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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정 Aug 11. 2021

새 학기,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 때

새로운 변화는 늘 긴장과 함께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묵혔던 마음을 털어내게도 해주고, 게을렀던 몸을 일으키기도 하니 말이다. 


품 안에서만 키울 것 같았던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고, 유치원을 가고.

언제 이리 자랐는지 초등학교로 중학교로 가게 되니 세월이 참으로 빠르다는 말을 요즘은 입버릇처럼 하게 된다.

아이의 부모가 되고 아이가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립심’이라는 힘이 어느 선까지 아이의 성장 가능성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궁금해졌고 거기에 초점을 맞춰 정리해보며 많은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코로나 시대 집콕교육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부모와의 소통은 더욱 중요해졌고 이전과 달리 신경을 더 써야 되는 부분과 덜 써야 되는 부분이 눈에 띄게 도드라진다.


그럴 때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난 참 게으른 사람이다.


하고 싶은 게 많다 보니 온통 벌려놓은 일 투성이에 마무리는 부족한 그런 평범한 사람이다.

그런 내가 지금처럼 딸아이와 소통하고 함께 성장하고 있었던 이유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자, '나의 최대 단점이라 여긴 게으름이 결국 나의 강점인 버티는 힘의 원동력이 됐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는 예민했고, 엄마는 서툴러서 많은 과정에서 실수를 하다 보니 게으른 편임에도 불구하고 성격이 급해서는 제 성질에 맞추다 보니 많은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유일하게 좋았던 강점 중 하나인 책 속에 길이 있다는 확신 덕분에 좋은 안내서들의 제안대로 아이를 관찰하고 기다리고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덜 부지런했기에 나는 아이가 어지르는 걸 기다릴 수 있었고, 책에서의 길을 봤기에 급한 성격도 아이 앞에서는 ‘우선멈춤이란!’ 신호를 보내게 되었다.


모두가 학습지를 통해 즉각적인 답을 찾고자 할 때 유아기 때 쌓아놓은 기다림의 기술 덕분에 아이를 기다릴 수 있었고, 초등 저학년 동안 신나게 책과 놀이의 바다에 빠지게 했기에 이제 그만 놀아도 되겠다 싶을 때 아이 입에서 스스로 학원을 가야겠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생각한다.



조급함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내가 숨을 크게 들이쉬며 참고 기다린 시간 속에서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기회를 얻었고, 등 떠밀어 반장선거에 나가라고 재촉하지 않은 덕분에 아이는 지금 중학교 생활을 빛나게 경험하고 있다.

스스로 하는 선택은 아이에게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게 했고, 존중받음에서 오는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으며 나 스스로도 꽤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존감이 바탕이 된 자립심이란 나무를 키우며 다소 더딜지라도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 오늘도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쭈뼛쭈뼛하는 아이의 등을 떠밀어주면 아이가 잘 할 것 같다고?


결코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아이에게는 힘들고 지칠 때 내밀어 줄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고, 두 팔 벌려 안아줄 엄마의 품이 필요한 것이다. 

내 욕심이 기준이 아니라 아이가 좋은 방향으로 하나씩 선택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훌쩍 자라 자신만의 시행착오를 기억하며 다음번에는 더 나은 선택을 해나가는 아이를 만날 수 있다.

신학기는 늘 긴장의 연속이다.

학습적인 것에 기준을 맞춰 버리면 아이의 성장을 엄마는 볼 수 없다. 

엄마가 작은 것에 예민하지 말고 넓게 상황을 볼 수 있어야만 이 육아에 대한 여유가 생기고 엄마도 엄마만의 해답을, 그리고 아이도 아이만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오늘 내 아이가 스스로 해낸 일이 무엇인지.

오늘 내 아이가 기뻐하고 감사했던 일이 무엇인지.

지금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이다.


"숙제했니?"

"공부했니?" 가 아니라.

"너에게 오늘은 어떤 하루였니?"라고 물어봐 주면 된다.


그런 시간을 양분 삼아 앞으로 하나씩 배워가면 되는 것이다. 

어제보다 좀 더 나은 오늘의 나를 응원하면서 말이다. 

오전의 나보다 어제의 나보다 좀 더 나은 표정의 나를 칭찬하는 오늘 속에서 엄마의 하루도 더욱 빛날 수 있길 바라며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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