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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Jun 19. 2022

여자 모델이 남자 왁스를 들고 있는 이유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거짓말

평일은 집에 오면 보통 브런치 글을 쓴다. 집에 도착해서 운동을 하고 정리하면 넉넉하게  시간 정도의 시간이 있는데, 이때 느슨하게 집중을 하면서 글을 쓰는 것이다. 느슨하게 집중을 한다는 것은 중간중간  짓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항상 머릿속으로는 열심히 글을 쓰고 남는 시간  편하게 인터넷 구경을 해야지 싶지만, 글을 쓰다 보면 중간중간 마음이 풀어져서 인터넷 구경을 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재미있는 것을 보았다. 요즈음 눈에 많이 보이기 시작한 왁스 광고이다. 왁스 광고 안에서는 매력적인 여성이 손에 왁스를 들고 있다. 왁스 크기와 손의 위치가 묘하게 맞지 않는 것이, 어쩐지 모델 사진에 왁스를 합성한  같다. 생각해 보니 이런 광고를    적이 있었다. 남성용 미용 관리 제품을 광고 , 매력적인 여성을 전면에 내세워서 광고를 하는 것을   있었다.




사실 이런 광고를 자주   있다. 미디어 속에서는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외모와 무관한 제품을 홍보하는 것을 본다. 핸드폰도 팔고, 치킨도 팔고,  판다.




얼핏 생각하기엔 왁스랑 여성 모델이 무슨 상관인가 싶다. 왁스를 쓰면 머리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이미지가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다른 왁스에 비교해서 무엇이 좋은지가 광고의 주 소재가 되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내용들 대신 모델의 긴 생머리와 잘록한 허리라인, 그 바지의 뒷주머니에 꽂힌 왁스 사진만이 남아있다.




그리고 그것은 효과가 있다. 왁스를 누가  것인가? 남자가  것이다. 왁스를 써서 자신의 분위기를 획기적으로 바꾸고 남자가  것이다. 그런 사람의 눈길을   있는 것은 무엇일까. 왁스를 써서 얼굴이 바뀐 사람일까? 아니면, 이성적인 매력을 어필하다 못해 잔에 넘치도록 따라내는 와인처럼 쏟아붓는 이성? 무엇이  시선을   있을지는  이야기  필요도 없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광고에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단순히 불쾌한 것과 그래선 안 되는 것은 혼동하기 쉽지만 명백히 다른 것이다. 반드시 막아야만 하는 이유가 아니라면 그냥 벌어지는 일로 받아들이는 것이 나음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묘하게 그 광고가 불쾌했다.




어쩌면 나는 단순히 매력적인 이성이 합성된 왁스병 사진으로 돈을 벌고 있음을 질투하는 것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보다   기분을 묘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광고가 매력적인 여성을 써서 왁스 광고를 하며 왁스만 바꿔도 여자친구가 생긴다! 라고 이야기 하는것은  가지 명확한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하기 위한 것일지 모른다. 나는 당신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우리 왁스를 쓴다면 당신에게 여자친구가 생길거에요.




이런 식의 메세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흔하디 흔한 광고이다. 당신이  물건을 가진다면 멋져 보일 것이다, 강해 보일 것이다,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 자신감을 가질  있을 것이다, 당당하게   있을 것이다. 굳이  사도 되는 물건을 사게 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은,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을   있다고 유혹한다.




나이가 들수록 회의적으로 변해가는 나는 그런 것들을 거짓말이라고 믿는 편이다. 사람들이 보통 간절히 원하는 무언가는 카드로 한번 긁는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테니. 어쩌면 그걸 가질 수 있는지 없는지는, 이미 정해져 바꿀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일테니.




자본주의의 광고란 결국 대부분이 매력적인 거짓말 아닐까. 2022 06 11, 서울 경희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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