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경 or 직무 전환 시리즈]
나는 작년 서울에 가기로 마음을 먹고 '직무 전환'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10년 동안 축구 선수로, 6년 동안 체육 교육에 몸을 담았던 나에겐 어떤 직무가 어울릴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고 그렇게 '마케팅'이라는 직무를 선택했다. 하지만 정확하게 하고 싶었던 브랜드 마케팅 직무는 택하기에 나의 스펙이 너무나 어림없었다.
그래서 결국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직무를 선택하였다. 여기까지는 수월하게 진행된 듯했으나, 점점 급급해져만 가는 나의 모습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1월 초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나는 1월 3일 강남에 있는 해커스 어학원 2주짜리 토스 초급반에 등록을 하게 되어 수업을 듣게 되었다.
2주 동안 매일매일 수업을 듣는 거였다. 이 수업을 왜 듣게 되었냐면 나는 11,12월 마케팅 직무에 대해 정말 많은 정보를 찾아봤고 이미 마케팅 직무에 있는 분들에게 조언도 구했다. 그래서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이 아닌 정보로만 가득 알고 있는 겉멋만(?) 들어 있는 신입의 상태가 되었던 것 같다.
많은 정보화시대에 많이 아는 것이 득일 수도 있으나 엄청난 실을 가져다줄 수도 있는데 이번 상황은 실을 가져다주는 상황이었다. 회사라는 곳에 취직을 해본 적이 없는 나는 학교에서만 근무했다. 그래서 대학교 성적, 어학점수, 자격증, 취준 준비 등 아무런 경험이 없었다. 특히 어학 점수가 취업에 영향을 그렇게 주는지도 몰랐고 직무에 따라 다른 부분도 이때 알게 되었다.
사실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알고 있지만 어학점수가 그렇게 필수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근데 왜 어학 점수를 따기 위해 학원에 등록을 했느냐면 결국 나도 눈이 높아진 게 문제였다. 바로 '대기업'을 목표로 했던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 신입이, 그것도 취준 준비도 처음 해보는 신입이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물론 무모하지만 도전해 보지 못할 것은 아니기에 그렇게 준비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런 마음을 가지고 올라왔었다. '난 마케팅 신입이니, 작은 중소기업에서 적은 월급이어도 잘 버텨내면서 나의 실력을 증명하고 키워내자.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올라가자.'라고 생각을 했던 게 나의 실제 마음이었다. 그런데 서울에 올라오기 전 급급한 나의 마음과 감정에 스스로 휘둘린 결과가 결국 어학원에 등록을 하게 만들었다.
그 유명한 강남 해커스 어학원에 등록을 했다. 처음 수업을 갔는데 생각보다 너무 작은 강의실에 30명 정도의 학생이 꽉 채워있었다. 온라인으로 내가 듣는 강사의 수업도 1강은 듣고 왔는데 이렇게 실물로 보니 좀 신기했다. 그렇게 첫 수업이 진행돼 갔다. 첫 수업을 듣고 나의 심정은 어땠냐면, '망했다.'였다.
나의 수준은 정말 최하하하하인데 여기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지? 유학생도 있었고 또 졸업 시험을 대신해서 토스 점수를 따러 온 사람도 있었고 토익에서 점수가 안 올라 토스로 넘어온 사람들도 많았다. 하.. 토스 '기초' 반이어서 등록했는데 사실상 나는 '영어 왕초보 기초반' 이런 곳을 가야 했던 것일까, 정말 많은 후회가 몰려왔다.
수업을 마친 뒤 강사님께서 스터디도 꾸려주셨다. 6명 정도가 함께 했고 첫 만남에 어색하기도 했지만 곧 장 어떻게 진행을 할지 정했다. 그러고 첫 수업이 끝났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바로 시간이었다. 나는 하루 전날에 서울에 왔고 짐 정리도 안 되어있는데 오늘 숙제가 정말 많았다.
단어 외우기 문장 외우기 복습하기 등등.. 어쩌겠나 일단 부딪혀봐야지라는 생각으로 독서실로 향했고 또 카페로 향하면서 한번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수업을 몇 번 받은 뒤 토스 시험도 결제해서 잡아버리고 영어에 좀 집중하려고 애썼다.
하, 그런데 서울에 올라와서 처음으로 무너진 일이 있었다. 바로 영어로 인해 나 자신의 자존감이 내려가는 상황이 그랬고, 또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영어를 하게 되면서 나의 실력에 또 터무니가 없었던 것을 알게 되어 자존감이 하락 하락 또 하락했다.
그렇게 낮아져만 가는 나의 자존감 상태에서 파트 7 수업을 진행했다. 시간 안에 듣고 그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파트였는데, 난 스피킹도 정말 겨우 조금 할 법한 실력이지만 리스닝은 정말 아예 무슨 소리인지 안 들렸다. 정말 멘붕 그 자체였다.
그러면서 나는 스스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져만 갔고 파트 7 수업이 끝난 뒤 강사님께 면담을 요청했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이렇게 말씀을 드렸다. '사실 제가 제 수준에 적합하지 못한 강의를 수강하게 돼서 너무나 힘듭니다. 벅차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리면서 죄송하다고 했다. 그랬더니 강사님은 오히려 괜찮다고 또 다른 수업도 있으니 실망 말고 다른 것부터 다시 천천히 올라오면 되지 않느냐고 오히려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나는 그렇게 2주짜리 강의를 1주만 맛보고 50%를 환불받기 위해 학원을 중도에 끊었다. 이런 경우도 드문다고 하던데 나는 드문 상황을 일으켰고 사실상 내가 살기 위해 학원 등록을 했던 건데, 알고 보니 내가 살기 위해 학원을 절반만 나가고 끊어버리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잘할 거라고 생각했다. 영어도 그리고 서울에서의 첫걸음도, 하지만 현실을 그게 아니었다. 나는 정말 작은 존재였고 아무것도 없는 그런 존재였다. 그렇게 자존감은 점점 더 내려만 갔고 영어라는 스펙 실력을 쌓으려고 도전했던 서울에서의 첫 도전도 이렇게 와르르 무너지게 되었다.
결국 나도 더 좋은 회사, 더 좋은 스펙, 더 많은 연봉과 복지를 쳐다보고 그 부분에 대한 달콤함을 생각하고 있게 되었다. 나도 사람이다. 물론 성급했던 나의 모습과 성향은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한편으론 강남에 있는 그 유명한 어학원을 가서 많은 실력자분들과 겨누어 보는 경험도 참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는 첫 실패를 맛본 뒤 내 위치와 실력을 알게 되어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