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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구 Oct 06. 2022

도시를 사랑하는 방법_4

잠시 다른 도시와 사랑에 빠지기

모든 것은 상대적입니다. 좋아한다는 것도 상대적입니다. 슬픈 일이지만 사람이 그만큼 흔들리는 존재라고 인정해버리곤 합니다. 그래서 때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것 옆에 나란히 걸어 두고 바라보곤 합니다. 그게 더 마음을 부풀게 하기도 하니까요.


취재 일로 광주에 2박 3일을 있었습니다. 홀로 여행을 떠났던거라면 하루종일 광주 이곳저곳을 누비며 골목의 냄새를 탐했을텐데... 호텔이란게 참 야속합니다. 호텔 가격을 생각하면 아무리 멀리 나가다가도 다시 밤이 되면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게스트하우스를 들락거리다가도 호텔 가격을 생각하면 호다닥 다시 숙소로 돌아갑니다. 호텔을 기준으로 저는 도시를 공전합니다. 멀리 멀리 떠나다가도 다시 호텔로 돌아가게 됩니다. (무엇보다 호텔 조식은 참을 수 없으니까요. 아. 나약한 나의 마음이여)


아마 나중에 다시 광주를 떠올리면 마치 대학교 새내기 M.T.가 떠오를 듯 합니다. 괜히 다시 대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동명로는 그랬습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는 영국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동명로였습니다. 밤이 되고 새벽이 되고 해가 뜰때까지 거리의 불빛은 꺼지지 않고, 그러면 내 마음도 함께 활활 타오르게 됩니다. 나도 아직 어깨 들썩이면서 술 마실 수 있는데!


동명로를 따라 쭉 올라가면 조선대학교가 나옵니다. 거의 동명로 핫플 시작부터 조선대학교까지 거리 길이는 대략적을 1.2km 입니다. 대전에서 이정도로 길게 골목이 형성된 상권이 있나 생각해보면 아마 없지 않나 싶습니다. 거리를 걸으면서 다양한 가게를 지날 수 있는 건 마치 TV에 다양한 채널을 돌릴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 것과 같습니다. 다양한 가능성 사이를 걸으며 저는 아무래도 기분 좋은 상상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넷플릭스도 가장 신나는 순간은 영화를 보는 시간보단 어떤 영화를 볼 지 고민하는 시간이니까요.


이 즐거운 길을 쏘다니며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내가 좋아했던 친구들과 여기저기 가게를 쑤시고 다니며, 새로운 음식을 먹고, 사진 찍고, 가끔은 자체 휴강하고 햇살을 즐기고 싶단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대학생활이 인생에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방학 기간만 무려 3개월이니까요. 지금 알았던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적어도 PC방에서 하루를 죽치고 있진 않았을 텐데...


광주가 좋았던건 동명로 뿐만 아니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일빌딩, 옛 전남도청 등 시간을 쌓아올린 공간과 그 공간을 보전하려는 노력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레고 놀이를 좋아하는 편인데 그 중에서도 레고 부품을 하나 남기지 않고 모두 사용해 원하는 작품을 만들었을때 쾌감을 좋아했습니다. 광주를 보면 천천히 잘 쌓아나가고 있는 도시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이곳을 개발할때 광주 시민 누구나 무등산을 감상할 수 있도록, 그래서 건물을 낮게 지었어요. 물론 지금은 고층 아파트가 하나 둘씩 그 틈으 비집고 들어오지만..."

광주 잡지 전 편집장님의 말입니다. 그래도 이곳은 적어도 도시 스카이라인을 생각하고 도시 계획을 진행했구나 싶은 생각에 멋진 도시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2박 3일 동안 남의 도시를 부러워하다 돌아와버렸습니다.


"그건 니가 여행으로 방문했으니 그렇지. 일하러 가 봤으면 또 다를걸?"

나의 광주 예찬에 질린 친구의 말입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누가 그랬죠. 해외 여행이 즐거웠던 이유는 그 짧은 시간에 그 많은 돈을 썼기 때문이라고. 그 돈이라면 한국에서도 남 부럽지 않고 즐길 수 있었을거라고요. 이제와 생각하니 역시 불공평한 경쟁이었습니다. 일하고 지지고 볶고 싸우는 내 도시와 잠시 즐거운 추억을 남긴 도시를 비교하다니요. 그렇게 생각하니 비교하려 했던 내 마음이 문제였구나 싶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렸다는데 그 말을 오늘 한 열 번은 되뇌여야 할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은 상대적입니다. 그러나 그 기준을 만드는 사람도 상대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마치 시간과 공간이 뒤죽박죽이 된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니, 심지어 결정해야 하는 사람도 상대적이라니. 결국 모든 것은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라 사건의 지평선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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