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진실에 귀를 기울이면서 우리는 자신에게 점점 진실해진다. 솔직함이 현실이 된다. 자기 영혼을 엿보게 된다.
우리는 침묵을 실제로 들을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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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시간 고요를 듣는다. 고요 속에 들려오는 생물의 언어를 번역해 보는 걸 즐긴다. 때로 요즘 부쩍 개체수가 늘어난 까마귀나 간간이 찾아오는 멧새,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의 느낌도 매 순간 다르게 교향악으로 들려온다.
잠들지 못하거나 깨어있음이 나를 온통 집중하게 한다. 태생부터 소리에 예민한 나여서 욱하거나 신경질이 나는 순간이 자주 있다. 내가 듣고 있는 침묵의 소리를 예의 없이 깨뜨리는 열세 살 남자아이의 이유 없는 괴성이나 책상을 두드리는 불필요한 소리를 못 참겠어서이다.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매 순간 침묵의 소리가 펼치는 교향악을 듣는 귀가 없기에......
새 책을 만날 때마다 설렘과 흥분이 있었지만 (아티스트 웨이)는 나를 위해 쓰인 책인 듯 그저 황홀할 뿐이다. 왜 이렇게 더디게 내게로 온 거니? 가을바람과 하늘을 느끼기에도 아까운 시간을 너에게 바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