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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문하는 임정아 Jan 07. 2024

버스기사와 기사님

엄마 힘내요


눈물 (이상교)

밖이 궁금하다. 지팡이 2개를 짚고 나가 볼까 생각 중이다.
멀리는 못 나간다.
집 병아리같이 집 고양이같이
근처를 돌다 들어와야 할 것이다.
 (중략)
저녁땐  집 앞 국숫집에서
새우튀김 가케우동을 먹으려 기다렸는데,
멀쩡한 사람들이 새치기해 그냥 돌아왔다.
돌아오는데 괜히 눈물 났다.
새우튀김 가케오동 먹을 돈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그게 지독히 먹고 싶었던 것도 아닌데.

--------

(버스 기사와 기사님)

몇 해 전
읍내 병원 가려고
 엄마와 함께 버스를 기다리다가
아버지가 앞서 일어나 걷는데
엄마의 느린 걸음을 본 버스 기사가
그만 휙 버스를 출발시키더란다.

곧 구순의 아버지와 팔순 중반의 엄마는
얼마나 황망했을까?

진주수목원에 기차 타고 간 적이 있다.
중간에 마을버스를 타고 가야 했는데
무거운 짐 들고 어르신들이 거북이걸음으로
오르내릴 때
짐도 받아주고 다 앉으실 때까지 다 내리실 때까지
웃으며 기다려주던 기사님.

"고맙습니다. 복 받으세요"

우리는 큰 소리로 인사를 나누었다.

사람 사이는 모름지기 그래야 하는 법인데
(눈물) 시를 읽다 엄마 생각이 난다.

아버지는 내내 버스기사를 흉보는데
엄마는 애써 웃고 계시길래

눈앞이 흐려지던 그때가......


파킨슨환자로 10년째 거동이 불편만 엄마, 그런 엄마를 곁에서 지키는 아버지. 다행인 건 전화를 할때마다 동네 뉴스를 전해주시는 엄마를 보면

보행기를 끌고 조금씩 이웃들을 살피러 다니시는듯하다.

늙어가는 것이 서럽지 않기를, 비록 느리게 걸어도 스스로 걸음을 이어가는 엄마를 응원하고싶다.

"지금 곁에 있는 것들
그리워하기에도 시간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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