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 곡
엄마는 언젠가부터 딱 한 가지 소원이 있다는데 그것이 뭐냐고 물으면 대답은 싱겁다.
"노래 한 곡 부르고 싶다"
아니 뭔 소원이 겨우 노래 한 곡이냐고 비웃지 마시라. '시곗바늘' , '고장 난 벽시계', 그보다 더 오래 좋아한 노래 '찔레꽃' '섬마을선생님'을 끊기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불러보는 게 여든여섯 울 엄마의 소원이다.
(유튜브 섬마을 선생님 화면 캡쳐)
1960년대 스물일곱이라면 늦은 나이인데 그때에 섬마을로 시집온 엄마는 보리쌀이 절반인 밥을 먹으며 세상에 없는 '엄마'를 그리워했다고 말하곤 한다.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입학시험에서 1등을 해서 고등학교까지 꼭 진학하고 싶었다던 엄마는 당시 홀아비가 된 외할아버지의 반대로 집에서 조카 둘을 돌보며 한 살 두 살 나이 먹다가 결국 스물일곱에 결혼을 한 것이다.
섬마을 살림살이는 뻔해서 소키우고 밭매고 갯벌에 나가 바지락 캐고 그렇게 손끝이 뭉툭해지도록 일만 하고 살았단다.
그 때문일까? 60대에 파킨슨 증세가 나타나더니 (허리가 아프다고 정형외과만 다녔다) 70을 넘기고 파킨슨진단을 받았다.
말이 잘 안 나오는 병이다 보니 노래 한 곡 시원하게 부르는 게 소원이라는 엄마. 노래방 기계를 구입한다는 아버지에게 핀잔을 주면서도 명절에 노래방 가자는 말에는 반색을 한다.
'시곗바늘처럼 돌고 돌다가 가는 길을 잃은 사람아~~'
엄마의 시간은 어디에 멈춰있는 걸까? 가끔씩 옛날이야기를 현재처럼 하고 잠꼬대로 어릴 적 친구도 소환하는 엄마.
주말에 노래방에 모시고 가서 '섬마을 선생님'을 함께 열창해 보련다.
엄마의 청춘은 첫사랑 같은 '섬마을 선생님'이 아니라 '고장 난 벽시계'처럼 세월만 변함없이 흘렀으니 몹시도 억울하겠다.
노래방 기계를 구입해서 이제라도 실컷 노래 불러보게 해 드려야지. 못 이기는 척 자주 마이크를 잡을 엄마의 모습을 그려보니 내가 더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