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것을 먹고 싶다

프리랜서를 그만둔 후 2개월

by 황훈주

프리랜서의 살아 남기는 결국 실패했다.


"서울로 올라올래?"


서울에선 다른 프리랜서의 가닥을 잡을 수 있었을까?

그러나 계속 지역에 남기로 했다.

아직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남았을 거란 미련이다.

다만,

글쓰기로, 글만 써서 먹고사는 일은 가능하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의 나로선 불가능한 일이었다.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고,

출판사에 들어갔다.

계획했던 수익을 만들지 못했고,

여러 지원 사업이 끝나가던 때였다.

고민할 생각도 없이 우선 살아야겠단 생각으로 출판사에 들어갔다.


3개월 동안 일하며 책 한 권을 만들었고

꽤 나쁘진 않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돈이 생겼고,

더 이상 통장 잔고를 걱정하며 밥을 먹지 않아도 되고,

여자친구에게 조금 더 쉽게 밥을 사줬다.

차를 살까 고민하며 인터넷을 뒤지고

다시 좋은 집으로 이사 갈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끔씩,

살아 있는 것을 먹고 싶단 욕망이 왈칵 올라오곤 한다.


살아 있는 것.

내가 즐거웠던 순간.

현장에서 등 굽은 할머니,

마을 골목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어머니들,

힘들어도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그 누군가의 미소를.

다시 현장에서 맛보고 싶다.


프리랜서란 이름을 가지고

온전히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썼던 순간들이

그리고 살기 위해서라도 움직였던 그 모든 현장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나는 돈을 벌고,

다시 돈을 벌고,

매달 급급하게 살지 않아도 될 돈들이 있지만

살아 있다는 느낌이 문득 희미해지곤 한다.


내가 나로 살지 않게 될 때

나는

얼마를 버는 사람.

더 좋은 조건의 연인을 만날 수 있는 사람.

더 좋은 차를 끌 수 있는 사람.

더 좋은 집을 가질 수 있는 사람.

그 정도가 된다.

그런 삶은 참 웃기다.


살아 있는 것을 먹고 싶다.

이 원초적 욕망은 어디로부터 오는 건지 알 수 없다.

살아 있는 것을 먹으며

살아 있고 싶다.

나로 존재하고 싶다.


프리랜서의 일기는 끝나지만

이제 다시 복기하면서 다음 도약을 준비해야할 때가 온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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