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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훈주 Oct 01. 2024

떡볶이가 끌리는 과학적 이유

또는 핑계. 또는 운영

90년대생이면 누구나 한 번쯤 먹었던 추억의 음식이 있다. 학교 앞엔 언제나 분식집과 문방구가 있었고 하교 후엔 떡꼬치, 피카츄 돈가스 그리고 컵떡볶이를 하나씩 사 들고 친구들과 놀이터에 갔다. 특히 컵떡볶이는 지역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대부분 500원에서 1천 원. 1천 원에는 계란 반 개가 들어 있었다. 떡을 많이 주는 곳이 있고 오뎅을 넣어주는 곳도 있었다. 심지어 가끔 한 번 리필도 해 주는 곳도 있었다. 그걸로 배 채우고 그렇게 뛰어놀다 배 꺼지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국민 간식이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졌지만, 아직도 떡볶이를 길거리 음식, 국민 간식이라 말하는 건 그들의 기억 한 켠에 남아있는 놀이터의 추억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떡볶이의 변천사

컵떡볶이를 추억하는 이들에겐 지금 떡볶이 가격이 야속하겠지만 떡볶이 입장에선 과거의 영광을 되찾았다 생각할지도 모른다. 원래 떡볶이는 귀했다. 간식이 아닌 식사 개념으로 새해 상차림에 들어가기도 했다. 떡국이 정일품 급이면 그다음이 떡 찜이고 별미는 떡볶이란 말이 있었다. 한국 전쟁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 온 떡볶이의 역사를 과거 기사들을 통해 알아보았다.


과거 신문을 찾아보면 심심치 않게 떡볶이 레시피를 찾아볼 수 있다. 1959년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떡볶이 재료로 표고, 계란, 고기, 미나리, 당근 등이 들어가고 양념은 간장, 설탕, 깨소금, 송이버섯 참기름, 들기름이 들어갔다. 만드는 법이 잡채와 비슷해 떡 잡채라고도 불렀다. 이러한 요리법은 1800년대 조리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쌀떡은 귀했다. 떡볶이를 별미라 했던 이유도 정초에 떡을 하고 남은 것으로 만드는 요리였기 때문이다.


떡볶이가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1970년대에 있었던 혼분식 운동이다. 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혼식과 분식을 강제했다. 식당에 판매하는 음식에 일정 비율 보리나 밀가루를 혼합해야 했고, 오전 11시~오후 5시엔 쌀로 만든 음식을 팔지도 못했다. 쌀떡은 귀했으나 밀떡은 저렴했다. 가격이 달라지니 소비가 달라졌고 인식이 변했다. 떡볶이에 대한 과거 신문 기사를 계속 따라가 보면 새해 상차림에 들어갔던 떡볶이가 1970년대를 지나며 불량식품이 됐다. <정초의 흰 떡으로 몇 가지 음식 만들기>, <정초의 술안주> 등 별미로 뽑히던 떡볶이는 곧 <무절제한 어린이 소비생활>, <범람하는 식품공해, 건강위협>과 같은 기사에 나타나게 된다. 특히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심층취재_불량 식품 소비 조장, 학교 앞 유해거리>라는 1984년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당시 학부모들이 왜 떡볶이를 불량식품으로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위생이었다.


“20개에 1백 원 하는 떡볶이와 한 개 50원 하는 핫도그는 국민학생에게 꽤 인기가 있는 듯 학생 3명이 또 (포장마차에) 들어왔다. 차량 먼지 등 포장마차 안으로 그대로 들어와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고추장을 넣은 떡볶이가 기사에 보이기 시작한 때도 이때다. 고추장 떡볶이의 시작은 마복림 할머니로 보고 있다. 1996년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중국집에서 나온 양념한 떡이 나왔는데 느끼한 중국식 양념 대신 고추장으로 볶아보면 맛있겠다”는 생각에 신당동에서 개업했다고 한다. “며느리도 몰라”라는 말은 여기서 나왔다. 고추장과 춘장을 섞고 멸치 육수로 맛을 냈는데 그 비법은 며느리도 안 알려줬다고. 



떡볶이는 왜 이리 비싸졌나. 떡볶이 프랜차이즈 이야기

왜 지금은 컵떡볶이 가격을 찾아볼 수 없을까?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 19다. 떡볶이 가격이 인상된 가장 큰 요인이 배달 문화와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20년 대비 21년에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전년 대비 78.6% 증가했고 그중 모바일 주문은 16조 5,197억 원으로 전체 대비 96.4%를 차지했다. 음식을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지면 음식 형태도 달라진다. 분식집에서 한 접시에 담아 먹던 떡볶이는 프랜차이즈 사업이 확장되며 포장 용기에 2~3인분 양으로 팔게 됐다.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려는 시도로 보인다. 거기에 떡볶이와 함께할 튀김류까지 고르다 보면 2만 원을 훌쩍 넘게 된 것이다.


