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활동증명이 완료 되었다. 난 이제 진짜 자까일까?
속하고 싶으면서 떠나고 싶다.
나는 풍선이다.
둥둥 떠다니고 싶다.
안전한 줄을 잡고서.
20주 정도 걸린다더니 정말 그랬다.
대기번호 20도 아니고
20주.
꽤 긴 시간이었다.
정말 잊을만할때 연락이 왔으니까.
"안녕하세요. 예술활동증명이 완료되었습니다."
첫 문단에 접수번호가 뜨길래
요즘 이삭토스트집은 키오스크 결제하면 결제번호가 핸드폰으로 오는구나 싶었다.
이삭토스트에서 프랜치햄토스트를 시켰다.
그런데 나는 키오스크에 내 번호를 쓴 적도 없는데?
물음표 한 세 개 정도가 머릿속을 지날때 핸드폰을 자세히 봤다.
예술활동증명완료 메시지였다.
매번 어려운 문제다.
포도주에 몇 방울 물을 떨어트려야 물이 될까요?
알 수 없다. 그 애매한 경계 속에서 이건 포도주고 저건 물이라고 말하는 건 쉽지 않다.
물에 포도주 한 방울 떨어트리면 그건 물. 나는 물인가 포도주인가.
예수님. 도와주세요. 물을 포도주로 한방에 바꿔 주세요.
나는 작가일까.
잡지에 글을 쓰면 작가일까.
책을 내면 작가일까.
신춘문예에 당선되면 작가일까.
매번 집에서 머리 빠져라 글을 쓰면 작가일까.
국가에서 예술인으로 인정해주면 작가일까.
나는 내가 작가라 할 수 있을까.
공자 선생님. 관직을 얻으면 무엇을 먼저 하시겠습니까.
이름을 고치겠다.
정명이다.
공자 선생님. 작가라는 이름은 언제 고칠 수 있을까요.
...
뉴워커라는 말이 있다.
직업을 스스로 정의하는 거다.
세상이 정한 직업 명칭이 아닌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하는 일을 스스로 정의하는거다.
그렇다면 나는 동네에서 돌아다니는 한량 작가다.
발자크가 되고 싶다.
동네 모든 사람들을 다 쓰고 싶다.
인물 사전을 쓰는거다.
글을 써보자.
시작은 서울에서 살던 모델이 촬영일로 대전에 오는 것부터 시작한다.
서울에서 온 모델은 대전에서 어리둥절한다. 그런 모델을 취재하러 오는 기자는 1년 안에 서울로 올라갈거라 한다.
"오지 마세요."
"네?"
"오지 마시라고요."
서울에서 온 모델과 기자는 담담하게 담배를 태운다.
"그거 알아요? 대전에서는 길빵하고 다녀도 별 문제 없어요."
"정말요?"
그렇게 둘은 담배를 피우며 거리를 걷는다. 그러다 머리 긴 여자를 마주한다.
"아저씨. 여기 금연 구역이에요."
"여긴 길빵해도 문제 없다고 얘가 그랬어요."
"저는 괜찮은줄 알았죠."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렇게 셋은 말도 안되는 대화를 오고간다. 여자는 디자이너다.
"나에겐 오직 한 사람만 있으면 돼."
여자가 말한다.
"우물은 고작 혼자 머리를 넣을 수 있는 정도로 작다고."
셋은 서로를 마주보고 담배를 태운다. 여긴 흡연구역인가요. 사실 흡연구역이 어디있겠어요. 금연구역도 확실하게 없는데. 아까 거긴 금연구역이잖아요. 모르죠. 또 바뀌었을지.
알 수 없는 대전. 그런 이야기를 주저리 써보고 싶다.
그러면 정말 작가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