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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구 Apr 24. 2024

결국 나는 너를 이해하지 못할 거란 불안감

그리고 불만

아이는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약속 시간보다 2시간 일찍와서 다른 곳을 가지 않고 약속 장소인 카페 문 앞에서 기다렸다.

“공황도 있고 불안 장애도 있어요.”

아이는 코스프레를 좋아한다 했다. 작년까지 코스프레를 했는데 이제는 돈이 없어서 못하겠다고 했다.

“작년에 돈이 좀 많았어서요. 그때 충동구매를 했어요.”

돈이 많다고 해서 어떻게 벌었나 조심스레 물어보니 취업지원제도 통해 받았다고 했다. 아차차. 이 아이에겐 그 돈도 큰 돈이였던거다.



웃을 때 참 예쁘다 생각드는 아이였다. 집에 동생과 같은 방을 쓰는데 동생이 말이 좀 험하다고 했다. 그런 불평을 처음보는 사람들에게 하는 이유는 어쩌면 작은 위로라도 이곳에서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을거다. 다들 자신을 이상하다 말할테니까.

작은 집, 많은 동생, 돈 벌어오라고 하는 부모, 쉬는 아빠. 그랬다.


“깊게 만날 생각은 하지 말거라. 니 미래를 생각해야지.”


처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말했을때 부모님은 별 다른 것을 묻지 않았다. 형제가 몇인지 그리고 어디 사는지 물었다. 그게 전부였다. 사는 곳이 곧 사람의 명함이 될 수 있단걸 나는 나름 오랜 취재 생활을 하면서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후 한동안 부모의 생각으로부터 벗어나려 했지만 삶의 경험이란 것은 패기로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너는 내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 거야.”


친구는 말했다. 이해할 수 있다고 수없이 말해도 나는 이해할 수 없었을 거다. 대부분의 일들이 그랬다.

택시 탈 때 무서워 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고, 코스프레를 하면서 밖을 돌아다니는 이유를 알 수 없고, 부당함과 억울함을 이야기하는 이들의 말에 나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다를거란 생각에 시작했지만 나도 결국은 같은 사람이란 생각에 내 자신이 미워진다.


우울증과 자살률이 오른다 해도, 우울하구나 생각해도 그들을 나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눈물을 닦아줄 준비가 되었다 생각했지만 아닐 것이다. 나는 그러지 못할 거란 생각에 불안하다. 그들이 싸워야 하는 것은 세상과 노력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끌어 내리는 사회 시선과 환경이 만들어낸 중압감부터 이겨내야 했다는 사실을 나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부모님은 공무원이 되라고 했다. 안전하게, 평범하게 살으라고 했다. 그것이 부모님이 내게 물려줄 수 있는 전부였다.

좋은 동네에 살게 했고, 부모님은 싸우지 않았다. 싸울 일이 없던 게 아니라 참았을 거다. 그게 부모님이 물려준 전부였고 그것들이 사실 그리 쉬운 것이 아니란 걸 나는 알지 못했다. 대부분의 삶은 그렇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다음에 또 봐요.”

동물을 좋아한다던 아이는 집으로 갔다. 가는 길을 지켜봐주었다. 스스로와 싸우며 이겨가려 하는 아이를 응원해줄 수 있는 이들이 있을까. 동네는 돈으로 갈라지고 서로의 격차가 심해지니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거다. 그것이 나는 불안하고 불만이 되어 스스로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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