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경 or 직무 전환 시리즈]
와장창 무너졌다. 정확히 3월 둘째 주에 첫 회사에 입사했고 3월 3주가 지난 넷째 주에 일어난 일이다. 그 당시에 나는 전날 밤 잠을 하나도 못 자고 출근했다. 출근하면서도 한숨 푹 쉬며 어디 끌려가듯 출근했다. 회사 도착 후 자리에 앉았다. 잠을 못 자서 컨디션도 좋지 않고 출근 3주 차인데 나에게 익숙하지도 않고 이 일이 나에게 맞는 건가 싶기도 했다.
그 생각을 3주 동안 출근하면서 매일매일 생각했다. 막막함 그 자체였다. 이게 도대체 뭐지 싶었다. 그날 오전 팀장님이 출장을 갔다. 그래서인지 할 일이 별로 없기도 했고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았다. 그걸 알아차린 내 옆 동료가 '현진님 괜찮아요?'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그 질문에 나는 '아니요, 어제 잠을 하나도 못 자서 죽을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병원에 가보라고 아니면 좀 쉬라고 하시는데 나는 조퇴도 할 줄 모르고 그냥 꾹 참고하는 건 줄 알았다. 회사를 처음 다니니 별 수 없었다. 그러던 와중 옆 동료가 '다른 팀장님한테 슬랙 해보세요!'라는 말에 바로 메시지를 드렸다. 잠을 한숨도 못 자서 지금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은데 병원을 다녀와야 할 것 같다고, 그랬더니 다른 팀장님이 빨리 다녀오라고 병원도 알려주셨다.
나는 모든 짐을 챙겨서 병원으로 갔고 병원에서 링거도 맞고 검사도 하고 주사도 맞았다. 다시 회사로 돌아갈 상태가 안되어서 집으로 갔다. 집에 가서 바로 누웠는데 도저히 잠도 안 오고 가슴이 더 답답해져만 갔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부모님과 통화를 하게 되었고 나의 상태를 처음으로 다 말하게 되었다. 그랬더니 가족은 너무 당황을 했고 바로 본가 집으로 내려오라고 했다.
나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회사는? 여자친구는? 집은? 뭐 어떻게 해야 하지? 싶었다. 그리고 그 전날인가 부모님이 보내준 반찬과 간식들도 택배로 도착을 해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런데 가족과 한 번 더 통화를 했고 나의 상태에 대한 심각성을 느꼈는지 당장 차 타고 내려오라고 하셨다.
나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팀장님께 전화를 드리고 또 여자친구에게 통보하고 곧장 차를 끌고 집에 갔다. 3시간이 걸려 저녁 밤에 도착을 했고 도착을 했는데 모든 가족이 티비를 보고 있었다. 축구를 보고 있었는데 뭔가 그냥 평범해 보였고 안정감이 있었다.
나만, 나 혼자만 뭔가 처참하게 무너진 사람이 되어 돌아온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돌아오니 좋다는 감정도 있었고 그냥 나의 편, 나의 가족이 있다는 것에 평안함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러곤 나의 상태와 힘듦을 가족들에게 오픈을 했고 나이 서른둘에 이렇게 된 나의 모습도 스스로 참 처참하게 느꼈고 창피하기도 했다.
그런데 가족들이 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그냥 함께 존재하는 것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참 따뜻했다. 나는 서울에 혼자 올라가 이방인으로서 다른 사람과 친해져보려고, 공동체에 속해보려고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밝고 긍정적이고 붙임성이 좋다는 이유로 쉽게 사람들과 친해질 줄 알았으나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본가 집으로 돌아간 그날, 그날에도 나는 또 잠을 못 잤다.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잠을 못 잤다. 그래도 본가 집에서, 나의 익숙한 공간에서 있다 보니 그저 따뜻하고 편안했다.
그렇게 나의 삶이 와르르 무너졌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에 머물고만 있었던 시간으로 기억된 그 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