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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정 Sep 09. 2019

노파심은 마음 깊숙이 숨겨두자

걱정보다는 격려해주세요 

노파심 ; 필요 이상으로 남의 일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표준국어대사전)


노파심은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되고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조그마한 녀석이 어설픈 걸음으로 한 발 한 발 떼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감격스러움에 뭉클하기까지 하지만 그런 감정의 이면에는 행여나 넘어져 다치지는 않을까 하는 부모의 노파심도 함께 동반되곤 합니다. 

아이가 초등 중학년이 되고부터 좀 많은 부분이 달라졌습니다.
엄마 눈에는 아직도 어린 녀석이라 가능하면 일찍 귀가해 집에서 느긋하게 놀았으면 싶은데 아이는 친구들과 도서관에 가서 읽을 책들도 많고 방과 후 수업도 꾸준히 들어야 하고 피아노 또한 끝까지 배울 거라고 고집을 부립니다.

솔직히 영어 수업이 너무 늦어 학교 수업 마치고 일주일에 4일이 1시간 이상씩 시간이 비어 그 시간에 피아노 먼저 갔다 수업 마치고 바로 귀가하면 집에 좀 더 일찍 올 수 있어 좋지 않냐고 설득을 여러 번 했으나, 도서관에서 책도 보고 숙제도 할 수 있어서 금상첨화가 아니냐며 피아노에 미리 갈 시간이  없다고 한다.
영어 안 듣고 집에 일찍 와서 좋아하는 영어 DVD도 보고 편하게 하고 싶은 거 하는 것도 좋고 실컷 뛰어놀 수 있는 발레학원을 가는 것도  엄마는 좋다 하니, 영어수업은 숙제가 많아 힘들긴 하지만 엄마가 얘기해준 대로 영어 자신감이 한 계단 더 높아져서 꾸준히 듣고 싶다고 하는 아이의 말에 결국 어미의 노파심은 완패하고 말았지요.

분명 친한 친구들과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도 즐거울 것이고 학교를 나와 피아노 수업을 갔다 다시 학교로 가는 것도 번거로웠을 것입니다.
영어 수업도 숙제가 많다 투덜대긴 하지만 나름 성취감도 느끼고 수업이 끝나고 30분 정도라도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 수 있는 달콤함도 컸을거라 생각합니다.

나의 기준에 조금이라도 엄마 품에, 엄마 눈에 들어오면 맘이 편하니 그러라 해보지만 
9살과 10살이 사는 세상이 다르고 그만큼 내 아이의 생각나무도 훌쩍 자라 있음을 인정해 보며...
이젠 정말 멀찍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나야 할 때임을 실감합니다.

엄마는 엄마대로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세세한 부분(준비물을 잘 챙기는지 넌지시 물어보는 정도와 학교에서의 일상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등)을 살피고 규칙적인 생활을 몸에 자연스레 익힐 수 있게 잔소리가 아닌 안내자로 제안하며 아이와 소통하는  믿음으로 바라봐 주는 것.

노파심이 없을 순 없기에 내 마음 깊이 숨겨두고 지나친 걱정보다는 우회적으로 돌려 말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
필요 이상의 걱정으로 아이의 자립심과 자신감에 불안을 더해 주지 않도록 하는 숙제를 받아 들고서 오늘도 녀석의 전화에 반가이 인사하고 종일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귀가하는 딸을 두 팔 벌려 꼭 안아줍니다.
백 마디 말보다 더 깊은 엄마의 사랑을 온전히 전해받을 수 있도록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 못난 말이 나올 것 같을 때는 심호흡을 한 번 더 해보며 당당히 독립된 존재로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아낌없이 격려해봅니다.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여러분을 응원하는 

알프스하이디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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