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외치다

회식자리에서

by 도로시

"삼촌, 여기 된장찌개 하나 밥 두 공기

물냉 하나 비냉 하나요!!"

고깃집에서 회식을 했다. 부장님이 한 턱 거하게 쏘신다니 부담 없이 먹고 싶은 걸 다 시키고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나는 신경질이 나거나 마음이 다치면 먹는 일에 집중하는 편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6킬로를 감량하고 신이 나 있던 내가 '오늘만은 치팅데이 삼아 실컷 먹어보자' 결심한 이유가 있다.


나의 빌런, '그'가 또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아침에는 조회시간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1절부터 4절까지 잔소리 폭풍을 일으키더니 마치는 시간에는 하루 콜 양을 다 채우지 못했다고 핀잔이다.


나는 콜센터에서 일한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평균 200통의 전화를 받거나 걸고 총 통화시간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사이다.

20여 명이 사무실에 앉아 같은 시간에 각자의 부스에서 전화영업을 하는 방식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동료들은 특별히 모난 사람도 없고 서로 격려하고 배려하며 분위기 좋게 일하고 있다.


문제는 단 한 사람 '그'다. 잔소리가 아주 심하고

같은 말도 꼭 부정적으로 시작하고 부정적으로 끝을 맺는다. 예를 들면 "네가 그런 식으로 하니까 일이 안 되는 거야" "어차피 안될 건데... 내가 그 건은 안된다고 했잖아"


유치원 아이들에게도 이런 화법을 쓴다면 도망가거나 싫어하거나 둘 중 하나일 텐데

도망가지도 못하고(복지도 소득도 좋은 회사다.)

싫어하지도 못한다.(직장 내 하나뿐인 상사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잔소리를 해서 억지로라도 일을 하게 하는 것.

칭찬을 통해 스스로 동기부여를 일으키는 것.

나의 상사인 '그'는 항상 잔소리를 이용한다.


'그'보다 높은 상사이면서 다른 지역에서 한 달에 한 번 오시는 '그녀'는 이상하게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정이 가고 좋았다. 말투는 귀엽고 위트가 있으며 핵심만 잘 전달하는 화법을 쓴다.


먹고 죽자!!! 많이 먹어서 마음의 체기를 내리고 싶었는데 결국 그냥 배만 부르다.


"저기요!!! 저는 집에 먼저 가겠습니다."

소심한 복수로 전원 참석하는 2차 노래방을 가지 않았다.

나는 그저 작은 복수만 할 수 있는 '을'이다.



(지극히 나의 시점으로 쓰며 약간의 각색을 합니다. 나의 빌런 '그'도 언젠가 이 글을 보게 될 테니까요. 본업은 과외이고 콜센터 일은 낮시간을 활용해 보고자 시작한 지 몇 달 안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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