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현준 May 07. 2022

스타벅스가 프리퀀시를 하는 이유

카페가 매장 밖으로 나가려 할 때

맨 처음 아는 분을 통해서 선물받은 스타벅스 카드를 통해 나는 스타벅스를 알게 되었다. 조금 남은 잔금이 아까워서 카드를 충전하고 쿠폰을 모아서 커피를 마시다 보니, 이제 스타벅스는 내 생활에 깊게 들어오게 되었다. 간단하게 사람을 기다리거나 작업을 해야 할 때 스타벅스를 가며 꽤 오랜 시간 스타벅스를 소비하고 있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스타벅스의 특이한 이벤트가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옛날에는 연말에만 하는 이벤트 였던 것 같은데, 요새는 일 년에 두번 정도 하는 것 같은 프리퀀시 이벤트가 그것이다. 보통 두 달 정도의 기간을 두고 음료를 마시면 도장을 하나씩 준다. 신메뉴 음료의 도장 3 개, 일반 메뉴의 도장 14개를 모아서 쿠폰을 완성하면 기념품으로 교환할 수 있다.




이 이벤트는 이제 스타벅스의 가장 유명한 이벤트 중 하나가 되어 매 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며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프리퀀시 이벤트의 모든 절차가 전산화 되지 않았을 무렵 진행했던, 작은 캐리어를 주는 이벤트가 그 정점이었다. 나는 주말마다 목욕탕을 가는데 중간에 이마트에 딸린 스타벅스에 아침마다 줄이 길게 서 있는 것을 봤었다. 왜 그렇게까지 해서 받으려 하는걸까 하는 생각도 잠시, 나도 몇 주 뒤에 줄을 서게 되었다. 너무 힘들었고 두번은 안 하겠다 생각했지만 말이다.




핑크 섬머 레디백 증정 이벤트가 절정이던 당시, 나도 겨우 겨우 하나를 받았다. 2020년 6월, 서울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스타벅스는 프랜차이즈 카페 회사이고, 카페에서는 커피 장사를 하는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커피를 마셔서 얻는 이 증정품들은 커피와 연관이 전혀 없다.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쿠폰 북이나 커피 제품이 아니다. 커피를 마시는데 쓸 수 있는 컵 같은 주방용품도 아니다. 커피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상용품이다. 비록 캠핑 의자, 비치 타올, 돗자리, 캐리어 가방, 아이스 박스, 스피커 내장 램프 등등 커피만 꾸준히 마시면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증정품 치곤 구성이 꽤나 알차 보이긴 해도, 커피와 연관이 없다는 것은 똑같다.




왜 스타벅스는 프랜차이즈 커피 회사인데 이러한 제품을 공짜 기념품으로 주는 걸까? 게다가 텀블러나 컵처럼 커피와 연결될 여지가 있는 것이 아닌, 전혀 무관한 제품을 제공하는걸까? 스타벅스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은 무엇일까?




스타벅스는 매 년 이벤트로 커피와 전혀 무관한 일상용품을 증정한다. 이 의도는 무엇일까? 2018 11, 서울  청계천




모든 브랜드는 새로운 신규 사용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장기적인 충성고객이 될 수 있는 신규 사용자를 유치하는 것은 브랜드의 미래가 달린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의 소비 성향과 브랜드 취향이란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고, 매번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익숙한 편안함을 선호한다.




프리퀀시 이벤트는 이런 신규 사용자를 유인하는 유인책이 되어준다. 프리퀀시 이벤트 자체는 사용자들에게 추가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마시던 대로 커피를 마시면 그만이고, 꾸준히 마시면 증정품을 얻을 수 있다. 이전부터 스타벅스를 마시던 사람이나 새롭게 스타벅스를 마시던 사람이나 똑같다. 스타벅스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프리퀀시 이벤트를 통해 충분히 증정품을 얻을 수 있다. 스타벅스를 한번도 마시지 않은 사람이라면, 프리퀀시 이벤트를 통해 증정품도 얻을 스타벅스 카페를 새롭게 시도해 볼 계기가 될 수 있다.




게다가   프리퀀시 이벤트에서는 각각 다양한 증정품이 있고   몇몇 제품은 특히  인기가 있다. 프리퀀시로 증정품을 얻을 생각을 하거나, 그중에 특정 증정품을 노리는 경우 이전과는 다른 생각으로 커피를 마시게 된다. 증정품 획득이라는 목표 달성을 염두에 두고 커피를 마시는 과정에서 커피를 마시는 횟수는 이전보다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전이라면 마시지 않을 커피도 증정품을 생각하면서 마시게 되니, 스타벅스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커피도  많이 팔고 매장에 사람들이 방문하는 회수도 늘릴  있다.