물론 코로나 이전부터 떡볶이 프랜차이즈 사업은 활발히 이뤄졌다. 그 스타트는 아딸과 신전떡볶이다. 아딸은 아버지 튀김 딸 떡볶이라는 뜻인데 떡볶이보단 바삭한 튀김이 메인이었고 신전떡볶이는 매운맛으로 특정 소비자를 공략했다. 이후 죠스 떡볶이, 국대 떡볶이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가 생겼지만, 폭발적인 떡볶이 프랜차이즈 사업 증가는 매운맛 소비와 관련 있다. 처음부터 매운맛으로 승부 본 신전떡볶이가 서울에 성공적 진출한 시점은 2015년이다. 그전까진 단맛이 대세였다. 이 시기는 불닭볶음면이 히트를 친 시기와도 비슷하다. 명확한 지표론 한계가 있겠지만 농촌진흥청에서 발표한 고추 1인당 소비량은 2005년에 2.2kg에서 2015년엔 3.4kg으로 증가했다. 그 이후로도 3kg 이상을 소비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 기준으로 ‘떡볶이’ 프랜차이즈 개수는 221개다. 이중 최초 등록일 기준으로 평균을 내면 2019년, 2019년 이전에 설립한 프랜차이즈 최초 등록일 평균이 2015년인 것은 꽤 상징적이다. 매운맛이 대중적인 소비 트렌드가 되면서 떡볶이 프랜차이즈 사업도 활성화가 되었고 코로나 19가 만 원 이상 떡볶이 프랜차이즈 정점을 찍었다 볼 수 있다.


유행과 상관없이 언제나 함께하는 음식

컵떡볶이 같은 추억의 가격을 찾으려면 오래된 노포를 찾으면 된다. 대전에도 유명한 떡볶이집이 있다. ‘바로그집’과 ‘떡반’이다. 대전 토박이로서 이견이 있을 순 있겠지만 전국적으로도 인지도 있는 떡볶이집을 선정했다. 중앙로 지하상가에 위치한 바로그집은 아이스크림 떡볶이로 유명하다. 

“예전 KBS에서 <스펀지>라는 방송을 했잖아. 거기서 우리 떡볶이가 방송 나간 적이 있었어. 제작진이 떡볶이 특색을 말하라 했는데 예전 손님이 소스가 살살 녹는다고 말한 적이 있거든. 그래서 그 자리에서 아이스크림 떡볶이라고 말했지.”

바로그집 신순금 대표는 지하상가가 생기기 전부터 떡볶이집을 했다. 1980년대부터라고 한다. 떡볶이 소스만 따로 팔 정도로 유명한 소스 비법은 분식집을 인수하면서 전수받았다. 떡은 쌀떡을 쓴다. 소스가 잘 배어나도록 떡 가운데엔 구멍을 뚫었다. 이렇게 하면 떡을 빠르게 익히기도 좋다고. 떡볶이 맛은 달다. 무엇보다 소스가 독특하기에 라면 사리를 넣거나 튀김을 함께 먹는 경우가 많다. 모듬 떡볶이는 6,000원, 라볶이는 6,500원으로 싼 가격은 아니다. 중앙로 지하상가를 지나는 길에 한 번쯤은 발길이 가는 떡볶이집이다. 과거 추억을 따라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원도심에 바로그집이 있다면 대전 시청이 있는 둔산동엔 떡반집이 있다. 떡반 뜻은 ‘떡 반 국물 반’이라 생각하는 분도 있지만 정확히는 ‘떡볶이 반 개’란 뜻이다. 떡볶이도 먹고 싶고 토스트도 먹고 싶은 학생들이 있어서 떡볶이 반 개만 팔았는데 그후로 사람들이 더 많이 왔다는 것. 초창기엔 떡볶이를 1천 원에 팔았다고 한다. 떡반은 국물 떡볶이로 컵그릇에 국물에 떡이 잠길 정도로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본점은 둔산여고 근처에 있어 학생들이 자주 찾는다. 떡반이라는 이름 유래처럼 토스트를 함께 먹는 걸 추천한다. 토스트엔 모두 계란이 들어간다. 철판에 계란을 스크램블하듯 휘저어 만들기에 폭식한 식감이 특징이다. 가격은 떡볶이가 1인분 기준으로 4,000원, 기본 계란 토스트가 3,800원. 약 8천 원 안 되는 가격에 배를 든든히 채울 수 있으니 학생들이 사랑할 만하다.


바로그집 떡볶이
떡반집 떡볶이


떡볶이에 우리가 끌리는 이유

인간은 처음에 죽을 만들고, 떡을 만들었으며 나중에 밥을 지었다고 한다. 쌀로 밥을 지으려면 뜨거운 열을 꾸준히 가해야 하는데 옛날 토기는 그 열을 다 견디지 못하고 깨졌다. 그래서 시루를 토기 위에 올리고 증기로 떡을 쪘다. ‘우리’라는 말이 울타리 어원인 ‘울’에서 왔다고 한다. 울타리 안에서 함께 밥을 먹을 때 우린 밥보단 떡을 오래도록 먹어 왔던 것이다. 유난히 학창 시절의 기억, 누군가의 추억을 떠올리는 음식으로 떡볶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함께 떡볶이를 먹는다는 건 그만큼 너를 한 팀으로, 한 식구로 생각한다는 건 아닐까. 우리가 떡볶이에 끌리는 것은 어쩌면 특별한 소스 이전에 각인된 본능이었을지도 모른다.



음식 관련 기사는 매달 대전 문화예술잡지 <월간토마토>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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