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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훈주 Nov 13. 2024

로컬 매거진은 없다.

아니 가끔 있다.

"정말 그만해야 할지도 몰라."


편집장이 매번 하는 푸념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정말 그렇게 될까 봐 나는 매번 외면하듯 모른척했다.

지역 대형 서점이 결국 30년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그 달에 편집장은 꽤 긴 서문을 썼다. 제목은 <책과 빵>. 책은 계룡문고고 빵은 성심당이다. 그리고 편집장은 매달 그만둘 거 같다면서도 책을 냈다. 그렇게 17년을 넘게 살았다. 매달 마감일에 시달린다 하면 상투적이다. 일 년에 12권 잡지를 낸다 하면 수학적이다. 이번달 208호가 나왔다고 하면 그 긴 숫자 속에 파묻혀 그 의미가 흐려지는 듯하다. 잡지사 이름을 말하면 '좋은 일 하시네요'라고 한다. 하지만 좋은 일이라고 계속하고 싶다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좋은 일인데도 멈추게 될 때가 있다.




막연하게 글을 쓰고 싶다 생각했다. 그게 좀 멋지니까.

그래서 대학생 때 학보사 편집장을 했다. 글 쓴다는 이유로 어른들은 광고를 줬고, 시장 인터뷰도 가능했다.

어른들에게 글 쓰는 학생은 어쩌면 70년대, 화염병, 투쟁. 그런 단어를 떠올리게 했는지도 모른다.

졸업 후에 우연한 기회로 잡지사에 들어갔다. 글을 쓰려면 서울이나 파주를 가야 할 줄 알았는데 대전에도 잡지사가 있었다.


"넌 거기에서 일하면 힘들었을걸?"


편집장님을 만난 건 잡지사가 아니었다. 다른 센터 면접장에서 면접관으로 만났다. 나중 안 이야기지만 대부분 면접자들이 합격하는 동안 나는 떨어트렸단다. 결과적으로 나한텐 좋은 일이었지만 여하튼, 이상한 아저씨는 확실하다. 그렇게 글을 계속 이어 쓸 수 있었다.


"글은 돈이 안 된다니까."


친구 말이었다. 글은 돈이 안 되었다. 한 번은 대구에 있는 한 단관극장에 갔다. <마틴에덴> 영화가 상영 중이었다. 주인공은 돈을 벌고 싶어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때는 그런 시절이었나 보다. 나는 돈을 포기하고 글이 좋아 글을 쓴다. 문제는 글을 쓸 곳도 점차 사라진다는 거다.



잡지사를 잠시 떠나 다른 일도 해 본다 했지만 결국은 내가 원하는 것은 글쓰기였다.

글은 핑계다. 인터뷰를 핑계로 가 보지 않던 가게 문지방을 넘고, 이야기를 모으다 보면 서로 필요가 있는 이들을 연결해주기도 한다.

편집장은 ‘언로’에 대해 말하곤 했다. 말의 길이 막히면 안 된다고 했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전하는 것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로 가면 안 되냐는 말에 그래도 로컬이 로컬답게 살 수 있는 것이 있을 거라 믿었다.

누구는 그 마저 핑계라 했고, 누구는 끄덕였다. 그 사이에 나는 아. 모르겠다. 하고 있다.

유명한 영화는 보기 싫다. 이상한 심보다. 그런 것처럼 모두가 정답이라 하는 것은 괜히 삐딱하게 보는 나다.

서울이 아니라도, 파주가 아니더라도. 내가 스스로 내 살 길을 찾아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대안적 삶을 제안합니다.”


잡지사 모토였다. 지역이니까 서울과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다고 편집장은 말했다.

그 꿈이 모호하긴 해도 그 말이 좋았다.


잡지사를 떠났다. 편집장은 디자이너와 기자를 모두 프리랜서로 쓰기로 했다.

사무실도 옮기고 옮기다 결국 아저씨 집으로 들어갔다. 인류 마지막 셀터 같은 느낌이다.

잡지사엔 꾸준히 한 달에 한 꼭지 씩 원고를 보낸다. 지역 웹진에도 원고를 두 개 씩 쓴다.

그렇게 모을 수 있는 돈은 한 달에 30만 원 남짓.

한 달 최소 살 수 있는 비용 180만 원.


150만 원을 글로 벌어보기로 했다.

나는 스스로 동네 작가라고 이름을 붙였다.

동네에서 무언가 일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전국에 지역 월간지가 몇 개 있을 거 같냐?”

“한 다섯 개?”

“아마 우리랑 광주 <전라도 닷컴>. 이렇게나 매달 월간지 낼 걸?”

“유감이네요.”


지역에도 삶은 있다.

하지만 로컬 메거진은 거의 없다.

지역은 거의 희미해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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