하지만 그저 커피 판매 매출을 증대하는 것이 프리퀀시 이벤트의 목표일까? 무료 증정품을 제공하는 이상 프리퀀시 이벤트에는 큰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 보이고, 단순 매출 증대가 목적이라면 더 합리적인 방식의 마케팅이 가능해 보인다. 만약 프리퀀시 이벤트가 매출증대가 목적이 아니라면 스타벅스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왜 스타벅스는 굳이 커피와 상관이 없는 일상용품을, 거금을 들여 가며 프리퀀시 이벤트를 진행하여 사람들에게 공짜로 뿌리는 것일까?




프리퀀시 이벤트의 목적이 매출 증대가 아니라면, 스타벅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2018 09, 서울 남산




스타벅스는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이다. 커피를 팔고 그것을 위한 공간을 제공한다. 이를 위한 스타벅스의 전략이 성공적이었던 간에, 아니면 정말 억세게 운이 좋았던 간에, 스타벅스는 사람들에게 대표적인 카페 프랜차이즈로 각인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흔하게 카페 하면 스타벅스를 떠올리고 그 반대를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스타벅스가 앞으로 계속해서 주도권을 유지하고 성장세를 그려나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프랜차이즈 카페라는 정체성에 안주해 있어서는 안된다. 여태까지는 그저 식음료를 파는 요식업체라고 생각되었던 기존의 카페 문화와는 다르게, 현대 사회에서 카페라는 것은 점점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닌 그곳에서 무언가를 하는 공간 혹은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는 상징으로 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스타벅스는 카페 안에서 멈출 생각이 없다. 스타벅스는 카페 밖으로 나가야만 하고, 카페가 아닌 스타벅스라는 브랜드 자체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를 위해 어떻게 사람들에게 스타벅스를 노출시킬 것인가 이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스타벅스에요. 카페도 하지만, 이렇게 여러분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같은 광고, 스타벅스 홍보대사, 물량공세 콜라보 제품을 출시한다면 어떨까? 아마 브랜드 관리의 자살골이 있다면 그것을 말할 것이다. 과도한 브랜드 홍보는 사람들의 반감을 불러 일으킨다. 바빠 죽겠는데 문을 두들기며 저희 이름좀 기억 해 달라니까요! 하고 말하는 어설프고 시끄러운 브랜드를 좋아할 사람은 단언컨데 없다.




브랜드 홍보는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점진적으로, 실용적인 방식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등장하는 것이 프리퀀시 증정품이다. 커피와 상관이 없는 일상용품인 프리퀀시 증정품들은 계속해서 사람들 손에 들려 다니면서 사용된다. 여행에서 스타벅스 로고가 박힌 캐리어가 쓰이고, 한강변에서 스타벅스 로고가 박힌 블루투스 스피커가 빛난다.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커피와 상관이 없는데 그게 무슨 의미인가? 그것이 바로 스타벅스가 원하는 것이다. 커피와 전혀 연관이 없는, 카페 밖 환경에서, 스타벅스의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것.




사람들은 프리퀀시 증정품을 일상 생활에서 사용할 것이다. 그리고 그 증정품들은 스타벅스가 원하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줄 것이다. 더이상 카페 프랜차이즈 스타벅스가 아닌, 스타벅스라는 브랜드 그 자체를. 그리고 무료 증정품을 일상생활에서 계속해 이용하는 사람들은, 자발적인 스타벅스의 브랜드 광고판이 되어주는 것이다.




일상 속의 프리퀀시 증정품은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닌 브랜드 자체의 스타벅스를 노출시킨다. 2018 10, 구 노량진 수산시장




최근 들어 스타벅스가 홍보하기 시작한 여름 문구인 '좋아하는걸 좋아해' 에서 이러한 스타벅스 브랜드 컨셉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 어디에도 프랜차이즈 카페에 대한 것이 없다. 맛, 품질, 메뉴의 개수 같은 것들을 홍보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스타벅스 카페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하기를 바라는지에 대한 홍보에 집중했다. 물론 홍보가 너무 신토불이스럽다는 평가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사람들에게 프랜차이즈 카페로의 이미지를 강력하게 남긴 스타벅스가 원하는 것은, 이제 단순히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스타벅스라는 브랜드 자체로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것이다. 그리고 스타벅스가 일 년에 몇 번씩 커피를 고정적으로 마시는 사람들에게 무료 증정품을 나눠주는 것은 그것을 위한 홍보 계획의 일환이다. 전혀 카페와 연관이 없는 부분에서도 스타벅스를 노출시키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도록 하는 것.




그것이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와 구별되는 스타벅스의 방향이며, 스타벅스만이 그릴 수 있는 브랜드 미래의 계획이다. 더이상 카페 프랜차이즈의 스타벅스가 아닌, 스타벅스 브랜드가 운영하는 카페 프랜차이즈로 자리잡는 것. 오직 스타벅스만이 남은 그 브랜드 자체.




스타벅스는 카페 밖을 꿈꾼다.




스타벅스는 더이상 카페 안에 남아있지 않고 남을 생각도 없다. 스타벅스는 카페 밖을 바라보고 있다. 2018 11, 서울 청계천


작가의 이전글 교훈 8, 발마사지는 긴장 완화에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