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한 자루와 리스테린

좋아하는 것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by 황훈주

좋아하는 것들 대부분은 나를 떠났다. 사랑한다는 말은 꺼내지도 못하고 입 안에 물고 있다 홀로 삼켜야 했다. 입 안에 물고 있으면 리스테린이 떠오르곤 했다. 따가워서 ‘퉤’ 하고 뱉어버리고 싶지만 아무렇게나 뱉을 순 없어 나 홀로 아무도 없는 곳에서 소쩍 소쩍 운다.


싫지 않으면 그게 사랑인거야. 결혼한 선배가 말했다. 형의 결혼은 ‘그렇게 됐다’였다. 싫지 않으니까. 그럼 ‘사랑’의 반댓말은 ‘싫다’인걸까요. 끝내 묻진 못했다. 오랜만에 만난 형과의 술자리에선 쓴 맛이 났다. 나는 따가운 리스테린을 힘껏 물고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점차 좋아하는 걸 묻는 사람들은 희미해졌다. 사람들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보단 무엇을 잘하는지를 궁금해했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죠? / 사람을 좋아하고, 함께 일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리고 글 쓰는 걸 좋아하고 노래하는 걸 좋아합니다. / 그래서 잘 하나요? / 잘해야겠죠? / 그럼요. 좋아하는 거랑 잘 하는 건 다르니까요.


좋아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선 잘 해야 했다. 너를 곁에 두고 싶어 나는 잘 해야 했다. 짜장면을 먹고 싶단 너에게 나는 짜파게티 두 봉지를 사야 했다. 짜파게티론 만족이 안 될 거 같은데. 그런 날이 있다. 진짜를 먹고 싶은 날 말이다. 너를 옆에 두고, 집 청소 하기 힘들다고 투정 부리는 널 두고, 세상이 너무 폭력적이라며 문 밖을 나서길 싫어하는 널 홀로 두고 나는 더욱 강해져야 했다. 좋아하는 것들이 대부분 나를 떠났을 때 내가 좋다며 남은 너를 나는 떠날 수 없었다. 쓴 리스테린은 내가 삼키고 너에겐 향기만 남겨 입맞추고 싶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했던가. 그래도 글 쓰는게 좋아서 이런 일 하시는 거잖아요. 기자님은 웃으며 인터뷰를 마쳤다. 좋아하는 것들 대부분은 나를 떠났다. 좋아했던 너를 닮아 무엇이라도 되고자 했던 나는 글을 부여잡고, 기자란 명함을 붙잡고, 누울 자리 어디 없나 핸드폰을 붙잡았다. 좋아했던 너는 떠나고 나를 좋아하는 널 닮은 아이가 내게 남았다. 좋아하는 것들은 점차 희미해지지만 지키고 싶은 것들은 명확해진다. 지키고 싶은 마음이 커질 수록 나는 좋아하는 꿈을 꾼다.


나는 글을 쓴다. 그리 잘 쓴다 생각하지 못했는데 너에게 닿고 싶다 생각한 마음에 글을 쓴지가 7년이 넘어간다. 엄마는 아직도 만나면 공무원 시험 준비하라고 잔소리다. 그래도 글을 쓸 때면 너에게 가까워지는 것 같아 좋아하는 것들을 쌓아 올려 하늘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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