은 휴식을 위해 모든 것이 맞춰졌고, 다른 것을 하기엔 적합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다른 것을 하기 위해서는 나가야만 하게 되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서는 작업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주말에 집을 나설 것이다. 이제는 더이상 집에서 효율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작업을 하기 위해서이다.




집이 사람들의 바람을 담아내지 못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결국 집 밖으로 떠나게 되었다. 2018/01/01, 서울 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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